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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 Apr 07. 2024

계획형 P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2024년이 벌써 4월이라니 

직업이 직업이기도 한지라 쉬고 있는 요즘 더욱 유튜브를 헤비하게 보고 있다. 최근에는 바리스타 세계 챔피언이 추천하는 홈카페 용품들 영상을 보았는데 그분 생각에 커피는 지극히 TJ스러운 취미라고 한다. 커피의 분쇄도, 원두의 보관방법, 물의 양과 온도, 심지어는 물과 커피가 만나는 시간에 대해서도 맛과 향이 달라진다며 정확한 계량을 위한 도구들을 소개하고 추천한 도구들의 장단점을 설명했다. 나는 지극히 P형의 인간이라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정말 감대로 내린다. 


어떤 날은 드리퍼로, 어떤 날은 프렌치 프레소로, 모카포트로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집어 들고 커피 보관도 가끔은 실온, 조금 오래됐다 싶으면 밀폐용기에 넣고 냉동실로 옮긴다. 어떨 땐 그라인더의 분쇄도를 잘못 맞춰 좀 더 굵게 갈리거나 얇게 갈려도 준비했던 추출기에 그대로 넣고 내린다. 그렇다고 커피 취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미분이 많거나 좀 맛없게 내려지면 허탈하지만 앞으로도 그걸 계량하고 온도를 재고까지 해서 커피를 내려마실 생각은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는 참 이상한 해다. 우연하게 만나는 커피의 맛처럼 일상도 즉흥과 충동으로 가득했었는데 10년 간 써오던 일기장을 바꿔서인지, 연초에 '목표'와 '계획'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 들어오면서 일상이 루틴화되고 플래너가 다양해졌다. 계획형 인간들은 다들 이렇게 '계획'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겠지만 고3 이후로 계획 없이 살아온 나에겐 계획에 쏟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최근에 제일 좋았던 시간은 만다라트를 작성했던 것. 핵심 목표를 중심에 두고 세부 계획 8가지를 만들고 또 세부계획 안에서 실행할 것들을 적어 가시화하는 작업인데 무기력을 씻어내는데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것을 단순히 텍스트화하는 게 아니라 시각화하는 작업들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부분이 실제적으로 체감된다. 무엇을 원하고 어디로 향해 가고 싶은 건가, 무엇을 놓치고 있고 어떤 빈칸을 더 채워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 이제 실험에 조금씩 지쳐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렇게나 살아보기엔 내가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다. 

일본의 다이어리는 시작 페이지가 4월부터라고 한다. 학기가 시작되기도 하고 봄이 오는 달이라 그런지 새해의 시작월을 4월로 보는 것이다. 나도 4월을 맞아 1월의 계획들을 수정하고 새로운 목표들을 몇 가지 더 추가했다. 중앙에 위치한 목표물을 향해 작은 행동들을 꾸준히 해나가는데 다시 한번 더 집중해 보기로 한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1g과 1도 차이를 감지하는 섬세하고 예민한 취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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