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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Jul 18. 2024

신체접촉

살결이 닿을 때



1. 블루투스 마사지

언제나처럼 오빠가 저녁을 차린 어느 날이었다. 가끔 오빠의 요리를 돕기도 하는데, 이 날따라 쉬고 싶은 마음에 안방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러다 "밥 먹자 잇다야~"같은 엄마가 집에 왔나 싶은 말을 듣고서야 거실로 기어 나왔다. 맛나게 밥을 먹고 나니 기운이 살아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또 깝치다가, 갑자기 모든 짐을 이고 지고 있는 오빠의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내 든든한 남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심리상담사이자 인생 선배이자 엄마아빠이자 선생님이자 우리 집 지략가이자 정책가이자 경제가이자 주부이기도 한, 멋진 남자의 어깨였다. 어쩌면 미래에 우리 자식의 주양육자 역할까지도 도맡을 듬직한 등판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 밥을 먹고 있는 오빠의 뒤에 서서 오빠의 어깨를 조물거렸다. 밥심으로 기운이 나긴 했지만 완전히 살아난 건 아닌지라 거의 다섯 살배기 정도의 힘으로 주물렀다. 아니 만졌다. 내가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오빠가 드디어 내 의도를 눈치챈 건지 물었다.

지금 나 고생했다고 어깨 주물러주는 거야?

응!

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워. 이것도 마사지라고 쪼물거리는 것 봐.

ㅋ 귀엽지. 나도 피곤하지만 오빠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

응, 진짜 고맙고 감동이다. ㅎㅎㅎ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약간의 액션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오빠였다. 오빠가 행복해하니 나도 행복했다. 'ㅎㅎㅎ' 또는 'ㅋㅋㅋ'라는 인터넷상의 웃는 말이 실제 모습으로 구체화된다면 아마 시트콤 같은 우리 집 일상이 아닐까 싶다. 슬쩍 흐뭇해하거나 수줍게 미소 짓거나 잔잔하게 웃거나 깔깔대며 웃는 것 모두 오빠의 너르고 따듯한 마음 덕택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블루투스 마사지를 이어갔다.

2. 울끈불끈

어젯밤이었다. 우리에겐 매일 변하지 않는 일상의 모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빠가 저녁을 차리는 것이고, 하나는 베개맡 이야기 시간이다. 밤이면 밤마다 늘 수다를 떠느라 시간이 모자란데,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밤샤워를 마치고 오빠와 이야길 나누다, 윗옷을 갈아입는 오빠를 봤다. 왠지 상체가 더 발달한 것 같아 오빠에게 물었다.

머야? 상체 머야? 왤케 좋아진 것 같지?

오옷 그래? 나 허벅지 근육 살짝 다친 이후로 하체 쉬고 있잖아. 그래서 상체에만 집중했더니 몸이 좋아졌나?

헉.. 그게 맞다. 내가 하체 그만 키우라고 했지(이미 허벅지 너무 굵어서 짜증 남).

[성난 팔뚝을 자랑하며] 어때.

오빠. 나 설레. 누워(?).

어어.. 응? 왜?(기대중)

오빠는 한껏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독자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런 므흣한 일은 아쉽게도 없었고 “내가 쭈밀러 줄게!” 외침과 함께 하루동안 고단했을 오빠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물론 장난기가 발동해 오빠의 배를 체중으로 누르거나 일부러 아프게 마사지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그건 오빠가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내 취향인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깨도 조물조물, 흉근도 조물조물, 팔뚝도 조물조물, 다리도 조물조물 주물러줬다. 아- 왜 이렇게 맘에 들지? 오빠가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에 들고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내 노고를 알라며 막 깨우면서 마사지를 하는 아주 양면적인 친절을 베풀었겠지만, 오늘만큼은 오빠가 편히 잠들길 바라는 마음에 조용히 주물렀다.



이내 완전히 잠든 오빠를 보며 무척 뿌듯한 마음으로 나란히 누웠다. 이불속에서 오빠의 손을 찾아 헤맸다. 매트리스가 그리 넓지도 않은데 잠시지만 조급해졌다. 얼마 안 가 다정한 손을 찾아 잡았다. 속으로 말을 건넨다.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났어, 나 스무 살 때 나타나지. 아니 그보다 전에, 아니아니 그보다도 더 전에 나타나지. 그냥 아기 때부터 옆집 사는 오빠면 어땠을까.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날 때마다 오빠는 괜시리 속앓이 하며 애간장 태우는 거야. 그간 오빠의 사랑은 점점 커지고, 그러다 내가 문득 곁에 있던 오빠에게 설레어 만나기 시작하는 거지. 어때 재밌지. 이토록 허무맹랑한 생각을 해도 날 사랑해 주는 오빠라서 좋아. 자연스레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너라서 정말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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