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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Oct 01. 2016

모멸감 (김찬호)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신선함

책과 음악이 만났다. 각 챕터별로 김찬호 교수의 글을 읽고 느낀 감정을 유주환 작곡가가 음악으로 표현해 놓았다. 책에서 느낀 감정을 음악을 통해서 듣고 확인해 볼 수 있으니 색다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QR 코드를 적용해서 책과 음악이 연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방식의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말로 표현되는 것만이 언어가 아니라 귀로 느낄 수 있는 것도 언어라고 한다. 또한 소리는 귀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소리에 울림이 있다면 그것도 또 다른 언어가 되는 것이다.  

신선함이란 이렇게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나게 될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인 것 같다.

또 다른 감정

이전에 강신주 교수의 [감정수업]을 읽었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철학자 스피노자가 정의한 48가지를 바탕으로 현실과 접목하여 잘 설명해 놓았다. 48가지의 감정중에서 '모멸감'을 찾아보았지만 여기에선 제외되어 있었다. 비슷한 의미로 '경멸과 멸시'라는 감정이 있는데, 저자는 이 두 감정이 포함된 모멸을 더 큰 의미의 단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의 감정은 몇 가지나 될까? 아마도 몇십 가지는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분함, 억울함, 나약함, 슬픔, 적의감... 등등 이렇게 쓰 놓고 보니 스스로 갖고 있는 감정상태가 쉽게 나열되는 느낌을 가지게도 된다.


우리는 감정의 감옥이라는 큰 장벽 안에 갇혀 있다. 내 감정을 들킬까 봐 감추기도 하고 상대방을 모욕하고 경멸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 내가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 약해지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제레미 밴담이 만든 파놉티콘의 감옥처럼 세상에 널려 있는 것이 CCTV를 비롯한 감시망들이다. CCTV는 행동에 대한 감시 도구이지만 우리의 감정을 읽어내고 통제하기 위한 여러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나도 모르는 내 감정과 패턴을 읽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수치심과 모욕감

'수치심'은 본인의 잘못이나 결함에 대한 타인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부끄러운 감정이고, '모욕감'은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화가 나는 감정으로 대비되고 있다. 즉, 수치심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기의 모습에서 유발되는 감정이라면, 모욕감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나 방식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64-

수치심보다는 모욕감, 모멸감이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사람은 나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나의 하루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만 같다. 타인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나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해서 일 것이다. 맹자의 가르침인 '수오지심'(부끄러운 마음을 아는 것)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수치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에서 보다 자유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은 모욕감보다도 인간적인 서글픔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 누군가에게 수단으로 쓰일 때이다. 나를 이용해서 목적을 이루려고 할 때,  나는 하나의 도구로 밖에 활용되지 않는 것이다. 철학자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에서 정언명령 2번인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사람을 수단으로 삼지 말고 언제나 목적으로 대하라"는 도덕법이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야 사회 공동체 안에서 도구가(수단) 아닌 인격체로 인정받는 삶(목적)이 될 것이기에 말이다.


모멸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10여 년간 감정노동 업무에 종사한 분께 모멸 or 모욕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독서 나눔을 통해서 물어보았다. 그분은 그 순간은 대응하지 않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고 한다.

왜? 그런 심한 말을 했을까?

마음에 심한 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까?

저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안되는데?

불쌍하다!

더 배우고 마음이 너그러운 내가 이해해주자!

이런 마음을 가지는 훈련을 스스로 해 보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위안을 갖게 되며 스스로 자존감을 갖게 되더라는 것이다.


모멸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 같다. 모멸감을 주는 상대를 아예 멸(滅)하도록 응징해 버리는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름의 지성인(?)들은 언어폭력의 대응보다는 보다 지혜롭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자존감도 당당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기에,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당당해져야 한다.

타인에게 주눅 들고 자기 자신에게 의기소침하지 말고 자신의 감정에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를 세울 수 있는 힘, 자존감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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