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4번째 이야기]
저는 최근에 저녁밥을 안 먹는 실험 중입니다.
실험이라고 적고 보니 너무 거창한 듯해서 쑥스러워집니다. 하지만 45년을 넘게 자연스럽게 먹던 저녁을 안 먹고 있으니 실험이라는 이름을 부쳐도 무방하리라 생각되어집니다. 최근엔 저녁밥을 먹고 나면 더부룩한 기분과 점점 배가 나오는 것이 싫어졌습니다. 퇴근길에 가끔 운동삼아 1시간씩 걷지만 저녁을 배부르게 먹다 보면 별다른 효과를 못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꼭 삼시 세 끼를 먹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래서 저녁을 먹지 말아보자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생각까지는 언제나 할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을 실행하는 것이 언제나 문제로 남겨집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날 바로 실행했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생각난 김에 그날 저녁부터 굶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아내에겐 꼭 아침은 잘 챙겨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 제 마음대로 안 되는 변수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내와의 작은 다툼이 불씨가 되어 아침을 먹는 일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제 아내는 싸우고 나면 아침을 안 줍니다. 싸움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아마도 그 힘을 제거하기 위한 지능적 수단이 아닐까(^^)라는 의심도 해 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렇다고 작심삼일도 안 되어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일찍 일어나서 냉장고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 주섬주섬 반찬 거리들을 챙겼습니다. 구석구석 보면 먹을 것들이 눈에 띕니다. 간편식으로 먹을 수 있는 양반김도 있고 김치도 있고 몇가지 밑반찬도 있기에 나름 풍성한 아침상을 맞이 했습니다. 따듯한 국물과 찌개가 그리웠지만 이것만으로도 족합니다. 항상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것에는 이런 작은 위기들이 닥치지만 위기를 넘어서면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추진력을 갖게 되는 힘이 생깁니다. (지금은 아내가 정성들여서 잘 챙겨줍니다! ^^)
1일 2식의 효과는...
1일 2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배가 나오는 듯한 불편함과 더부룩함은 사라졌고 몸무게도 4~5kg 정도 감량되었습니다. 저녁 무렵이면 허기짐과 짜증은 동반되지만, 이른 저녁 허기질 때 마시는 주스 한 잔의 고마움과 풍요로움도 알게 되는 감사함도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치질 증세가 있는 나에게 화장실도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특혜도 주니 일석이조의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단, 영양소 결핍은 없어야 하기에 아침, 점심은 꼭 잘 챙겨먹으려 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내가 갈아 준 영양쥬스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덜 먹는만큼 몸이 제대로 적응할지, 어떨지는 제가 마루타가 되어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굶는 것도 먹고사는 문제의 하나일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만큼 풍요로워졌다는 반증입니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속담처럼 먹는 것을 탐하게 되면 건강을 잃게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삶은 먹고살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하는데 이렇게 굶기 위해서 투쟁을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밥심'으로 살아갑니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나고,
밥을 먹어야 생각할 수 있고,
밥을 먹어야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 즉 밥먹는 것이 해결이 되었을 때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같은 이상적인 세계에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힘과 권력은 결국 무력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근간인 먹고사는 '밥'의 문제에서 옴을 다시 한번 한 끼 밥을 굶어가면서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