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고 있다.
작년 가을은 아이가 너무 어려 우리 둘 다 계절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하루를 버티는 데 온 힘을 쏟느라
가을이 언제 왔다가 언제 지나갔는지조차 모른 채 흘려보냈다.
그 시절 아이 곁에서 가장 오래 머문 건 아내였다.
밤낮이 흐릿해질 만큼 고단한 날들이 이어졌고,
아내에게 계절은 그저 창밖을 스치는 그림자처럼 지나갔다.
올해는 아내의 표정에서 계절의 여유가 보인다.
아이가 낙엽을 손에 쥐고 바스락 소리를 내면
그 작은 소리만으로도 아내의 얼굴에 조용히 미소가 번진다.
작년에 놓쳐버렸던 장면들이
올해는 우리 앞에 천천히 펼쳐지고 있다.
아이가 자란 만큼 우리도 함께 성장했고,
그만큼 마음에도 계절을 맞이할 자리가 생겼다.
두 번째 가을은 이렇게 다가왔다.
작년에는 스쳐 지나간 풍경들을
올해는 함께 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가을빛 속에서 우리는 다시 숨을 고른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계절이 주는 작은 온기를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