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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 Mar 31. 2024

한 길 사람 속 중에 제일 모르겠는 것이 내 속입니다

진심찾기 프로젝트

얼마 전 보고 온 전시장에 이런 안내 문구가 있었다. '명함을 소지한 직장인 누구나 점심시간 무료입장'

괜한 소외감이 들다가도 집에 전 직장 명함이 남은 게 있었나 생각하게 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명함을 받아들었을 때 풍기는 신뢰감과 상대에게 내 명함을 건넬 때 느껴지는 소속감이란 꽤 든든한 것이어서 명함 없이 살고 있는 요즘 소속에 대한 그리움이랄지 무소속에 대한 불안감이랄지 싶은 감정이 불쑥 솟아올랐다.


회사에서 어줍잖게 사내 정치에 힘을 쏟아본 적은 없지만, 그 안에선 나 개인보다 우리에 집중할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물 안 개구리 같아도 혹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조직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했던 적도 있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개인의 실수가 회사의 존폐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회사가 그런 나를 끝까지 책임져주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그게 소속의 권력이고 명함이 주는 무게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공백기동안 확실해진 것은 '억지로' 하는 일은 더 이상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닌 것 같은 일을 지속해 왔던 것은 지난 10년 간 충분히 넘치도록 경험했다.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다'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그러나 자꾸 마음속에서 아니라고 외치는 소리를 애써 모른 척하면서. 치열하게 일해본 적 없었던 자의 핑계처럼 들릴까. 그래도 이제는 진짜 마음이 하자는 대로 따라보려고 한다. 더 이상 진심을 외면하기엔 그 마음이 너무 애처롭고 더 헤매보기엔 남는 게 나이 밖에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깊숙이 처박아놓은 것인지 나도 내 마음을 꺼내어보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오래 걸린다. 그래도 언젠가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면 그땐 움직이겠지. 새로운 명함이 부디 성적표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란다. 오랜 시간 고민한만큼 '나름의 가치'보다는 '뿌듯한 성취'로 다가오길 바란다.


봄이 왔고 나무에 싹이 튼다. 오랜만에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빌려놨던 책들을 읽으며 한가로이 일요일을 보내고 나니 당장 4월이 코앞에 왔음을 실감한다. 구름판 위에 서있는 것처럼 가슴이 뛴다. 계절은 바뀌었고 날도 따듯해지고 얼었던 마음도 해빙되면서 이제 정말 실행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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