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자취인의 생활백서

by 노아 진

다 큰 성인들이 같이 살면 힘든 일이 많다. 자꾸 부딪치는 일이 생긴다. 큰 사건이 생겨서 부딪치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들 때문에 다툼이 일곤 했다. 밤에 늦게 들어와서, 빨래를 같이 개지 않아서, 샴푸를 다 써서, 반찬을 많이 먹어서.


별별 사소한 일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는데 언니와는 결혼 전에도 같이 살았지만 살림하랴 공부하랴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언니에게는 나의 역할이 시원찮게 느껴졌을 만도 하다. 그래도 내가 결혼적령기였으니 곧 결혼할 거라 믿었던 것 같다(그건 나를 포함해 모두의 동일한 생각이기도 했다).


점차 환경이 익숙해지면서 지인들도 생기고 연애도 했지만 결혼까지 다다르진 못했다. 나의 빠듯한 월급으로는 막상 독립하기도 불안해 오랜 날을 미루던 어느 날, 독립을 결심하게 된다.




언니네 집과 불과 10분 거리로 말이다. 일상의 다툼이 소소히 있었을 뿐 사이가 나빠진 것도 아니었고, 직장도 가까웠기에 딱히 멀리 이사 갈 필요도 없었다.


오랜만에 자취인이 되고 나니 작은 평수의 원룸인데도 자꾸만 신이 났었다.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인테리어 아이템들을 매일같이 검색해 월급 때마다 조금씩 채워 나갔다. 대부분은 가성비템이었다. 인테리어 가구나 소품을 정하는 기준은 이러했다.



첫째, 내 경제 수준에 적당하고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한다.

월세를 내는 처지에 무엇을 사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가는 행위였기에 욕망과 현실 사이에 적절히 조율하는 게 중요했다.


둘째, 화이트로 살 것

공간이 작을수록 컬러가 다양하고 덩치가 커지면 공간이 더 좁아 보일 수 있다. 가구를 등에 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크기가 적당한 아이템으로.


셋째, 조립 가구

DIY( : 조립, 수리, 장식 등을 직접 하는 것)를 사면 비교적 더 저렴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았다. 그때부터 ‘조립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전에는 드라이버를 쓸 일도 별로 없었다. 자취를 오랜만에 시작하게 되니 상황에 맞게 점점 나사와 드라이버와 친해졌고, 훗날에는 전동드릴까지 발전했다. 어려운 일이 있다고 계속 지인찬스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병뚜껑도 잘 못 따고, 무거운 짐도 잘 못 들던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어떻게 해서라도 스스로 해내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결국 병뚜껑이 열리고, 무거운 짐도 밀고 당기고 도구를 동원해 이동시키기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였다. 나만의 식물이 생긴 것은.


그날, 일부러 꽃집에 간 것도 아니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무심코 한쪽에 정렬된 화분들에 시선이 멈춰 섰다. 그중에 내 눈을 끌었던 건 40센티 내외의 작은 고무나무였다. 직접 들고 온 건지, 자전거 바구니에 담아 온 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의 첫 초록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