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코로나 백신은 의학 기술을 사용해 면역력을 얻게 하는 거잖아. 사랑은 원래 호르몬으로 하는데 마치 인간은 인격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사랑에 목숨을 걸게 만들지. 왜 그런 말 있잖아 우리가 유전자의 숙주라는 말. 문제는 사랑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짧고, 부패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매우 빠르게 뇌에서 아주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는 억지로 잡아놓으려고 부부계약, 결혼을 하잖아. 하지만 남자 안의 호르몬은 정복한 아내를 놔두고 더 많은 난자를 찾아다니지. 세상에 더 많은 자기 유전자를 뿌려야 하는 본능 때문에 남자는 꼭 두꺼비 위에 올라타는 개구리 같아. 남자만 그런가? 여자는 경제적 이유나 보편적 문화에 영향을 받아서 정자를 찾아다니는 본능을 억제하고 사는데 어떤 경우는 애 낳고 더 좋은 정자를 다시 찾아 나서기도 하지. 그런데 이것을 제어하는 장치가 사랑의 종착역 아이들이야. 부부의 남은 생애를 바로 아이들 때문에 탈진해버리지. 다 키우고 다 주면 곧 죽어, 연어처럼... "
"그래서 부부계약으로 행복하려면 아니 결혼한 삶이 건강하려면 지금 배우자와 잘 사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봐.
혹시 그 사건 들어봤어? 텍사스에서 일어난 한인 부부 방화사건. 그때 신문에 크게 난 사건인데 난 모르고 지나갔거든. 우리 선배 J형 알지? 그분 대학 직통 후배였대.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결혼해서 동부에서 박사학위 했는데 다행히 교수 임용되고 부인도 같이 졸업해서 교수가 된 거야. 당신네들처럼 부인이 한국에서 좀 있는 집 여자고 남자는 없는 집 남자였데. 이 말을 할 때 가영은 눈을 흘기듯 찡긋하며 나를 노려봤다. 부부 사이가 안 좋았나 봐. 그런데 누가 봐도 단란한 엘리트 부부잖아? 게다가 텍사스에 대학으로 둘 다 교수 임용돼서 이사 가니 가문의 영광이요 경사가 난거지. 떠나기 전에 그 친구가 우리 선배를 자주 만났데. 만날 때마다 "선배 사는 게 힘들어서 죽겠어요" 그러면 선배는 "난 더 힘들어, 다 그렇게 사는 거지" 하면서 말만 들어주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런데 이사 가고 얼마 안돼 아이만 어디 맡기고 남편이 아내를 총으로 살해하고 집에 방화를 한 뒤 자기도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거야. 우리 선배, 그 소식 듣고 기겁하면서 내 탓이라고, 내가 그때 좀 더 심각하게 문제에 들어가서 도와줬어야 하는데 하면서 서럽게 울더라고."
"다시 내 이야기로 넘어가지. 난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진정한 사랑이었어. 내가 어려서 같은 학교, 같은 교회, 한 동네 살던 착하고 예쁜 여자아이가 내 첫사랑이라 생각했었는데 대학 다닐 때 내 친구하고 바람나서 헤어졌어. 헤어진 지 얼마 못가 내게 돌아와 받아 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더니 졸업하자마자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버렸어. 한 번은 그녀가 동창들 모아놓고 집들이하는데 나도 초대를 받았지. 분위기 무르익을 무렵 나를 조용히 따로 불러서 다른 방에 가더라. 너랑 헤어지고 힘들어서 그냥 결혼했다고, 여기 집 근처가 공군 성남 비행장인데 비행기 소리 날 때마다 공군에 복무하는 네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었다며 흐느껴 울더라고. 갑자기 분위기 먹먹해져서 내가 노래해줄게 라고 했더니 피아노 전공한 그녀가 내 18번 유일하게 원곡으로 외우는 아델라이드를 연주했어. 옛날 함께 연주하던 기분으로 노래하자 친구들이 노랫소리 듣고 방으로 들어오고 ( 친구들은 우리 사이를 다 알아) 둘은 슬프게 마지막 노래를 했어. 그 후 그녀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지. 내 첫사랑은 그렇게 사라지고 다시 참사랑을 찾았지만 다 실패하고 지금 여왕폐하를 모시고 사는 내시가 된 거야."
"이 사람 하고도 전쟁 같은 사랑을 했어. 처음엔 사랑하고 그다음은 피나는 전쟁, 휴전, 다시 전쟁, 북한하고 사는 것 같았어. 마침내 한국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종전선언을 했지. 사랑이 변해서 우정으로 가더라. 많은 사람들이 우정으로 진화하는 경우도 관찰했지. 의식하지 않고 우정으로 진화하는 경우와 생각해서 사랑을 우정으로 승화하는 경우가 있더라. 난 후자야. 왜 스필버그 감독 영화 Catch me if you can에서 생쥐의 일화 나오잖아 어린 프랭크에게 아버지가 들려주는 인생철학 이야기, '생쥐 두 마리가 우유를 담은 양동이에 빠지고, 한 마리는 적당히 살려고 발버둥 치다 포기해서 죽고, 두 번째 쥐가 포기하지 않고 저었더니 우유가 치즈가 되었다는...' 사랑도 그런 것 같아. 호르몬 유효기간이 끝났을 때 포기하면 휙 사라져 버리지. 썩어서 버려야 해. 나는 우연히 발견했지만, 남자가 변하고 남자가 성숙해져야 사랑이 살아있는 우정으로 변한다고 생각해. 남자는 쥐고 여자는 우유야. 여자는 계속 우유통을 들고 쥐를 빠트리려고 노력하고 남자는 사랑을 포기 말고 계속 저어야 한다고... "
"사랑 백신이 뭐냐 하면, 사랑에 대한 깨달음이야. 나는 사랑을 소유라고 생각하고 살았어.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내 것이고 내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면 행복해진다고 말이야. 싸우면서 알게 됐지. 남녀관계는 지구와 달처럼 상호의존적 관계라는 것을. 지구가 달을 소유하려고 하면 행성 충돌이지. 둘 다 망하는 거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각자의 자기가 있고 어차피 이번 생에서는 남자가 더 커야 돼. 달을 리드해야지. 아니면 마님이 지구 하던지. 야생화를 들에서 오랫동안 보는 것이 낫지 꺾어서 병에 꽂으면 시들어 죽잖아. 그렇게 오랫동안 일정한 괘도를 유지하고 돌다 보면 내가 지군지 달인 지, 그녀가 지군지 달인 지 헷갈리게 돼. 우정인데 행복하고 사랑할 때 느끼던 호르몬이 생산되는 것 같아. 섹스할 때 느끼는 그 열정의 감정이 은은하게 오래가는 향수 냄새처럼 오랫동안 같은 공간의 삶에서 남아있지. 우린 지금 그렇게 노력하고 사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