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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Mar 29. 2016

절름발이 의자와 엉덩이

회의실 의자를 무심히 쳐다보다 슬픈 느낌이 들어서...

너는 언제 부터였니?


라고 물어만 줘도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 거야!  나는 항상 구석에서 다른 이들이 기피하는 대상이 되었지. 관심 받지 못함의 비애를 스스로 체득하고 나니 군중속의 외로움이 왜 슬픈일인지 알게 되더군.

나도 한때는 잘 나가는 의자였지. 정교한 스틸의 굽힘을 통해 네 발의 안정감과 볼륨감으로 엉덩이와 등에 최적화 되었다고 자부했었지.

그래서 열심히 일했어.

사람과 사물에 차별도 두지 않았고 남들은 불안해하며 기피하는 0.1톤 이상의 무게에도 주눅 들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수긍하며 살았였어.


그런데....

이제는 다리가 휘고 신발도 닳고 찢어져 불편한 모습의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지.

절름발이면 어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지라는 순진한 생각도 잠시뿐이었지.

내 모습을 찬찬히 뜯어 보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어느 순간 중앙에서 외진 구석으로 옮겨 버리더군.

아무도 찾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던 곳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지. 사람의 향기가 무척이나 그립더군. 고독한 시간을 보낸 후 알게 되었지.  가끔씩 찾아만 주는 이들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살포시 갖다 댄 그들의 엉덩이의 포근함에 감사하게 되더군. 어느 순간 슬픔에 중독되어 버린 나를 밝은 빛으로 인도해 주는 그들의 엉덩이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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