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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Jul 29. 2021

무려 60일 동안 못 보았네요 ㅠ_ㅠ

"작가님 글을 보고 싶습니다.. 무려 60일 동안 못 보았네요 ㅠ_ㅠ"


누굴까? 궁금했다. 그래서 문을 꼭 잠그고 한동안 닫아둔 브런치의 빗장을 열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살포시 들여다봤다. 누구의 소식일까? 어떤 알람일까? 보는 순간 헛웃음과 함께, 속았고 놀랐고 반가웠으나 허탈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글귀였는데, 자동 로직에 의한 브런치 알람이다. 매일매일 문지방 닳듯 드나들다 찾지 않으니 안부 문자를 보낸 것이다. 어쩌면 사람보다 낫다. 죽었나 살았나 관심 가져주는 이가 있으니.


글이라는 게 참 묘하다. 끊고 잘라내듯 절필(제대로 쓴 글도 없어면서...)해보려 해도 어느 순간 펜을 잡고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원형의 궤에 갇힌 듯 돌고 돌아 다시 이 자리, 브런치로 되돌아온다. 이곳이 고향같이 푸근해서일까? 아니면 말 못 할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일까? 한동안 유튜브에 빠져 시간 죽이며 사는 삶에 빠졌다가,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것 같아 손바닥만 한 핸드폰을 들고 주식 시장에 온 몸을 맡기며 허탈해하다, 멍한 눈 들어 늘 한 번 쳐다보면 왜 그리 서글픈지. 죽다 살아 난지 얼마 되었다고, 삶을 사랑해도 모자랄 판에 허무해지는 것은 왜일까? 병원 벽면에 커다랗게 붙어 있던 현수막이 떠 오른다.


"다시, 일상으로"


그렇게 돌아가고픈 일상으로 복귀(복직까지는 아니지만)했는데, 이게 내가 바라던 삶의 정답은 아닌가? 아니 정답이라는 게 없는데 정답을 찾아 헤매다 원형의 궤에 다시 빠져가고 있는 것일까? 끊임없는 삶의 언저리에서 맴돌다 지친다. ' 사랑하자. 가족을 사랑하자. 나를 사랑하자.' 수 없이 되는 이 말에 희망의 끈을 잡고 있다. 아직 사랑할 대상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평소 좋아하는 사랑에 대한 문장이 있다. "승리하려 하지 말고 사랑하길 원하시오. 승리자의 곁에는 항상 패배자가 존재하지만, 사랑하는 자 곁에는 항상 사랑받는 자만이 존재하니!"


암과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친구를 사랑하는 존재로 남겨두긴 싫다. 사랑보다는 승리가 필요하고 곁에 두기보단 소멸시키기를 원한다. 아직도 1년 반의 유지치료(항암) 기간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면 항암의 고통은 짧은 시간 뿐이다.

 

문을 잠그고 한동안 닫아둔 마음의 빗장을 열어야겠다. 살포시 고개 내밀어 '나, 왔어요!'라며 인사해보련다. 쑥스럽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는 일상은 행복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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