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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쥐, 망각쥐

by 강노아

새벽 두 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잠이 확 깨기 전, 좀 더 자야 한다. 그런데 머리천장에서 후루룩 드르륵 쥐새끼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생각쥐.

무시해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자고 있다"


"우리 집 마당엔 고양이가 있다."

소용없었다. 쥐는 점점 늘어났다.


생각쥐 뒤엔 망각쥐가 따라다닌다. 내일모레도 생일인데 한 살씩 늘어갈수록 망각쥐가 한 마리씩 태어난다. 대낮에도 집구석구석 누비며 나를 괴롭힌다. 어제는 핸드폰을 어디 둔지 몰라 한이십분을 헤매었다. 그것은 충전기에 꽂혀있었다. 내가 꽃았나? 망각쥐는 뇌세포를 갉아먹고 눈까지 멀게 만든다.


새벽에는 생각쥐만 뛰어다니는데 오늘은 망각쥐도 깨어난 것 같다. 화장실에 물을 내렸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수돗물은 똑똑거리게 틀어놨겠지? 생각쥐와 망각쥐가 함께 어울려 뛰어다닌다.


이럴 바엔 벌떡 일어나는 게 상책이다. 브런치 피아노를 두드리면 쥐들이 다 사라질지 모른다. 아니다. 그냥 두 시간만 더 자자. 그러자 생각쥐가 바로 그림을 그렸다.


서부의 넓은 초원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풀을 뜯는 쥐떼를 본다. 내 옆엔 우리 집을 함바집으로 알고 드나드는 마당냥이 뭉치, 보리, 타이거, 퓨마, 업둥이가 바닥에 등을 비비며 누워서 논다. 곧 퇴근시간이다. 아이들 몰고 집으로 가야지.


더 잘 수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 땐 쥐덫이 최고다.


내 필살기는 너튜브의 우주다큐다.


" 우주는 언제 태어나고 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자 이제 저와 함께 우주로 여행을 떠납시다"


덜컥, 생각쥐 한 마리가 잡혔다.

덜컥, 망각쥐도 잡힌 거 같다.


쥐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개장, 칠뜨기, 팔보채...


드르렁, 드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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