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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May 04. 2016

감정수업 (강신주)

48 가지 인간의 얼굴

노란색 표지에 마음이 계속 이끌린다. 아마도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가 야간비행의 첫 책으로 방점을 찍어서인가 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읽고 난 후 공허함만이 남았다. 열심히 읽긴 읽었는데 머릿속엔 정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감정의 윤리학'에서 얘기하는 아주 단순한 사실, 즉 타자를 만날 때 우리는 기쁨과 슬픔 중 어느 하나의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표지의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의 얼굴'이라는 짧은 멘트처럼 스피노자가 정의해 놓은 48가지의 감정을 48권의 고전소설을 통해 드러난 감정선을 저자는 따라가고 있다.  또한 저자의 어드바이스' 코너를 통해 실제로 말하고 싶은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48가지의 감정을 '가스통 바슐라르'가 정의한 4 원소를 기반으로 땅, 물, 불, 바람의 4가지 챕터로 인위적으로 분류했다. 각 챕터의 분류 자체에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감정을 쉽게 이것이다라고 정의해서 분류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왜? 감정을 48가지로만 분류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다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정의된 감정이 혹시 48에서 멈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의문과 지극히 단순한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래서 49번째 감정인 '시기'를 추가하면서 나도 또 다른 저자라며 자부해 본다.


각 감정별로 소개한 책 list를 보면서 마음이 씁쓸해졌다. 내가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사실에 쑥스러움과 분노의 마음까지 들었다. 소설책을 별로 읽진 않았지만 삶의 이야기는 소설만 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가 있는 삶, '더 나은 이야기 만들기'가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삶의 방향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삶도 한 권의 잔잔한 물결로 표현되는 소설로 엮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감정인 '비루함'에서 "노예는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고 한다. 사랑은 오직 자유인에게만 허락된다"는 구절에서 잠깐 멈춰 섰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라며 스스로 반문하게 되었다. 자신의 삶에서 완전한 주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려는 무무의 주인공 '게라심'처럼 내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세상의 노예, 돈의 노예, 일의 노예로 구속되어 살아가는 한심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필요하며 그것이 더 나은 이야기 만들기라 생각된다.  또한 '사랑'의 감정은 "자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데 사랑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니 위대함 그 자체이다. 단지 불꽃같은 사랑이라는 이름도 무덤덤한 '정(精)'이라는 놈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외에도 '박애' '연민' '욕망' '동경'... 등,  스스로 표현하기 힘든 커다란 감정의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부터 시작되고 자라는 것처럼 <감정수업>을 통해서 내 감정에 더 솔직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레베카'의 '드 윈터 부인'처럼 내 마음도 깃털처럼 공중을 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통해 내 안의 감정선을 자극해 보련다.



<48가지 감정을 순서대로 엮어보았습니다>


땅의 속삭임을 들으며,

1. 때로는 '비루함'에 나약해지고

2. 볼품없던 뒷모습에도 당당해지려는 '자긍심'도 갖게 되고

3. 사랑이라는 감정의 첫 시작인 '경탄'

4. 서글픈 승부욕으로 가득 찬 '경쟁심'과 함께

5. 욕심과 '야심'이 되어 완악한 마음의 병이 생겼다.

6. 자신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7. 나약한 자아가 '대담함'으로 과하게 채워져

8.'탐욕'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것을 보며

9. 나 스스로에 '반감'을 갖게 되나

10. 장발장을 변화시킨 '박애'의 마음과 함께

11. 사랑이라는 착각을 가지게 만드는 '연민'에 빠져

12. 지난날을 회상하며 '회한'에 잠겨 몸서리치게 된다.


애절한 물의 노랫소리에...

13. 멘붕에 빠져 '당황'하게 되고

14. 이런 나를 '경멸'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15. 주변의 '잔혹함'의 시선에 몸서리치다

16. 모든 것이 '욕망' 때문이라며 반성하게 된다.

17. 그래서 더 나은 삶에 대한 '동경'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려다

18. 벌레보다 못한 '멸시'

19.'절망' 가운데로  다시 떨어지게 된다.

20. 화려한 과거로 회귀하려고 '음주 욕'에 사로잡혀

21. 현실의 나는 부정하고 과거의 나로 스스로 '과대평가'하여

22. 다른 이의 '호의'는 무시해 버리고

23. 과거의 '환희'

24.'영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서글픈 삶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불꽃처럼...

25.'감사'하게 살아야지 하는

26. 자기희생의 '겸손'한 마음으로 단단히 묶어두려 한다.

26.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수치심과 잔인함이 더해진 '분노'

28.'질투'가 타올라 가파르게

29.'적의'의 마음까지 갖게 되더라도

30. 상대를 '조롱'하지 않을 것이며

31. 동물적인 '욕정'으로 더럽혀지지 않을 것이며

32. 스트레스에 쌓여 '탐식'하지도 않을 것이며

33.'두려움'에 흥분하지도 않을 것이다.

34. 다만, '동정' 받는 것에는

35.'공손'하게 거절할 것이며

36. 나의 행복을 위해 '미움'받을 용기를 가질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바람의 흔적처럼 지나갈 것이고...

37. 앞으로는 '후회'하는 삶보다는

38. 새로운 사랑의 시작인 '끌림'을 기대하며

39. 예전의 수치와 '치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40.'겁'쟁이가 아니라

41. 의심의 먹구름이 걷힌 상쾌함 가득한 미래의 '확신'

42. 내 안에서 또 다른 '희망'이 되어

43.'오만'

44.'소심함'과

45.'쾌감'

46.'슬픔'과 함께  

47. 마비되어 버린 '수치심'의 쓰레기 통으로 버리고

48. 내 안 가득한 분노의 '복수심'에서 자유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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