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던 문자가 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돗물 공급 중단" 본능은 반사 행동을 시작했다. 가장 큰 들통에 물을 한가득 담았다. 샤워는 조금 일찍 하고 브런치는 나가 먹고 저녁은 중국음식 To go 하자. 흠, 이 정도면 충분하지? 화장실은? 물 없는 하루를 고민하자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럭저럭 그렇게 물 없이 잘 지냈다. 물 없는 하루 덕에 나는 이 도시 수돗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미국 수돗물은 석회가 많고 경수에 속한다, 바다 같은(남한 만한) 미시간 호는 10억 년 전 빙하의 붕괴로 만들어졌다, 인근 캐나다 국경과 인접한 휴런호는 미시간호와 서로 이어진 한 개의 호수다. 오대호 가운데 가장 큰 호수는 슈페리어호다." 오대호가 세계적 호수인 것은 알겠는데 그중 두 개 호수가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고? 오호, 그 사실에 무척 고무되었다. 갑자기 수돗물이 존경스러워졌다. 흠, 10억 년 전에 생겼단 말이지...
잠자리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식사를 하고 산책하는 등 모든 것이 정해진 시간에 이루어졌다. 칸트가 잿빛 코트를 입고 스페인 지팡이를 손에 쥐고 집 밖으로 나오면, 이웃들은 정확히 3시 30분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둘은 사랑이 시키는 대로 몸을 나누고 동거를 하거나 결혼을 한다. 그때부터 둘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만난다. 서로의 모습도, 언어도, 행동도 더 이상 가꾸지 않는다. 사랑은 더 이상 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계약에 갇혀 있거나 헤어지는 일도 사랑의 몫이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용감한 현대 소년 소녀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갈라서지만 체면이 중요한 옛날 사람들은 어찌하든 참고 살았다. 부모 가운데 이혼을 결정한 사람은 독립투사만큼 용기가 필요했다. 역사는 그렇게 천천히 구른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사람이 죽어 나가야 새로운 문화는 일상이 된다. 나는 청춘남녀의 사랑이 끝나고 일상을 만나는 순간부터 참사랑이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일상의 소리, 일상의 사건, 평범한 하루,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의 현실이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걸 이젠 분명히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