웃기는 상상
오빠랑 대학 선후배 사이로 만났으면 어땠을까
많은 여학우 중에 과연 나와 연결고리가 있었을까?
나를 바라보고 나를 좋아하게 됐을까?
아니 무슨 오빠가 학교를 제패하는 킹카도 아닌데
어째서 눈에 띌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지
어때, 지금처럼 나 좋아해 줄 거야?
아니면 나는 다른 남친이 있고
오빠도 다른 여친을 사귀느라
서로 관심이 없다가,
어느 순간 눈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들어.
하지만 둘 다 너무 철부지였기 때문에
아마도 흐지부지 끝났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오빠의 20대를 가지고 싶다,
오빠의 20대를 온전히 차지하고 싶다.
더, 더, 젊은 날의 너는 어땠을까,
네 치기는 유독 사랑스러웠을 텐데.
그 철없음마저도 매력적일 것 같은 기대는 왜일까.
웃기는 상상이지만.
넘치는 혈기로 왕왕 소리치며 싸워 보고 싶어.
청춘, 특유의 나태함으로
함께 늘어지게 낮잠도 자보고 싶어.
추리닝을 입고 터덜터덜 걸어 나와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 컵라면 두 개.
전국을 일주하는 내일로로
기차 여행도 가보고 말이야.
돈이 없어서 떡튀순에 영화 한 편이어도
마음은 두둑한 그런 때.
아무 걱정 없는 무구한 얼굴로
한강에 돗자리를 펴고
어설픈 실력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고
누워서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엉터리 철학을 나누고도 싶어.
아마 스스로 깨나 컸다고 느끼며 떠들어 대겠지.
마치 이 세계를 다 파악한 것 마냥.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세상의 이치나 인간관계의 원리 따위를,
열심히 조잘댈 그 깜찍한 입술이 궁금해.
내가 너의 전연인들에 대해 물을 때,
너는 처음엔 불편해했고
머지않아 저항을 포기했고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녀들을 떠올려
내 물음에 답하느라 귀찮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은 그 사람이 너와 만나며 느꼈을 감정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던 거야.
좀 변태 같나?
맞는 말이긴 하지, 나 도라이 맞으니까.
너의 아주 귀여운 도라이.
그 사람들이 너에게 가졌을
설렘 화 기대 질투 행복 분노 감사 사랑 미움까지
무척 부럽고 흥미로워.
운동을 시작하기 전 네 마른 어깨,
네 예쁜 손을 잡았을 때 느낌을 상상하는 것 마저
나에겐 하나의 기쁨이고 즐거움인걸.
아-, 내가 너를 더 일찍 만났더라면,
그래서 모든 너를 가질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튼 정말 탐나기도 해.
요즘만큼 멋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반짝였을 네 과거가.
하지만 지금의 너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아름답고 찬란할 테니,
나는 그걸로 만족할게.
그리고
네 현재와 미래는 내 것이잖아. 히힛.
2시간이나 운전해서 오느라 힘들었는데,
네 얼굴을 보자마자 피로가 싹 풀렸어.
1분도 안 돼서 바로 기분이 좋고.. 즐겁고.. 그렇더라.
이런 피로회복제 같으니라구.
일주일 만에 보니 더 재밌고 더 귀엽네.
너무너무 반가워어-
너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충분한 것 같아.
아무래도 난,
너를 만나기 위해 우주의 먼지로 오랜 시간 머물고 또 기다렸나 봐.
삼신할매가 “이제 돼따~! 마이구미 와이프로 딱 굿~!”라고 외칠 즈음
내가 만들어진 거지.
우리가 맺어지게 된 건
정말 운명인 것 같아!
우주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