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
바야흐로 그때 일하고 있던 직장에서의 근로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었다. 지금은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당시에는 ‘서른 살’이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최승자 시인의 <삼십 세>라는 시에서처럼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 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결혼해 신혼 중이던 친언니에게서 경기도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언니는 결혼하면서 나와 같이 살던 대구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갔었다. 당시 묶여있는 직장도 없이 자유의 몸이었던 나는 상경이 내게 새로운 희망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경을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짐을 정리하고 언니 곁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언니 또한 지인 하나 없는 외지 환경에서 외로웠을 테고, 나 또한 상경에 대한 희망과 로망이 얽혀 이사를 감행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형부는 해외출장이 잦은 편이었다. 조카들을 독박육아 중이었던 언니는 나와 함께 살기를 원했다. 형부는 충분히 불편할 수 있었을 텐데도 흔쾌히 방 하나를 내주셨다. 거기서 나는 새로운 직장을 구했고, 새로운 곳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기에 이른다.
아가였던 조카들도 조금씩 크고, 언니도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이라 언니가 서울로 학원을 갈 땐 내가 병아리 같은 조카들 손을 잡고 어린이집에 등원과 하원을 시켰다. 언니가 학원에서 늦고 형부도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조카들 옆에서 “안 자면 도깨비 나온다~” 라는 말로 아이들을 재우고 나도 곁에서 덩달아 잠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