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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 Apr 21. 2024

'진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나를 위해서 흘리는 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갑자기 팔뚝을 내밀었다. 여린 몸에 붙은 근육이 꽤 단단해서 그간 열심히 운동하던 게 벌써 실체가 드러나는구나 싶었다. 그 촉감에 어쩐지 여운이 남아서 그렇게 권유할 때는 시큰둥했던 PT를 어느새 예약하고 드디어 30+ N 년 생애 처음으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아보았다. 매일 집에서 홈트만 따라 하다가 생소한 헬스 기구에 둘러싸인 피트니스 스튜디오를 처음 들어선 것이다. 


초보운전 딱지를 붙인 자동차처럼 수줍고 어색한 모습으로 피티샵을 들어갔을 때 사방이 거울인 탓에 방치되어 버린 몸뚱이를 직면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워밍업 단계에서 곧잘 따라 했는지 첫 수업에 3대 운동, 스쿼트-데드리프트-벤치프레스까지 배웠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흔히 '3대 몇 치세요?' 하는 게 이거였구나, 60분 정도 헬스의 세계를 맛본 후 생각보다 별거 없네 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PT 1회차를 다녀와서 내친김에 곧바로 등산도 다녀왔다. 한번 올랐던 곳이라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봉산을 향했는데 하필 수직에 가까운 바위 능선 코스를 골라 발 한걸음 잘못 디디면 아찔했을 순간들이 많았다. 클라이밍에 가까운 등정 구간이 있어서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느라 팔근육까지도 욱신거려 왔다. 내려와서 어쩐지 평소보다 허기지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졸음이 쏟아져 겨우 집에 돌아왔다.


작심 3일이라더니 갑자기 분 운동 바람에 엊그저께도 2회차 PT를 받고 왔다. 이번에는 무동력 트레이드밀, 어썰트 바이크에 로잉 머신, 에르그 머신까지 이름조차 생소한 기구들을 많이 배웠다. 뛰어난 코치님 덕분인지 60분 운동은 잘 마쳤는데 이번 운동까지 하고 나니 정말 고통이 수반되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살려달라는 엉덩이, 종아리에 설거지만 해도 뻐근해지는 팔뚝과 알려준 대로 잡은 것 같은데 그립법이 잘못되었는지 엄지 손가락엔 신경통까지. 고작 60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연달아하니 운동량이 꽤 되었나 보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몸이 고통받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졌다. 몸이 고단하니 수면의 질과 양은 높아지고 식욕도 왕성해지니 마음이 즐거워졌다. 마음이 즐거우니 머리가 맑아지고 점점 잃어버렸던 균형을 찾듯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가 잡히는 것 같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몸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무용수나 댄서, 단순히 춤을 잘 추는 사람, 4년 간 올림픽을 준비하고 마침내 메달을 목에 건 사람, 요가나 필라테스를 오랫동안 수련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동선에서 느껴지는 멋. 결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닐 것이기에 단순한 동작에서 느껴지는 힘까지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뭔가를 열심히 한다고 표현할 때 늘 '땀 흘리는 것'에 비유하곤 하는데 오랜만에 진짜 땀을 흘려보니 이건 인간에게 일상적으로 꼭 필요한 행위였다. 한계에 가까워질 만큼 힘을 쏟아부었을 때 땀이 나고는 하는데 그동안은 일을 할 때만 이 표현을 연상하거나 인용했던 것 같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고 나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정말 나를 위한 땀이었을까. 20대의 나는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도, 어디에 근육이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땀만 흘렸다면 30대의 나는 어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땀 흘리고 부족한 근육이 어느 곳인지 집중한다.

겨우 며칠 운동했다고 이렇게 근육통을 온몸으로 느껴버리는 초심자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버텨주는 내 몸이 하루하루 소중하게 느껴지고 건강해진 몸에게 영향받는 정신과 마음이 신비롭고 그렇다. 

그러니 더 나를 위해 땀 흘리며 단단하고 튼튼해져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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