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May 23. 2024

SF동화 ④-한낙원과학소설상수상작

4회 수상집 - 마지막 히치하이커, 5회 수상집 - 푸른 머리카락

요즘 공모전을 보면 SF를 소재로 한 동화나 청소년소설이 수상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신춘문예가 생활동화 중심이었다면 출판사의 공모전이나 큼직한 상들은 판타지나 SF의 작품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어쩌면 이런 흐름이 '한낙원과학소설상'이라는 공모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린이와 문학'이라는 계간지에서 원고를 모집한다. 신인이나 기성작가들도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꽤 수준이 높다. 그리고 단편으로 책이 나오지 않는 다른 공모전과는 달리 이 소설상을 수상하면 우수작들과 함께 사계절출판사에서 책을 출판한다. 꽤 많은 작가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유명한 최영희작가의 [안녕, 베타]라는 작품은 이 상의 1회 수상작이다. 


이번 화에서 소개할 책들은 4회, 5회 수상작품집인 문이소 외 [마지막 히치하이커]남유하 외 [푸른 머리카락] 두 권의 작품집이다. 




먼저 4회 수상작집을 먼저 읽었다. 

문이소작가는 [나라는 우주]라는 엔솔로지를 통해 알게 된 작가인데 SF 단편 소설이 제법 많았다. [나라는 우주] 작품집에는 '우울할 땐 모하나'라는 작품이 실렸다. 


수상작인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동화수업 때도 꽤 많이 언급되었다. 치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왜 이제야 이 책을 읽었을까 후회했다. 


로봇 몰리오가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물에 빠진 로봇을 구한 여자아이 보나와 함께 몰리오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몰리오는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는 로봇이다. 사투리에 능하고 능청스럽기까지 하다. 그동안 흔히 보여왔던 로봇의 딱딱함과 똑똑함은 없다. 

보나와 또래 학년의 남자아이 같은 말투에 읽으면서 킥킥거렸다. 보나와 둘이 있을 땐 보나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냐며 꾸짖을 정도로 말투가 여느 남자아이들 같다. 

사투리를 쓰는 어른을 만난 몰리오는 그 말투를 그대로 복사한다.


처음 뵙겠어라, 으르신. 지는 보나 친구 몰리오라고 허요잉.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만 태워다 주시면 고맙겄어라. p18


로봇이 이런 사투리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웃기지 않을 수가 없다.


몰리오는 고향집인 대전으로 가야 하고 보나는 방학 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만들어 방학숙제를 해야 한다. 생각의 끝은 보나가 몰리오의 고향집인 대전까지 데려다 주기로 한다. 

고속버스를 겨우 타고 이동을 하지만 휴게소에서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버스는 떠나버린다. 정말 나쁜 사람 아닌가? 요즘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아동학대등으로 고소당하지 않을까? 

이야기는 일단, 이야기로.


그러다 대전으로 향하는 '희선이네 야채' 트럭을 히치하이킹으로 얻어 타게 된다. 아줌마와 몰리오, 보나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무사히 대전에 도착한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게 되는 몰리오. 

보나는 몰리오를 리어카에 태워서 고향집까지 끌고 간다. 그리고 다시 보나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굉장히 유쾌한 소설이었다. 이 소설 다음에 작가의 신작 '목요일엔 떡볶이를'이라는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소설 역시 해설가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SF소설에서 감동이 억지스러우면 재미가 반감되는데 두 작품 모두 재미와 유머를 깔고 감동을 얹었다. 작가가 요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경험한 내용들이 스며들어 있다.

다시 보게 된 작가이다. 


이 책에 실린 우수작으로 실린 다른 작가의 작품도 모두 괜찮았다.


남지원의 '로봇과 함께 춤을'이라는 작품은 동생이 떠난 후 가족이 슬픔에 빠져들고 아빠는 로봇이 되어 경제력을 키우려고 한다. 아들이 로봇으로 변한 아빠를 발견한 후 뇌까지 전환수술을 받기 직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예전의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은이결의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라는 작품은 우수작 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다. AI가 판사가 되어 판결을 내리는 설저이다. 며칠 전 최측근과 이 문제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판사가 아니라 AI가 판결을 내리면 좀 더 공정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물꼬를 터서 결국 AI자체가 인간이 만들었고 데이터를 심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 예시를 들어주었고 어쩌면 제대로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우수작인 민경하의 '잠수'라는 작품은 굉장히 예쁜 문장들이 많았다. 필력이 좋은 작가인가 보다 했는데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공부를 한 작가였다. 제주도의 해녀가 되고 싶다는 하연이 바닷속에서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전반부가 조금 길다 싶었는데 심사위원 역시 같은 평을 했다. 


과학소설에 대한 오해(재미없다는 오해, 어렵다는 오해)를 반감시킨 소설집이었다. 이 책을 읽고 '문이소'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있다. 개구진 작가의 문체가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좋다. 





다음 작품은 5회 수상작인 남유하 작가의 [푸른 머리카락]이다. 합평할 때 이 작품이 두 번 언급되었다. 한 글벗의 소재가 이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해 읽어봤더니 정말 비슷하긴 했다고 한다. 

소설이든, 동화든 먼저 책으로 나오는 게 장때이다. 


위에서 소개했던 [나라는 우주]에 남유하 작가의 작품도 실려 있다. '이모티콘 필터'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 역시 와, 남유하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온라인 북토크에 참석해 작가들을 만났던 책인데 각 작가들만의 특색이 있고 이 책 역시 실린 소설들이 다 재미있었다. 




지난 합평 때 이 작품이 언급되었다. 물방울을 소재로 동화를 쓴 작가에게 이 작품을 권해서 궁금했다. 2019년도에 이 책이 나왔다. 코로나 때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냈을까도 궁금했고 물고기 인간으로 보이는 책 표지 그림의 의미도 궁금했다.


이혼가정의 손지유가 처음 전학 온 날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이밀 행성인인 자이밀리언,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지나칠 때의 묘사는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여기까지 향이 나는 것 같다.  


그 애를 스쳐 지나갈 때 어렴풋이 바다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생미역에서 나는 짭조름하면서 향긋한 냄새. 아니, 내 착각일 수도 있다.
단지 열어 놓은 창으로 초여름의 바닷바람이 불어 들어온 건지도 모른다. p11


바다를 연상시키는 아이를 만났다. 소설 뒤에도 하재이가 지나갈 때마다 바다향기가 난다고 나온다. 짠내음의 바다향일까, 청량감의 바다향일까?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진다.  

손지유는 이 푸른 남자아이, 하재이를 만나길 기다렸던 것 같다. 그 아이 뒤에 앉아 파란 뒤통수를 보고 고모를 떠올린다. 가족들이 반대하는 자이밀리언과 결혼한 고모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유는 고모를 만난 적이 있다. 파란 아기를 안고 나타난 고모를 지유 혼자 봤다. 아기의 모습은 우리가 예전 'V'라는 TV프로에서 봤던 외계인과 흡사했다. (나이인증인가?) 


반투명한 푸름 갑각으로 뒤덮인 피부, 집게 같기도 하고 뾰족한 뿔 같기도 한 손톱이 달린 기다란 손가락, 툭 불거진 황록색 눈동자, 그리고 촉수로 뒤덮인 입. p15


이렇게 묘사된 이미지를 상상해 봤을 때 좀 무섭다. 고모부는 코쿤 상태(반투명 막에 싸여 기나긴 잠을 자는 것)로 들어가고 고모 홀로 아기를 키운다. 

자이밀리언과 결혼한 여자들은 모두 싱글맘인 것이다.

아이가 아빠를 보려면 잠수정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그곳, 코쿤 속에 잠든 아빠를 볼 수 있다. 


사소한 감정으로 지유와 재이는 다툰다. 자이밀리언이 살고 있는 S시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지유에게 재이는 '나도 너와 같은 지구인이다'라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하는가? 그들은 이곳에서 태어났어도 이방인처럼 보인다. 좀 다른 외모를 가지고, 좀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고. 

소설이 끝날 무렵, 표지그림의 상황이 벌어진다. 화해를 한 두 아이가 바닷물살을 가른다. 

아름다운 SF소설 한 편이었다. 


작가는 신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그를 대신할 '로이서비스'라는 작품을 실었다. 

죽은 사람을 꼭 닮은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설정한 기간 동안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와, 이 소설을 읽고 결국 울었다. 


그럼, 이만.


이 말 한마디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 떠나보낸다. 버튼 하나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사람이 생기를 잃고 표정을 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남겨진 사람들은 애통하다. 

과연 떠나보낼 수 있을까? 


이어 우수작들이 있었지만 워낙 앞의 두 편이 강한 인상을 받아서 인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반감되었다. 아마 뒤부터 읽었다면 또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몇 주 동안 SF동화를 읽다 보니 점점 빠져든다. 그 매력에. 



다음 주에 SF동화 시리즈 마지막 편이 이어집니다. ദ്ദി( ◠‿◠ )





이전 15화 SF동화 ③ - SFF환경동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