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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30. 2021

더위야 물렀거라!

더위가 한겨울 눈보라처럼 밀고 들어온다. 창가에 비친 햇살의 따가움이 고드름보다 시리고 눈보라보다 매섭다. 문을 활짝 열어젖혔지만 누그러들기보단 세찬 비바람에 몸이 밀리듯 뜨거운 바람에 뒷걸음친다. 칸칸이 도배된 공간에선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그냥저냥 후덥지근한 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맞 뿐.


"정면으로 맞서라!"


삶의 모토이자 위기를 대하는 태도다. 얇은 셔츠를 벗고 바지도 벗고 팬티 한 장 걸쳐 무더위와 맞다. 한겨울 눈밭에 선 내 모습을 상상하며 '더위야 물렀거라' 외치며 땀방울과의 씨름에 한창이다. 너도 배출 한계가 있을 터. 땀구멍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 한없이 흘러내리고 나면 그 구멍 한 호흡 한 호흡 숨을 들이키며 시원한 냉기를 흡입하겠지. 땀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한껏 쏟고 부어버린 후 바닥에 몸을 맡겼을 때의 맑은  시원함. 승리자의 도취, 자기 체면, 무언가를 해 냈다는 자부심. 시 불러본다.


"더위야 물렀거라!"


조선시대 의젓한 선비의 모습이 팬티 한 장 걸친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공수래공수거' 무소유가 삶의 길이고 진리일까? 한바탕 휘몰아친 이후의 고요한 평온함. 다시 일어나 시원한 폭포수의 물줄기를 샤워 호스 타고 온 몸에 전달하고 나면 개선장군 마냥 뿌듯한 이 느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순간의 성취감, 승리자로 도취된 기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횃불처럼, 다시 돌아온 뜨거움. 냉온탕을 반복하면 삶은 더 뜨거워질까. 아니면 차가워지려나? 뜨거움도 차가움도 피하는 회색지대의 삶이 더 나으려나? 피고 나면 다시 지는 꽃잎처럼 소멸해가는 삶이 우리네 인생이다. 피었다 지고 다시 피는 삶의 무한반복도 언젠가는 멈출 터. 매번 반복되는 일상에 왜 그리 민감한지. 큰 일을 겪고 난 이후의 나조차 이럴진대, 무탈한 삶만 산 우리 아이들은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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