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마녀와 마법사.
저학년 동화에 많이 나오는 캐릭터다.
오늘 읽을 동화책 모두 창비출판사에서 나온 '초등 1,2, 3학년을 위한 신나는 책 읽기'문고 중 두 권을 가져왔다.
3학년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임은정 작가의 [별아와 딸깍 마녀], 여러 마법사가 등장하는 허가람 작가의 [이웃집 마법사]이다.
영원히 아이로만 남아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 컸다고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은 어른의 시점)
그동안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줬는데 이제는 못하겠다. 나도 내 인생을 찾아가 보고 싶다. (사춘기 아이의 시점)
'딸깍 마녀'가 나타나면 아이들이 변신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모범생 언니가 망아지로 변신했다.
별아는 저렇게 변하고 싶지 않았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누가 먼저 변신할 것 같은 지 투표를 하고 별아가 1위를 한다. 이유는 키가 커서.
변신하고 싶지 않았던 별아는 밤에 딸깍 마녀를 부르고 눈앞에 나타난 마녀는 자만한 모습의 할머니다.
딸깍 마녀가 들고 있는 메모지에 별아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것은 아이 자신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별아는 아니라고 한다.
아니라고 우겨도 소용없어. 아기라고 부르니까 짜증 났지? 엄마가 안아주니 갑갑해서 벗어나고 싶었고, 아빠가 도와주는 것도 귀찮았잖아. 이 모든 게 네가 변하고 싶어 한다는 증거야. p35
아이들이 변신을 하지 않으면 딸깍 마녀는 잠에 들 수 없다. 마녀 역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부모도 별아가 변신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 동화책을 읽으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났다. 아이의 감정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이번에 2편이 개봉해서 아이들과 보러 영화관에 다녀왔다.
왜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보면 눈물이 날까? 아마 아이를 키우는 입장의 부모라서 그럴 것이다.
나도 변하길 원하지 않지만 (벌써 변하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언젠가는 내 품을 떠날 아이들이니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안 되는 게 감정 아닌가?
별아는 반 친구들이 변신을 하는 것이 딸깍 마녀의 심술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만 하던 친구가 거북이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거북이로 변한 수아는 14개의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느려서 학원차를 탈 수가 없어 수아엄마가 학원을 모두 끊어버린다.
학원 수에 놀랐다. 이렇게 학원을 다니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며칠 후 2위였던 고요가 바람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고 3위였던 구리구리가 악어로 변신한다.
이렇게 변신하는 모습이 담임선생님에게 낯설지 않다. 변한 모습을 보고 대응하는 모습이 차분하고 토닥여 줄 뿐이다. 그러다 악어로 변한 아이가 별아를 공격하려고 하자 지우개를 던져 별아를 구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부분이 참 인상적이어서 작가에 대해 검색을 했더니 인터뷰가 있었다.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제대로 된 어른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그녀의 말에 동감했다.
작가가 굉장히 따뜻한 사람 같다. (인터뷰에 소개된 다른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혼자라도 '나로 월드'에 가고 싶은 별아는 혼자는 위험하다는 엄마의 말에 문을 잠그자, 별아의 부모는 깜짝 놀라 문을 따고 들어오고 그때 딸깍 마녀를 발견한다.
딸깍 마녀는 엄마를 가방으로, 아빠는 구두로 변신시켜 버린다.
별아는 엄마를 메고 아빠를 신고 학교에 간다. (ㅋㅋㅋㅋ)
이들로 인해 난리가 나는 교실.
해결사는 선생님이다.
교실의 상황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렸다.
가방과 구두로 변신을 하지만 부모는 부모라 자식을 위험하게 하는 요인을 없애려 하고 선생님은 중재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도 악어였음을 고백하는 선생님.
우여곡절 끝에 별아는 나로 월드에 도착한다.
어른금지 구역인 이곳에는 과거 별아가 갖고 놀았던 젤리 괴물, 갖고 싶었던 구체 관절 인형이 있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인사이드아웃 1'에서 빙봉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 나로 월드는 마음속 세상이었다. 그 마음속에는 친구도 있다. 서로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시간이 지나자 교실의 아이들은 더 많이 변신한다.
그 변신을 두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말한다.
지금은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불편할 수 있어.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건지 이해도 안 되겠지. 실은 선생님도 그랬어.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게 있어.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금 참고 견디면서 스스로를 사랑해 주면 좋겠어. p127
집으로 돌아온 별아는 외계인으로 변신한다.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동화다.
변신하는 장면 때문에 저학년동화로 지정을 한 것 같으나, 중학년이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동화.
다음 동화는 마법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허가람 작가의 [이웃집 마법사]에는 네 종류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복사 마법을 잘해서 복사 가게를 하고 있는 '물수제비', 높이뛰기 마법을 잘해서 스카이콩콩 가게를 하고 있는 '깨금발', 구부리기를 잘하고 바나나 가게를 하고 있는 '굽은등', 한 가지 차만 파는 찻집을 운영하는 '달맞이' 이렇게 네 명의 마법사가 나온다.
고양이가 복사가게에 나타나 복사되어 두 마리가 되자, 한 마리는 가게 남겨두고 한 마리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다.
신발주머니를 뺏긴 아이가 스카이 콩콩을 빌린다. 빼앗은 아이들이 지붕 위까지 날아가는 스카이콩콩을 빌리고 결국 내려오질 못해 소방차가 와서 구해준다.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더 이상 스카이 콩콩이 필요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뭔가 필요로 할 때 가게 주인은 아이들에게 물건을 건넨다.
그렇다면, 굽은등 마법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매일 학원을 가는 아이들을 보고 굽은등은 큰길을 구부린다. 아이들은 학원 가는 길을 잃고 가다가 작은 풀밭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새도 보고 연못에서 붕어도 구경한다.
결국 아이들이 학원을 자꾸 빠지게 되자 부모님은 학원을 보내지 않고 학원은 망한다.
어떤 동화에서든 생활동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즐거워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참으며 다닌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 반영된 동화다.
달맞이 마법사는 보름달차만 만들 수 있다. 연못에 보름달이 떠오르면 찻잔으로 보름달을 떠 올렸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개구리 때문에 보름달차를 뜰 수가 없게 되자, 달맞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린다. 바로 웃기 마법.
마법을 걸어버리자, 개구리도 웃기 시작하고 찌르레기도, 고양이도 웃기 시작한다.
그동안 달맞이는 보름달을 찻잔에 채우고 다 채우게 되자 동물들의 마법을 풀어준다.
이 동화는 확실히 예쁘고 저학년 아이들이 좋아할 동화다.
뭔가 사건이 터져야 할 시점이 왔다. 그렇지 않으면 동화가 너무 심심할 것 같았다.
마법사들이 보름달 찻집에 모여 차 모임을 한다. 다들 장사가 안된다고 투덜대다가 각자의 가게로 돌아간다.
물수제비 복사가게에는 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복사기에 파리가 들어가 복사됐던 것이다.
물수제비는 다른 마법사를 소환한다.
굽은등이 파리의 날개를 전부 구부려 땅에 떨어트리고 마법사들은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스카이콩콩을 타고 아마존 늪지까지 뛰어 그곳에서 파리 날개를 다시 펴고 날아가게 한다.
아이들을 엄숙하게 가르치는 엄숙숙 선생님은 모든 가게에서 선생님의 본연의 곧음을 표출한다.
마지막 가게인 달맞이 찻집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달맞이가 선생님에게 웃기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마법이 풀린 후 헝클어진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 달맞이가 건넨 보름달차를 마시고 미소가 떠오른다.
동화라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을 동화에 담을 수는 있다. 현실적으로 그리는 것도 좋다.
그런 책을 읽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요즘 어린이들처럼 어려서부터 교육에 매달리고 있으니 책만큼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재미가 있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
동화라면, 아이들이 읽을 만한 동화라면, '하늘의 노을을 잠자코 바라만 봐도 좋을' 그런 동화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