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와 청소년소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고학년동화로 구분될 수 있을 5-6학년이라면 초등학교 최고참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각 출판사에서 '높은 학년동화'(한겨레아이들)라던지, '1318 문고'(사계절)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창비나 문학동네에서는 청소년소설로 나오는 작품들은 중고생에 더 가깝다. 그보다 어린 학년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거나 읽을 만한 동화로 '주니어소설'이라는 분류를 발견했다.
이는 한 출판사에서 쓰이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하나의 장르로 표현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주니어소설'이라고 표지에 명시되어 있는 동화 2편을 가져왔다.
문경민 작가의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밝은 미래)와 김동식 작가의 [우주학교](학교 도서관 저널)이다.
이 책들의 표지에는 저자명 아래에 '주니어소설'이라고 쓰인 것이 보인다.
문경민작가는 [훌훌]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로 이 책 이외로도 주니어소설이 더 있어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
김동식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 읽어보지는 못하더라도 들어는 봤을 소설 [회색 인간]의 저자다.
두 작가 모두 소설가로 등단을 했기 때문에 내용은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읽은 작품은 문경민 작가의 [우리들이 개를 지키려는 이유]이다.
새로운 아파트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지구수비대가 '장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개를 돌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 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같은 여자친구들인 쓰리걸즈다.
지구수비대의 '장군'이 될 것인지, 쓰리걸즈의 '캔디'가 될 것인지 정하기 위해 아이들은 경기를 하기로 한다.
세 번의 경기를 통해 두 번을 이긴 팀이 강아지를 키우기로 한다.
아이들이 벌이는 일들은 참 기발하고 재미있다.
또한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이 나도 이렇게 웃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찬이도 준민이도 입을 틀어막고 고찬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을 소리 나지 않게 닫고 침대에 엎어져 꺽꺽거리며 웃었다.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고 배가 아팠다. 나중에는 웃음소리가 아니라 비명 소리가 날 정도였다. p73
잠꼬대로 구구단을 외우는 정혁의 모습을 보고 고찬이와 준민이가 깔깔거리며 웃는 장면이다. 아이들은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무작정 삭막하지만은 않다. 이것이 동화 속 인물이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수학시험을 보고 달리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승부에 최선을 다한다.
이기는 중이라는 느낌이었고 이미 승리한 기분에 양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대로 끝까지 질주하는 거다. 주희와 준민이 승부는 볼 것도 없다. 이걸로 사실상 끝난 거나 다름없는 거다, 그런 생각이었다. p107
서로 두 팀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결과 1:1이 된다. 마지막 경기. 그 경기를 앞두고 아이들은 한 마음이 되는데 그게 좀 안타깝다.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 등급이 있다. 잘 사는 아파트, 평수가 넓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골드클래스다. 가장 낮은 등급은 브론즈. 하지만 지구수비대, 쓰리걸즈는 브론즈등급에 조차 없다.
어른의 잘못된 인식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음이 보이는 장면이다.
마지막 경기에까지 다다른 아이들. 갑작스러운 쓰리걸즈의 주희 전화를 받게 되고 장군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는다.
동물병원에서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6년 전 우리 곁은 떠난 포미가 생각났다.
새끼를 낳다가 병원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포미는 우리 곁에 미남이를 남겨주고 떠났다.
개차반 미남이는 지금 개춘기가 왔다. 유기견센터에서 데리고 온 포미는 참 얌전하고 예뻤다. 엄마를 닮았으면 미남이도 제법 얌전할 텐데 이놈의 강아지가 정말 버릇이 없다. 아빠, 엄마의 배를 턱턱 밟고 지나가거나 형아 방에 가서 쉬를 하기도 하고 누나가 쓰다듬으면 작게 으르렁 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제지를 했더니 그래서일까? 좀 얌전해졌다. 어른강아지가 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수술을 하게 된 장군이를 두고 아이들은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한다.
천주교인으로서 성당이라는 단어를 책 속에서 만나면 참 반갑다. 그냥 반가웠다.
나도 같은 마음으로 장군이를 살려달라고 작가에게 기도했다.
필요하기 때문에, 쓸모 있기 때문에, 이득이 있기 때문에 장군이를 키우려는 게 아니었다.
장군이를 지키고 싶었다. p124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장군이의 앞날을 예상했다. 좋지 않은 쪽으로.
하지만 수술이 잘 되어 아이들은 경기를 재개한다.
그리고 캔디를 만나러 다시 동물병원으로 향한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방송을 권하고 수술비를 출연료로 해결해 보자고 권한다.
다행이었다. 캔디는 집이 생기고 여전히 아이들이 키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아이들은 해냈다.
두 번째로 읽은 주니어소설은 김동식 작가의 연작 주니어 소설 중 첫 장편인 [우주학교]이다.
다른 세 종족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만나 일상을 보내고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는데 SF나 판타지에 잘 모를 어린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힌다. 일상 자체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신 평범한 일상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이곳에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교회장을 뽑는 것도 세 종족에서 한 명씩 나와 결국 세 명이 다 전교회장이 된다거나, 공휴일이 종족마다 달라서 다 쉴 수 없으니 그냥 빨간 날을 다 안 쉬기로 하는 등, 평범한 듯 색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당이 다른 의원들을 공격하는 장면도 떠오르고.
13일의 빨간 날을 정해오라고 세 종족 회장단에게 말하는 수학선생님. 아이들은 서로 5일을 가지려 하지만 지구인 시현은 12일을 제출한다.
하루 가지고 서로 싸우느니 하루쯤 없는 게 낫잖아! p62
총 12일의 휴일이 생긴 아이들은 점점 학교가 좋아진다고 한다.
학교를 안 가는 날을 아이들이 직접 정한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낸 휴일을 보내는 학교.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세 종족의 의견을 교환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중재가 필요한 일이 생긴다.
그 해결안을 제시하는 어른이 사서샘일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가 안 될 수 있어. 하지만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이해'가 아니라 이해하는 '노력'이야. p79
이 학교의 또 다른 특징. 교직원의 종족은 비밀이다.
아이들이 알아챌 수 없는 이유는 상대방의 얼굴이 각 종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설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최근에 읽은 이희영의 [페이스]라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종족의 문화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