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사귀는 문화가 있고 '오늘부터 1일'이라고 카톡 프로필에 올리기도 한단다.
둘째 아이 역시 3학년 때 여자친구가 생겼다. 여자아이가 사귀자고 해서 사귀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서 커플링(?)이라고 불리는 반지도 받았다. (파란색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지금은 헤어졌는데 혼자가 편하다고 했다. (모쏠인 누나는 옆에서 울었다.)
이번에 읽은 동화책은 제목부터 사랑을 뜻한다.
강남이 작가의 [오늘부터 1일]이라는 책과 조경희 작가의 [소원 일기장]이다.
두 권 모두 2023년에 나온 동화책으로 현시대를 반영한 동화다.
두 편 모두 장편동화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오늘부터 1일]은 둘째 아이가 적극 추천한 동화로 초등학교 5학년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했다.
굳이 학년을 나눈다면 저, 중학년 동화인데 내면적인 묘사 때문에 두루두루 읽어도 좋을 동화책 같았다.
우선, 아이가 극찬을 한 [오늘부터 1일]이라는 책을 읽었다. 아이는 작가이름도 웃기다며 한 번 더 언급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작가는 마을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 번쯤 아이와 함께 방문하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 열 살 나동규가 전학을 왔다.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내며 좋아하는 미나와 같은 반이 되어서 기쁜 마음에 윙크까지 했는데 미나는 부끄러워한다. 짝꿍이 되고 싶었지만 도윤이라는 애와 짝이 된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동규는 미술시간에 자화상을 그리며 첫사랑 미나에 대해 언급하고 만다. 레이저 눈빛을 날리는 미나.
미나의 생일에 초대된 동규는 멋진 선물을 준비한다. 또 일주일 치 용돈을 다 쓰고 가져간 케이크를 본 미나가 좋아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준서의 바이올린 연주를 발그레진 얼굴로 바라보는 미나를 보고 실망하게 된다.
선물 공개시간이 되어 틴트를 건네는 동규에게 미나는 센스 있다고 칭찬을 해서 기분이 좋아진 동규.
시간이 없어서 엄마가 선물을 준비했다는 준서의 선물은 꽃이었다.
완전 참패라고 생각하는 동규는 다음에는 뭐든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다른 반과 축구시합을 하게 된 날, 부상을 당한 친구 대신에 동규가 미나의 추천으로 나간다. 골을 넣어 통닭을 먹게 되자, 미나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다.
뭔가 잘되려고 할 때 동규가 실수를 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게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스며드는 것 같다. 아이들 세계에서의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 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으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고 오래간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이야기는 동규의 직진인 줄 알았다. 준서와 미나와 사랑에 방해꾼이 될 수도 있을 그런 짝사랑 상대자 말이다.
영어말하기 대회에 나간 미나가 실수를 하자,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는 동규 덕분에 미나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결국 준서와 동규는 몸싸움을 하게 된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두 남자가 다투고 피도 난다.
미나의 마음을 잡기 위해 동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발레를 가르치는 삼촌에게 물어보게 되고 이것저것 도전해 본다.
결국 사랑을 얻고 마는 동규.
읽는 내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드디어 이루어지는구나.
정말이야. 내 마음이 점점 달라지는 걸 느끼겠더라고. 온 힘을 다해 연습했어. 그랬더니 그해 국립 단원이 된 거야. 날마다 쓴 일기를 들고 숙모한테 뛰어갔더니 숙모가 감동한 거 아냐. 짜샤. p74
사랑에 빠진 아이들의 모습도 어른과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더 예뻐 보인다.
다음 책은 [소원 일기장]으로 작가가 집정리를 하다 발견한 오래된 일기장을 보며 쓰게 되었다고 했다.
소원을 적으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기장이 있다면 어떨까?
나는 일단 '로또 1등'을 쓰고 싶다.
주인공 건우는 하영이를 좋아한다.
하굣길에 만난 하영이와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하영이가 채소를 파는 할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아줌마를 흉보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 아줌마는 건우의 엄마다.
그 자리에서 도망가는 건우.
잔소리쟁이 엄마는 치킨을 안 먹는다고 하고선 건우보다 많이 먹는다. 그리고 엄마 편을 드는 아빠는 항상 '가족이니까'를 외친다.
하영이가 동하와 손을 잡고 하교하는 모습을 보고 건우는 정말 울음이 나올 것만 같다.
건우는 하영이가 알려준 주소로 가 어떤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일기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부분이 너무 뒤에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소원일기장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이 이야기의 반이 지나서 나온 것이다.)
일기장을 받아온 건우는 소원을 쓰기 시작한다.
잔소리 쟁이 엄마를 상상 속의 교양 있는 엄마로 썼다. 요리도 매우 잘하는 엄마로.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살짝 찔렸다. 우리 아이들도 일기장이 있다면 이런 소원(요리 잘하는 엄마)을 쓸 것 같기도 해서였다.
소원일기장에 건우와 하영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도 쓴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일기를 빼먹는 일도 생기자, 생활이 꼬이기 시작한다.
하루 만에 깨지는 건우의 사랑.
길을 걷고 있는 건우를 쫓아온 개가 소원일기장을 갈기갈기 찢었다.
개를 향해 계란을 던지는 엄마가 보인다.
엄마 덕분에 무사히 구조되는 건우.
ㅛ
다시 시작되는 엄마의 잔소리.
하지만 이제 싫지 않다.
건우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엄마와 나는 무엇도 갈라놓을 수 없는 우주 최강 커플이라는 것을. p89
사랑은 이루지 못했지만 우정을 살렸고 엄마와 최강커플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이 건우에게 다가오고 있다.
처음에 아이가 반지를 가져왔을 때 살짝 웃음이 났다.
그 순수함에 놀랐고 또 성숙함에 놀랐다.
사귀게 되면 커플링을 낀다는 건 또 어찌 알았을까?
모쏠이라고 슬퍼하는 우리 첫째에게도 사랑이 훅! 하고 다가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