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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l 11. 2024

열한 살 이야기

황선미 - 열한 살의 가방, 이규희 - 열한 살의 벚꽃 엔딩

이번에는 주인공이 열한 살인 이야기를 두 편 가져왔다. 

동화 분위기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이야기다. 


2024년 4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인 이규희 작가의 [열한 살의 벚꽃 엔딩]과 100만 부 돌파한 작품인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열한 살의 가방]이다. 

주인공이 모두 5학년, 열한 살이다. 

초등학교에서 언니, 오빠, 형, 누나를 담당하고 있는 고학년을 맡고 있는 아이들이다. 



두 작품 모두 그 나이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은 물론,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주인공들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다.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죽음'과 '위탁가정'을 주제로 한 두 작품을 살펴보자. 




먼저 [열한 살의 벚꽃 엔딩]을 보면 책 표지부터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벚꽃나무 아래 꽃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의 표정이 정말 사랑스럽다. 

이 동화의 주인공인 이준이와 해나가 처음 만나는 장소는 작은 분교다. 

이준은 작업실을 넓게 사용하려는 부모님 덕분에 학교에서 살게 된다. 

분교를 집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커다란 운동장이 멋진 정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의 삽화를 맡은 이는 이지오 작가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줬다. 

책 속에 담긴 그림들이 싱그럽고 따뜻하다. 이런 부드러운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 


예쁘잖아. 다닥다닥 핀 연분홍꽃들이 내게 이야기하듯 하늘거리는 것도, 꽃이 질 때 꽃잎이 마구 흩날리는 것도, 비 오는 날 꽃비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것도. 그냥 다 좋아! p26  


벚꽃을 보고 싫어하는 이가 있으랴? 

핑크빛 비가 하늘에서 살랑살랑 내리면 필터를 입힌 듯 꿈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해나가 조금씩 몸을 움직이다간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해나가 몸을 흔들 때 벚나무에서 벚꽃 잎들도 춤추듯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p56  


스포가 될 수 있다. 

스포가 싫으신 분은 넘어가시는 게 좋을 듯하다. 



주인공 해나는 이 세상에 없는 아이다.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부모님을 떠나지 못해 아직 이승에 있는 아이. 

이준이 해나의 엄마를 찾아가 이야기를 전달하자 엄마는 눈물을 짓고 해나를 찾는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찾아온 죽은 이들의 영혼이 과연 존재할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라도 한 번쯤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예쁜 이야기가 펼쳐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슬픔이 드리워지지만 꼭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해나는 왜 그렇게 벚나무를 찾았는지 알고 나자 마음이 아리고 안타까웠다. 

어린 나이에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삶도, 남겨진 이들도 쓸쓸함이 느껴져 책을 덮으면서 조금은 먹먹했다.  




다음 책, 황선미 작가의 [열한 살의 가방]은 위탁가정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맨 뒷장을 펼치면 '가정위탁제도', '위탁아동', '위탁부모',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이 분야는 낯설었다. 

동화를 읽으면서 접하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의 여러 면을 보니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다 읽고 나서야 '위탁제도'에 대한 것을 읽었기 때문에 그 환경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주인공 믿음이는 위탁아동으로 이번에는 디자인 아줌마의 집에서 살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부의 집으로 가게 된 믿음을 보고 사람들은 좋은 환경에서 살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하라고도 한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봉지에 담아 옷장에 숨겨두고 지내는데 도우미 아줌마가 그걸 허락도 없이 버리기도 하고 아이를 혼낸다. 아이는 토를 하고 밤에 오줌을 싸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굉장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게 보인다. 

동화를 읽는데 부모교육서에 나오는 내용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을 보면 아이 입장에서 정말 아낄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다. 

자신을 버릴 때 쌌던 담요까지 모든 것을 아이는 버리지 않는다. 

그러다 캐리어를 찾게 되고 그 모든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의 장난으로 소중히 여기는 곰돌이 인형의 팔이 떨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물건인데 왜 이리도 사람들은 함부로 하는 걸까?



혼자 넓은 식탁에 덩그러니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어쩌면 아이는 혼자 먹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서로 서툴기만 하다. 

믿음이도, 디자인 아줌마도. 

사랑만 주면 되겠거니라고 생각한 디자인 아줌마도 반성을 하고 다시 재교육을 받는다. 

그동안 믿음이는 소망이가 속한 위탁가정에 잠시 가 있게 된다. 

소망이 위탁엄마는 믿음의 물건을 버리지 않는다.


믿음아, 아까 보니까 곰 인형 팔이 떨어졌던데.

그거 내가 꿰매 줘도 될까?

안 아프게 할게. p121


소망이 위탁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믿음이는 엉엉 울고 만다. 

어쩌면 믿음이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을 것이다. 

상처가 되고 슬펐던 마음을 소망이 위탁엄마가 쓰다듬자 울음이 절로 났을 것이다. 

이 아이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 같다. 


이 동화를 읽고 나서 이 제도에 대해 찾아보았다. 

관심이 혹시 있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https://ncrc.or.kr/ncrc/cm/cntnts/cntntsView.do?mi=1280&cntntsId=1247


대기현황을 보면 많은 가정에서 가정위탁을 하기 위해 신청한 것이 보인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 동화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현실을 옳게 반영하는 것이 좋은 동화인지,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동화가 좋은 동화인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다. 

현실을 빨리 맞닥뜨리게 하는 게 맞는지도 과연 의문이다. 


좋은 동화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과학적, 교훈적, 교육적인 것도 좋지만 마음을 쓰다듬어줄 수 있는 동화를 많이 썼으면 좋겠다.

공부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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