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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ug 01. 2024

할머니의 밥상

유은실 -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한정기 - 사거리문구점의 마녀 할머니

아이들과 함께 시골에 다녀왔다. 시골에는 아이들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나의 엄마, 아빠가 계신다.

결혼 후 찾아뵙기가 쉽지 않다. 물론 핑계겠지만.

아이들의 방학이 다가오면 나 역시 설렌다. 우리 엄마, 아빠를 만날 있으니까.

시골에 가면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와 고소한 계란말이가 항상 식탁 위에 오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 또, 아이들도 좋아하는 반찬.


무심코 손에 든 동화책 두 권의 앞 이야기는 바로 할머니가 밥을 차려준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가 흘러나올지 표지만 봐도 정말 다른 이미지다.



유은실작가의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의 표지를 보면 괴팍한 할머니가 고봉밥을 앞에 두고 숟가락을 휘두르고 있다.

한정기작가의 [사거리 문구점의 마녀 할머니]의 표지에 나오는 할머니는 인심 좋은 문구점 아주머니 뒤에 숨어 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표지만 봐도 궁금해진다. 

글도, 그림도 완전 다른 두 할머니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먼저 유은실 작가의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라는 작품의 차례를 펼쳐보았다. 

요즘 나온 동화책들의 차례와는 좀 다르다. 

소제목만 봐도 내용이 연상된다. 

2005년에 처음 발행된 책이니 거의 20년 전 책이다. 

동화의 좋은 점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도 많이 있지만 시간이 흘러서도 얼마든지 읽은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도우미로 윤이네 집에 등장한 할머니는 그동안 살림을 줄곧 했던 아빠를 대신해 집안일을 한다. 

엄마와 아빠의 집안일을 대신해 주는 할머니는 참 이상하다.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너무 신나 보인다. 주말에도 일을 할 거라고 하고 다림질이 제일 재밌다는 할머니. 

모든 집안일을 떠맡아하게 된 할머니는 그 일을 다 하는 대신 가족들에게 약속을 하자고 한다. 


1.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 것. 

2. 집안일은 마음대로 할 것이니 정리한 대로 살 것. 

3. 책 읽어 달라고 하지 말 것. 


와, 나도 이런 도우미할머니가 집에 함께 살면 좋을 것 같다.

할머니는 아침에 12가지의 반찬을 내놓고 집에 돌아오면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할머니는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도 있다. 
찌개를 끓이면서 버섯을 볶으면서 생선을 구우면서 왼손으론 나물을 무치고 발로는 걸레질도 할 수 있다. p38


마고할미가 가방 안에서 한복을 꺼내 춤을 추는 모습을 윤이가 보게 된다. 그 장면을 잊지 못하는 윤이는 할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는 그다음 날 사라지고 만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왜 사람들은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마는 것일까? 

마고할미이기 때문에 떠났다고 하는 윤이. 


작가는 김혜순 시인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이라는 책을 보고 입으로 전해진 마고할미의 이야기를 보았다고 한다. 

남성들이 신화에서 판을 칠 때 여성으로서 신화에 등장한 마고할미. 

이 동화책 속에서도 할머니는 코를 굉장히 크게 고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고할미라는 신화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 마고할미 이야기

https://koya-culture.com/mobile/article.html?no=107542


이 발자취를 따라 여행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의 엄마도, [사거리문구점의 마녀할머니]에 나오는 엄마도 일하는 여성이다. 

보통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의 먹거리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을 때 미안함은 굉장히 오래가는 편이다. 

나 역시 경력단절 이후 처음으로 공공기관에서 일하게 됐을 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방학 동안 아이들의 점심은 어떻게 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했었다. 

나는 두 아이의 점심을 도시락에 싸두고 출근을 했는데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먹고 방학을 잘 보냈다. 

(닥치면 다 한다는 것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



다음은 한정기 작가의 [사거리문구점의 마녀할머니]라는 동화책을 펼쳐 차례를 보면 간단한 소제목이 나열되어 있다. 그림도 앙증맞고 글씨도 귀엽다. 

가끔 동화책을 읽을 때 글과 그림이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동화책을 재미가 더해진다. 

두 작가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이 동화책에서는 엄마를 대신해 외할머니가 따뜻한 밥과 맛있는 간식을 차려줬다. 외삼촌을 따라 시골에 가시지 않았다면 외할머니가 해주는 두부찌개와 국을 먹고 있었을 테다. 

외할머니가 있을 때를 그리워하며 잠이 든 해성이가 깨어났을 때 누군가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다. 

마녀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며 매일 밥을 차려주느냐 묻자, 세 번만 차려준다고 한다. 


자기 입에 들어가는 밥, 자기 손으로 해 먹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데. 요즘 젊은 엄마들은 자식들한테 그런 것도 안 가르쳐. 그저 공부만 잘하면 단 줄 알지. p23


마녀할머니는 밥을 먹고 난 후 해성이에게 설거지부터 해보라고 하고 밥을 차려준 사실을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 

창의력경진대회를 준비하던 해성은 마녀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운 후 관심이 많아진다. 결국 우수상을 받게 되는 해성이. 

그리고 할머니에게 배운 요리를 엄마에게 선보이고 엄마는 눈이 왕방울만 해지며 놀란다. 


이 책의 마녀 할머니는 밥을 해주기도 하고, 약을 먹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에게 레몬주스를 건네는 할머니도 있다. 


각각의 마녀할머니 인형을 받은 아이들 해성이, 은지, 정우는 문구점 아줌마를 찾아가지만 문구점 주인이 아저씨로 바뀌었다. 

세 아이만 아는 이야기로 남게 된다.




두 동화를 읽으면서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외로움, 슬픔, 화나는 감정들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치부해 버린다. 이런 감정들도 건강한 감정들 중 하나인데 숨기기 급급하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이 나왔을 때 효과는 대단했다. 그동안 숨겨야 할 감정 중 하나였는데 파란 슬픔이 덕분에 마음껏 울어도 괜찮아졌다.)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편하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어린이로 자라나면 행복한 어른이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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