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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노아 Feb 18. 2020

강아지 SOS

사랑은 하고 사니?

개소리다.

옆집에 새로 강아지가 들어온 모양이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에는 내 집 두 칸 건너 견공 하나가 살고 나름 조용한 층에 산다. 그리고 바로 옆집에는 사람 사는 흔적이 없다. 가 붙여놓고 간 광고지나 가스 검침 방문 쪽지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강아지가 종일 짖어댄다. 누군가 새로 이사 왔거나 그동안 집을 비운 주인이 돌아온 모양이다. 목소리로 보아 녀석은 작은 견종이다. 평소 재택근무가 많아 집에서 일을 많이 하는 나에게 이제부터 소음 문제가 생긴 셈이다. 나는 애견인이라 짖는 강아지에 대해 크게 불만이 없지만 이번 일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왈왈 깽깽"


저녁을 먹으러 외출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밖에서 우리 집을 바라보았다. 내가 집에 불을 켜 놓고 나가서  옆집은 선명하게 구분이 간다. 그런데 옆집은 전등이 꺼져 있다. 녀석은 혼자 있는 것이 틀림없고 주인 없는 길고 긴 겨울밤, 어둡고 좁은 공간에 저러고 있어야 한다.



나는 새벽에 주로 일어난다. 아침 햇살이 당도하기 전  항상 커튼을 활짝 열고 해 맞을 준비를 한다. 아직 어둡지만 내 집의 생명체 구피들은 먼저 반갑게 인사한다. 그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아침을 먹을 수 있어서다. 여명이 당도하기 전  독서등으로 그들의 집. 어항을 밝혀준다. 혼잣말을 한다. "안녕, 아가들? 잘 잤니?" 아이들 먹이를 떨어트려 준다. 말썽쟁이 플래티부터 달려오고 작은 구피들은 입을 오물대며 화려한 꼬리를 흔들고 먹이를 쫒는다. 이어 블루투스 스피커를 어항 곁에 두고 모차르트를 들려준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얼굴을 보이기 전까지 새벽은 클래식과 함께 평화롭다. 음악과 갓 내린 커피 한잔, 브런치 작가들의 밤샘 산고로 태어난 아기 글과

몇 명 읽지 않아 늙어버린 지난 내 글의 통계까지 살피고 집필을 시작한다. 그렇게 죽은 듯한 밤을 보내면 부활한 듯 아침이 열린다.


' 휴, 오늘도 하루 더 살아남았군"


생명의 온기가 필요해


며칠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어류 꼬물이들과 혼자 말없이 집을 지킬 화초 한그루다. 집을 비우면 집에는 생명 온기가 없고 마른 냄새가 난다. 온기 없는 집은 영혼이 세상을 떠난 후와 비슷하다.


생명 온기는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사는 생명들을 연결한다. 그래서 집에서 에너지를 제일 많이 생산하는 아내를 "집사람"이라 부른다.  (물론 사전적 의미는 아니지만) 남자들 돈 벌어 오는 것이 생존의 최고 덕목인지 모르지만 집에 온기를 머금고 그 남자를 기다려주는 아내와 자녀, 애견, 애묘, 물고기, 화초들이 없다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없는 만큼은 또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은 무엇으로든 생명의 온기를 자주 만나야 한다.




동생은 애견 루이를 사고로 잃고 루이 동생 로이를 애기 때 입양했다. 생명을 잃어버린 세월은 해를 넘겨 한참 지나갔지만 집에는 아직도 떠난 아이의 사진이 걸려있고 녀석을 화장해 묻어준 그곳엔 매주 방문한다.  마음은 아직도 녀석을 품고 산다. 루이 동생 로이는 형아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란다. 복제개 같다. 같지만 루이 동생 로이는 다르다.  아니 같을 수가 없다. 이처럼 생명과의 인연은 억지로 지워지지 않는다.


내 여동생은 로이를 키우며  더 세심한 배려를 한다. 외출할 때는 깊은 산책을 시키고 먹을 것 과 신선한 물,  TV 소리를  작게 틀어준 후 " 금방 올게, 먹고 좀 자고 있어~" 집에서 노는 한량이나 가능해 보이는 사치스러운 생활 같지만 말하고 싶은 요점은  "관심과 사랑"이다.


로이는 집에서 어떤 물건도 물어뜯지 않는다. 오줌은 배변패드 정확한 위치에 싸고 큰 것은 주로 밖에서 해결한다. 동생은 산책 때 시멘트 길에 로이 배변은 손에 똥 묻을 만큼 박박 닦아낸다.


" 개 안 키우는 분들은 싫어하잖아"


이 똥 강아지는 타인에 대해 지독한 낯가림 말고는 거의 완벽한 동거를 한다. 귀가 길어서 자주 귀 청소 약을 넣어 주어야 하는데 우리 한테는 으르렁 거리고 수의사 앞에선 꼬리를 흔들며 얌전히 귀를 내어준다. 겁이 많아 예민해서 가족들은 전부 이 녀석한테 피나게 물려 보았다.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지만  이 아이를 양육하는 비결은 관심과 사랑이다.


이 사랑인내는 루이를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동생은 개들의 언어에 더 귀 기울여 듣고 아이는 눈 짓으로 자기 필요한 것을 말한다. 목이 마르면 정수기 앞에 가 혀를 두 번 내밀고, 배가 고프면 사료 상자 앞에 다리를 올리고 눈을 껌뻑인다. 혼자 두고 마트 다녀오면 오자마자 시장바구니에 코를 박는다. " 이건 호박!, 두부?, 마늘~, 고기^^, 버섯~, 상추 " 하나씩 꺼내 설명을 들으며

녀석은 돈을 많이 썼나, 자기 것은 없나 장바구니 검사를 한다.  


교감은 생명의 가장 중요한 연결 수단이다.


동물을 키우며 희생하는 노력은 몸이 불편한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그 얻음은 "조건 없이 주는 사랑 연습"이다.


인간끼리도  교감 없이 살고 있다면 가구에 둘러싸인 집에 혼자 사는 것과 비슷하다. 불편해서 아무와도 연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같은 생명의 시작점을 가진 식물과 동물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는 우주가 빚어낸 걸작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고 그 생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리챠드 도킨스는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문화의 진화를 설명하며 밈 meme을 "생각 혹은 믿음을 전달하는 정신적 유전자"로 설명한다. 이 또한 생명의 연결 장치다.




옆집 아이의 우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목소리와 톤을 보아 SOS다.


" 나 혼자야, 누구 날 좀 도와줄 수 없니?  무서워, 도와줘"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 사용한 지하실의 모스부호 morse code,  영화 엑시트 Exit에서도 사용한 그 신호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 왈왈왈, 우~우~우, 왈왈왈"


  옆에서 들으라고 쇼팡을 크게 틀어 주었다.


" 아가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네 마음을 이해하는 이웃도 있다고"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석아, 힘내" 그 녀석과 인사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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