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닌 거 나도 알지만

by 잇다

최근 직장 동료로부터 두 번의 부탁을 받았다. 부탁하는 분의 입장에선 미안한 듯 보이지만 내 입장에선 그렇지 않은 일이었다.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갑작스런 일정 변경은 (변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좋은 일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감사인사를 하시는 동료분을 보니 내심 뿌듯하다. 이런 부탁이라면 몇 번이나 들어줄 수 있는데.







재밌는 건, 나는 그분께 서운했던 적이 두어 번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 일은 신경 쓰지 않고 외려 난 괜찮으니 편하게 부탁하셔라,라는 의사를 전달했을 뿐이었다. 굳이 돌려받을 생각이 없는 작은 호의, 그런 거. 이보다 깊은 얘기는 여기에 자세히 적을 수 없어 생략하기로 하고. 오빠는 내 이야길 듣더니 내가 쿨하고 멋지단다. 내가 생각해도 나에겐 일견 쿨한 구석이 있다. 까슬까슬한 예민함 속에서도 드문드문 튀어나온다. 진짜 나도 별 거 아닌 거 알지만.. 그래도 이 같은 시원스러운 면모에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한편 나도 누군가에게 갑작스런 부탁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살짝 피곤해진다. 얼른 좀비 세상이 되면 좋겠다.. 오늘은 좀비꿈 꿔야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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