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크게 될 놈이다

(질문) 얼만큼 크고 싶니?

by 글 쓰는 나그네


매일 아침 눈 뜨면 아들이 하는 일이 있다. 자기 방에서 3초간 벽에 기대고 멈춰있다. 밤사이 키가 얼마나 자랐나 재 본다. 그리고 실망과 환호가 번갈아 나온다. 어제보다 2cm 작아졌다고 급실망하거나 1cm 커졌다고 환호하는 모습이 매일 반복된다. 모든 삶의 기준이 성장이라는 한 단어, `키`에 쏠려있다. 실망과 환호의 단순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다. 기쁨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같이 중요한 일이다. 아들에게는 매일매일의 1cm가 그렇다.


1cm에 일희일비하는 아들도 자제하는 단어가 있다. ‘유전`이란 단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인자는 분명히 있지만, 유전의 영향은 미비하다고 말한다. 부모를 위한 배려라고 이해하고 싶다. 선천적인 요소보다 후천적 요소가 더 강하다며 스스로를 묶어둔다.


며칠 전 집 앞에서 아들을 만났다. 아들을 기다리는 친구들은 키가 한 뼘은 더 커 보였다. 저 틈에서 자신을 제대로 지키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운동으로 해소하고 있다. 복싱도 했고, 유도도 배웠다. 학원 마치고 밤늦게 운동해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격투기 종목들이지만 그 운동을 통해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지금은 좋아하던 운동을 접었다. 대부분 근력 운동이 동반되기에 키가 크는데 장애가 된다는 이유이다. 유도한다니 주변에서 키 크는 데 문제가 된다는 말이 많았다. 고민하다 잠깐 쉬었다 하겠다면서, 벌써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응원해 주고 싶다. 궁금해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몇 cm까지 크고 싶니?"

"183cm요

"왜? 183이야?"

"내가 좋아하는 야구선수 키가 183이라서"


나름 명확하고 분명하다. 보통은 분명한 이유가 없다. 대략 그 정도쯤이라는 개념으로 얘기한다. 거기에 비하면 이 만큼 크겠다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아들에게 더는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도달하지 못한 ‘180’이라는 그 높은 곳의 공기를 너는 마시고 누렸으면 좋겠다. 아들을 통해서 못 이룬 꿈을 이루어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의 관점에서 또래보다 작은아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나의 유전인자를 당연히 받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아들의 성장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은 점이다. 잘 먹고 스스로 잘 크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한참 클 시점의 시기를 놓치게 했다. 설비도 투자해야 유지보수는 기본이고 성능이 향상되는 이치인데, 사람의 성장도 당연한 투자가 필요하다. 적절한 때, 적절한 기운을 불어넣어야 자극받고 성장하게 된다. 그 시점은 부모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이다. 스스로 잘하는 자녀도 많고 스스로 잘 크는 자녀도 많지만, 부모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성장 조건이 가능했을 것이다.


올 초에는 보약을 먹이려고 하다 침을 맞아보라는 권유에 일주일간 집중 시술을 받았다. 침을 통해 성장판에 자극을 주면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키가 크려면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한데 그 자극을 전문적인 침술을 통하면 효과가 크다는 말에 혹했었다. 아들도 열심히 받으려 다니면서 한껏 기대하며 매일 아침 3초간 벽에 기대는 횟수도 늘었다. 기대감이 큰데 비해 효과는 미비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그 자극이 더딜 뿐, 어린 대나무가 죽순을 만들고 난 이후 쑥쑥 자라듯, 아들도 쑥쑥 성장할 날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대나무 숲]

뿌리부터 튼튼하게 해라


한여름 시원한 대나무 숲을 걸었다.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에서 하늘을 우러러 쳐다봤다. 숲이 촘촘하고 울창하다. 이런 대나무들이 한순간에 만들어졌을까? 이런 모습만을 보고 멋있다고 하고 때마침 바람이 불어주면 시원하게 가슴이 뻥 뚫리는 곳이라고 감탄한다. 하지만 대나무에도 상상 이상의 인고의 시간,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에 그냥 크고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대나무는 씨를 뿌리고 ‘모죽’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모죽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물을 주고 아무리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어느 날 손가락만 한 죽순이 돋아나고 주성장기인 4월이 지나면 갑자기 하루에 80cm씩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30M까지 쭈~욱 성장한다.

[모죽]

그렇다면 모죽은 왜 5년 동안 자라지 않았을까? 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학자들이 궁금해서 땅을 파 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 뿌리의 길이를 합하면 10M가 넘도록 땅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한다. 5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숨죽이고 아래로 뿌리를 내리며 힘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5년 후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그동안에 숨겨놓은 자신의 강점을 한순간, 당당하게 펼쳐내는 존재가 모죽이다.


“아들, 너는 크게 될 놈이다!”


아들, 모죽처럼 너도 ‘크게 될 놈이다.’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하며 바닥을 다지는 시간일 뿐이다.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은 그 뿌리를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잘 먹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눈에 드러난 하나, 그 성장에만 치우치지 마라. 키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키보다, 마음의 뿌리는 더 깊고 더 넓어야 한다. 마음 밭이 풍성한 사람이 세상을 따듯하게 만들 수 있다. 몸집만 크는 사회는 욕심도 함께 크게 된다. 바라는 것, 기대는 것, 탐나는 것이 넘치는 세상이 된다. 이것들에 대한 욕심이 사람보다 물질을 더 중요시하는 사회로 녹슬어 가게 되면 사람은 없어지고 재물과 권력이 판치는 부패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너는 벌써 아빠의 키를 넘어섰다. 한 걸음, 한 단계씩 전진해가고 있다.


“Don’t worry be happy. 너는 크게 될 놈이다.” 이 말 기억해!“








표지 이미지 : 네이버 블로거, '다빈치 엑스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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