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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나그네 May 21. 2016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긍정적 사고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 인생이 최악의 상태에 놓였을 때'였다고 말한다. 건강에서만은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ing)의 효과를 부인하지 않고 있던 자신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무한 긍정주의의 폐혜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암은 축복'이라며 선동적인 구호와 함께, 부정적인 태도 탓이 암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자책감을 만들게하는 긍정적 사고에 대 반감을 갖게 되었다. 이후 긍정만을 강조하는 사회현상의 문제를 파치며 뿌리 깊게 박혀있는 긍정의 문화에 대해 '긍정의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적인 생각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이 실제로는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가 된다는 주장을 미국 뉴욕대학과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가브리엘 외팅겐 교수도 주장하고 있다. 2014년 [긍정적인 사고를 다시 생각하다]에서 20년간 여러 실험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환상)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 할 어려운 관문이 이미 해결된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일수록 혈압이 낮고 안정된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환상은 이루기 쉽지 않고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를 못 갖추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웃기는 소리 하네, - 문화일보 신문구절 인용->

이렇게 긍정주의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우는 이유는, 긍정주의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비판의식과 불평을 잠재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는 집단이 늘어나고 이들이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기에 긍정적 사고가 부정적인 비판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긍정적 사고를 통해 기업을 닮아가는 초대형 교회의 등장과 동기유발을 통한 성장주의 그리고 심리적 치료제의 역할을 벗어나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의무처럼 긍정주의라는 무기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 기업들은 그 산업의 으뜸 고객으로 부상해 마음의 노력을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좋은 뉴스를 게걸스럽게 소비했다.  -32-

긍정적 사고가 나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환경이 나쁜 것이다. 기업에 파고든 동기유발 산업으로 기업은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기유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을 재프로그래밍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활용도에 맞게 무한 긍정을 통해 직원을 일벌레로 만들어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 수단으로 동기유발을 이끌어내는 긍정주의가 기업의 입맛과 동기유발 산업간의 이해타산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기업만이 아니라 종교에서도 긍정주의가 이념화되어 초대형교회의 등장과 맞물려 번져 나가고 있다.

"조엘 오스틴 목사"를 취재한 방송 <60분>에서 신학 교수인 마이클 호턴(Michael Horton) 목사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기독교의 강력한 주제인 죄, 고통, 구원을 빼버린 오스틴의 세계관을 '솜사탕 복음'이라고 일축했다. 또 긍정 신학의 핵심, 곧 하나님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주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개념도 이단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종교를 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 관한 것으로 만든다"라고 말했다. -191-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라는 도서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이다. 목사라는 신분으로 하나님을 인용하지 않았다면 그럭저럭 자기계발서의 범주 내에서 인정해주고 싶지만, 종교에 관한 것이기에 복음을 이용한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 책으로 인해 돈은 무수히 많이 벌었고 교회도 대형교회로 확장되었고 인지도도 엄청나게 올랐다. 기독교의 딸을 쓴 긍정적 사고주의자이며 번영신학으로 대변되는 것이기에 더더욱 비판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말씀이 우선이 아니라 기복신앙과 교회의 성장이 우선이 되는 긍정의 힘은 하나님 보단 사람이 우선시되는 사람에 대한 책으로 정의해도 될 듯하다.


누구도 잔치의 흥을 깨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지만 저자는 스스로 큰 사회의 벽을 향해 사우팅(Shouting)! 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Shouting의 외침이 점점 탈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무한신뢰의 긍정주의에 학술논문과 저자의 책들을 통해서 일방통행방식의 긍정적 사고에 일침을 가하는 비판적 사고가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러한 무차별적 긍정적 사고에 대한 대안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세상엔 위험과 기회가, 죽음과 행복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쾌활하게 생활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는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강요하는 구조적인 폭력과 현싱를 보지 못하는 낙관주의의 나쁜 것일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 또한 무한 긍정주의자였고 지금도 여전히 긍정의 힘을 믿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인생을 더 행복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나에게도 긍정주의적 생각이 신앙처럼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긍정의 배신'을 통해서 무한 긍정이 무한 신뢰로 이어지지 않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시각으로의 사고의 확장을 가지는 계기도 되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을 믿고 싶고 믿고 있기에 긍정적 사고로 발등을 찍히지 않도록 현실을 직시하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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