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오빠를 더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찌 보면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내 마음이 편하자고 상대에게 짐을 지우는 일이었다. 지난날에 대해 털어놓으면 오빠가 날 떠날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했다. 변명으로 포장할 천연함도 부족했다. 말을 꺼낸 때는 20대 초반 언저리였고 이제는 후반에 이르렀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같은 이야기를 달리 말할 거란 확신이 없다. 그러나 능청스럽게 거짓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고 한들, 아마 진실하게 전했을 것이다. 아마 부족하고 멍청한 나일지라도, 꾸밈없는 나로서 받아들여지길 기대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상처를 꺼내기로 하자,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어떤 연유로 이리도 서글피 우는지 갈피를 못 잡은 오빠는 하나도 괜찮지 않은 얼굴로 다 괜찮다고 거듭 말했다. 오빠에게서 본 가장 연약한 순간이었고 나는 잔뜩 긴장한 그 어깨를 보며 하염없이 울 뿐이었다.
오빠는 무엇이라도 괜찮으니 말해달라 다독였고 이윽고 그동안 담아 왔던 아픔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난생처음 꺼내 보는 이야기였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결코 꺼내지 않을 일이었다. 한 번 터져버린 울음인지 상처인지 과오인지 모를 것은, 눈과 입술을 통해 폭포수처럼 빠져나갔다.
한 방울도 남김없이 쏟아내자 꼭 헐벗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려웠다.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오빠는 아무 말 없이 나를 깊게 안았다. 그대로 침대에 푹 잠기는 것만 같았다.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그러나 어딘가 가벼웠다. 누군가 그때의 날 체중계 위에 올려놓았다면 필시 0g이 찍혔을 것이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네가 말했다. “괜찮아, 다 괜찮아” 온 마음을 다한 위로가 내 영혼에 와닿았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처음이자 마지막 위로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 뒤로 오빠의 괜찮다는 말은 내게 주문과도 같은 말이 되었다. 불안하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오빠를 붙잡고 묻는다. “오빠, 나 괜찮지?” “응, 괜찮아. 걱정하지 마” 네가 그날 나를 안았던 것이, 괜찮다 말해 주었던 것이, 내 마음을 조심스레 어루만져 준 것이 나를 얼마나 살게 했는지. 그리고 일으켜 세웠는지, 너는 모른다.
새벽 네 시 문득 잠에서 깼다. 오빠가 보고 싶었다. 사위가 밝아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가지런한 눈썹이 눈에 들어왔다. 단단한 가슴께가 얕게 오르내렸다. 새근새근한 숨소리마저 소중했다.
너는 그렇게 내 인생에 들어왔구나. 사뿐사뿐 천천히, 아주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