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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n 03. 2021

마지막 날

 오늘은 비가 내리네요. 요즘 비가 자주 오는 것 같아요. 바깥은 비가 오는데도 여전히 아파트를 짓는 소리로 분주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저곳에서 일하고 있을까요. 제가 눈을 뜨는 무렵부터 바삐 움직이는 장비 소리를 가만히 누워서 듣고 있자면 그런 물음이 문득 들곤 합니다.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라. 제가 회사에 다닐 때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못다 이룬 꿈을 찾겠다며 퇴사를 했었지요. 퇴사 후 저는 꿈을 이루기는커녕 아직도 갈 길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만 하며 시간을 한참 보내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거대한 꿈을 좇는 것보다 소소한 일상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상이 있어야 꿈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을 테니까요. 일상은 꿈을 세우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터라는 사실을, 일상이 이어져 삶이 된다는 것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요?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몸소 겪어보지 않고는 얻어내지 못하는 삶의 지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혹 당신께서는 인생의 마지막 날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작은 일상이 모여 마침내 마지막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마지막을 위해 우리가 살아내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좋은 마지막. 단어가 거창하지만 좋은 마지막이란 우리의 일상처럼 소소한 것일 수 있습니다. 좋은 일상을 얽으면 좋은 마지막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지만 저는 인생의 마지막 날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입니다. 시작은 끝을 위해 존재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옷매무새를 단장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머리 끝이 상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지.'

 '몸이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체력을 꾸준히 단련해야지.'

 '나의 마지막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전하고 싶은 말은 제때 전해야지.'와 같은 것들을 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마지막이 애틋한 이들과의 이별이라 생각하면 슬프지만, 마지막과 마지막 후에 남을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그럴듯한 일상을 꾸릴 수 있는 힘을 얻고는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니까요. 그러니 아끼는 사람들에게 기억될 마지막을 위해 지금의 일상을 잘 살아내야겠습니다.


 일상을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기 위해 오랫동안 쉬었던 요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짜리 플로우를 끝내고 나면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도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지금의 마음 상태라면 요가도 분명 작심삼일로 끝나버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힘차게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기로 했던 각오를 자주 곱씹으며 작심한달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좋은 마지막 날 만들기는 아주 장기전이 될 프로젝트입니다. 그만큼 호흡을 조절해야겠지요. 장기전에 소질이 없지만, 지칠 때는 적당히 쉬어가며 힘내 보겠습니다. 당신께서도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이들을 위해 좋은 마지막을 생각하시며 남은 한 주도 힘 내주세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내일 다시 편지하겠습니다.


 21. 06. 03. 나무.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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