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첫 번째 종업식을 했다.
‘종업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낯설고 또 벅찰 줄은 몰랐다.
처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리디어린 아이를 낯선 공간에 두고 돌아서던 그 순간, 괜히 미안했고 괜히 안쓰러웠다.
혹시 울지는 않을까, 밥은 잘 먹을까, 낮잠은 자줄까.
문을 닫고 나오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씩씩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선생님 품에 안겨 환하게 웃으며 교실로 들어갔고,
집에 돌아와 유모차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의 이름을 먼저 찾았다.
“ㅇㅇ는?”
“선생님은?”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이미
자기만의 세계가 생겼다는 신호가 담겨 있었다.
낯설기만 할 줄 알았던 공간이
이제는 그리운 이름이 있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조용히 안심하게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더니 어느덧 종업식 날이 되었다.
작은 손에 꼭 쥐고 온 수료증과 ‘예쁜 미소상’ 상장.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들고 오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종이 한 장일뿐인데, 그 안에는 아이의 낯섦과 용기, 그리고 적응의 시간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잠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종이들이 하나둘 더 생기겠지.
그때마다 허둥대지 않도록 파일철 하나를 사 와 조심스레 끼워 넣었다.
비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그 종이를 보며
이건 단순한 상장이 아니라,
처음으로 세상과 마주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첫 페이지가 쓰였구나.”
아이에게는 그저 하루의 행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이가 조금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는 신호였다.
품 안에만 머물 것 같던 아이가
자기만의 자리에서 웃고, 배우고, 이름을 불렸다는 사실.
어쩌면 부모가 느끼는 감동은
아이의 성취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믿어보는 연습이 시작되었다는 데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파일은 점점 두꺼워질 것이다.
운동회 상장, 발표회 상장, 또 다른 이름의 상장들.
하지만 오늘의 이 한 장은
언제까지나 가장 앞에서 우리를 멈춰 세울 것이다.
너는 나중에 이걸 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고 넘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에게는
그 어느 상장보다 조용히 빛나는 첫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
너의 첫 페이지가 쓰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첫 장을
오래오래 손때 묻은 마음으로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