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은 오래 만났는데
퇴근을 하고 오빠와 함께 다이슨 매장을 찾았다. 친절한 점원분께서 직접 머리를 해주셨다. 아직까지도 다이슨을 살지 말지 조금 고민이 되어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나 그냥 지금 머리로 살까 아니면 다이슨 살까?" 오빠가 생머리도 웨이브 머리도 다 예쁘다며 못 고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켜보던 점원분께서 "어머 신혼부부신가 봐요~"라는 말을 연신 하셨다. 한두번까지는 으레 하시는 말씀이시려니 했는데, 매장에 있는 내내 계속 그 말씀을 하셨다. ㅎㅎ. 우리 은근히 오래 만났는데. ㅎㅎ. 신혼부부 바이브 좋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배불리 먹곤 이부자리에 누웠다. 잠이 올랑 말랑 하는데 에어컨과 공청기의 불빛이 눈에 거슬렸다. 뒤척이며 "오빠 나 저거 신경 쓰여"라고 말하곤 잠시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오빠를 바라보고 헤실헤실 웃으니 오빠도 따라 웃었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부드러웠다. 곧 여름이라는데 글쎄, 꽤나 시원했다. 나란히 누운 오빠의 머리카락, 눈꼬리, 코, 입술, 그리고 내 손 위에 얹은 손을 바라봤다. 너는 알까, 내가 네게 매일같이 반하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