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순간
클라이언트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 모두 피곤해진다. 퇴근할 때는 엄청난 근력이 필요한 일이 아닌데도 꼭 한바탕 격투를 끝낸 기분이 든다. 특히 심한 날은 몸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두통도 느껴진다. 마음이라도 편하면 다행인데 그렇지도 않다. 그렇더라도 일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근사한 일이다. 일을 하지 못해 급여를 받지 못하면 생활비를 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나는 늙으신 부모님께 기댈 방법을 간구할 수밖에 없다. 사십 대 나이에 캥거루처럼 부모님 주머니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게 설령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질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스트레스와 고민, 불안 등을 관리하는 것도 재능이다. 효과적으로 잘 관리하고 극복하는 사람이 그만큼 더 잘 버틴다. 불행하게도 젊은 시절의 나는 이쪽 재능이 제로에 가까웠다. 스트레스를 막으면 곧바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만두고 나면 영영 백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이 폐곡선 안에서 간신히 버티며 살았다.
벗어날 길이 없는 폐곡선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힘이 있어야 일도 하고 놀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 20~30분씩 운동을 하는 거다. 귀찮지만, 운동보다는 소파에 누워 노닥거리는 게 더 편하지만 말이다. 남 있는 데서 운동하는 게 부끄럽고 창피한 ‘극내향인’인 나는 피트니스 센터 같은 곳은 절대 가지 못한다. 그러니 결론은 홈트레이닝이다. 요즘은 스마트폰 앱에서 운동 프로그램을 직접 짜주기에 어렵지 않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앱은 ‘나이키 트레이닝’이다. 운동 강도와 부위(상체, 하체는 물론 팔과 코어, 어깨 등 프로그램이 세분화돼 있어 좋다)별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운동시간도 10분부터 1시간까지 다양하니 그때 상황에 맞춰 마음대로 운동할 수 있다.
보통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두 개 정도 생기면 그걸 반복한다. 그러다 주말이면 가끔 다른 프로그램을 시도하기도 한다. 시간이 많이 남으니 몸도 마음도 여유롭다. 오늘은 전신 근력과 요가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근력 운동은 시간이 짧지만 강도가 높은 편이어서 효과가 꽤 좋다고 느껴졌다. 요가는 처음 해봤는데 근력과 유연성이 동시에 길러지는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가장 좋았던 건 뜻밖에도 운동 강사의 말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쓸데없는 농담이나 식상한 격려만 늘어놓던 그 강사는 요가를 하는 동안 내 마음을 여러 번 흔들었다.
“처음 요가를 하는 분들은 동작이 쉽지 않죠?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살면서 여러분이 겪는 일 중에 쉬운 일이 있던가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정말 생각이라는 걸 해봤다. 일도, 가족도, 사랑도 무엇이든 쉬운 건 없다.
“힘들 때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세요. 당신이 무얼 사랑하는지. 오늘 나는 무얼 배웠고, 내일 나는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지. 즐거운 상상을 해봅시다.”
그의 말을 따라서 요가 동작을 하며(고양이 자세 같은) 즐거운 일은 잘 없지만 억지로 짜냈다. 이를테면 아직 나는 일을 하고 있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 날 아끼는 부모님도 있다는 것, 경기도의 작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힘과 에너지가 생기면 당신은 분명 스스로를 신뢰하게 될 거예요.”
30분 운동을 한다고 기적처럼 힘과 에너지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하게 반복한다면 또 모르지. 내게는 나쁜 일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힘이 생기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단단해질 수 있을까. 지금 나는 너무 무겁고 무르다. 운동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자 영상 속 강사가 웃으며 말한다.
“전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누가 나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말을 얼마만에 들어보는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면서 감동이라는 걸 받게 될 줄이야. 일도, 운동도, 인생도 하나씩 천천히 해보는 거다. 운동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일요일 해가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