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정 Apr 14. 2024

그냥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Just do it 

이틀 전 갑자기 회사에서 알던 동료가 내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7살이나 어리지만 일도 잘하고 노는 것도 잘 놀고 홀연히 호주로 떠나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멋진 친구였는데 타지에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걱정스러웠다. 타이밍을 못 잡고 전화가 몇 번 엇갈리다가 이틀 만에 연결이 됐는데 담담하게 미래와 인생에 대한 불안을 털어놓는 목소리에 나도 애써 가볍게 말을 받았다. 


호주에 산지 벌써 1년이 지났구나. 비자 신청해야 할 때쯤이라 고민이 많겠네. 

네가 올해 몇 살이더라? 

그리고 '제가 올해 스물여섯이거든요'라고 돌아온 대답에 나는 잠시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자동반사처럼 나의 스물여섯 살이 떠올랐다. 고작 몇 년 더 산 것 말고는 내가 조언이란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 고민하다가 그냥 그 나이의 가치에 대해서 조금 떠들어주었다. 2-3년 정도 더 하고 싶은 것 다 해도 될 만큼 너무 어린 나이라는 내 말에 그 친구는 사실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말했다. 


꽤 긴 시간 동안 내가 말해주고 싶었던 건 결국 Just do it과 비슷한 말이었다. 

그냥 해라.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지만 그냥 하는 것에는 절대로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다. 

정확히 내가 가고 싶은 목표를 찾아 설정해야 하고 목표로 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그 방법을 실행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모아 계획을 짜고 매일을 기록하거나 점검해야 한다. 

그러니 할 일을 그저, 그것도 '꾸준히' 하는 것은 심플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1년은 어떤 시간일까. 어떤 이는 1년 만에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실패했던 대회에 재도전하기 위해 체력을 단련한다. 명확한 타임라인은 그려본 적이 없지만 어쩌면 올해가 이대로 안식년처럼 흘러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표를 잃어버린 배의 엔진이 가동될 리 없다. 표류하듯 보내는 시간은 이제 그만 보내고 좋은 바람이 불 때 다시 한번 닻을 올려봐야겠다. 


이전 12화 계획형 P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