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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l 25. 2024

로봇 생명체 이야기

이귤희 - 로봇 벌 알파, 김진원 - 로봇 물고기 하늘이

상호대차로 대여한 책들이 도착했다고 알림이 왔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로비에서 책을 찾고 어린이 자료실로 들어가 신간코너로 향했다.

요즘은 어떤 책들이 많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다양한 책들이 많았다.

유달리 눈에 띄는 장르가 SF다.

그중에서도 로봇과 관련된 소재로 찾아보았다.


지구에서 생명체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로봇이 되면 어떨까?

반려동물이 로봇으로 등장하는 동화는 많이 읽었다.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소개할 동화는 벌과 물고기가 로봇으로 변신했다.

독특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이번에 읽을 작품은 이귤희 작가의 [로봇 벌 알파]와 김진원 작가의 [로봇 물고기 하늘이]다.

[로봇 벌 알파]는 꿀벌이 사라지고 로봇 벌인 글로비가 꿀벌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다.

[로봇 물고기 하늘이]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물고기 떼를 겁주기 위해 등장한 로봇이다.

재밌는 것은 두 작품 모두 '안경 연구원'이 등장한다.

두 동화가 어떻게 다른지 천천히 읽어보도록 하자.




먼저 [로봇 벌 알파]는 꿀벌이 사라지수분해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글로비'라는 로봇 벌을 개발한다.

격납고에 보관된 많은 로봇 벌 중에서도 '글로비-1004'와 '글로비-1005'는 '알파'와 '베타'라는 이름으로 다른 로봇 벌과는 다른 임무가 주어진다.

알파는 더 넓은 도시를 나와 시골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실제로 살아있는 꿀벌집단을 발견한다.

이것을 찾기 위해 환경오염의 주범인 기업에서 프로젝트화 한 것이다.

살아있는 꿀벌들을 다 없애려고 한다. 벌금을 안 내기 위해서, 지금껏 쌓아온 기업의 명성을 위해서. 제일 나쁜 것은 사람인 것 같다.

환경을 파괴하는 것도, 그것을 다시 되살리는 것도 사람이다.



처음으로 사귄 꿀벌 '썬'은 검은 원반이 뿌린 물, 살충제를 맞고 죽는다.

슬퍼하지만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알파에게 썬은 이렇게 말한다.


태어나고 죽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그건 굉장한 축복이지. 영원히 산다면 살아 있는 게 행복이라고 느끼지 못할 테니까. 이상한 이름이지만 널 기억할게. 안녕, 알파. p60


썬의 죽음 이후 베타가 알파를 찾아온다. 다시 고쳐진 베타는 말벌로 변신해 가지 않으려는 알파를 억지로 끌고 연구소로 돌아온다.
알고 보니 연구소에서 알파의 위치추적기와 녹화된 영상을 통해 꿀벌들이 아직 남아있음을 알고 다 없애려고 한다. 알파는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게 되고 자신이 꿀벌들을 구하기로 한다.



나무 안에는 의외로 넓은 공간이 있었다. 알파는 나무속 거대한 타원형의 벌집을 보고 감탄했다. 벌집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육각형 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꿀벌들을 품고 있는 벌집은 거대한 생명체 같았다. 격납고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곳은 살아 있고, 격납고는 죽은 공간이었다. p126


꿀벌들의 보금자리에 대한 묘사가 디테일하다.

눈앞에 그려지듯.

아이들이 읽을 때도 쉽게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알파가 알려준 대로 데이지와 다른 꿀벌들은 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알파는 위치가 더 이상 노출되지 않게 배터리와 함께 붙어 있는 위치추적기를 떼어내기 위해 꼬리 침을 빼버린다.

전력이 없으면 더 이상 살아있을 수 없는 알파.

꿀벌 역시 침을 쏘고 죽는다는 것을 착안해 로봇 벌에도 이렇게 꼬리 침에 의미를 부여했다.

작가의 디테일에 박수를.









다음 작품 [로봇 물고기 하늘이]는 지난 연재작인 [호모 플라스티쿠스]의 저자인 김진원 작가의 신작이다.

(지난 연재 - SFF환경동화 편)

https://brunch.co.kr/@noana/125


지난 작품은 환경과 관련된 동화였고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 역시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물속 세상에 로봇 물고기가 임무를 다하고 다시 육지로 나와서도 사람들을 구한다.


[로봇 물고기 하늘이]는 전국적으로 말라리아 전염병이 돌면서 모기송사리를 하천에 풀기로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모기 애벌레 수가 줄어 효과를 보았으나 다른 물고기들도 잡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한다.

모기송사리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대책으로 로봇 물고기를 개발한다.

연구원들이 강에 던져 넣는 이 물고기는 바코드가 붙어 있고 'RF1-9'로 불린다.

강에 던져진 RF1-9는 헤엄을 쳐서 모기송사리 떼를 찾기 시작한다.


로봇 물고기 역시 배터리 충전을 하기 위해 물 위로 떠올라 햇빛을 쬐어 등지느러미 쪽에 붙어 있는 태양 전지판을 충전한다.

모기송사리 떼를 쫓는 임무를 수행하며 인공 힘줄을 풀거나 당겨 속도를 높이거나 낮췄다.



RF1-9는 모기송사리 떼만 쫓지만 다른 물고기들도 자신을 피하자 시무룩해지기도 한다.

이걸 보면 단순한 로봇 물고기가 아니라 감정도 함께 저장된 로봇이다.

R|F1-9는 약한 올챙이를 괴롭히는 모기송사리 떼를 쫓아내기도 하고 강가에 놀러 온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다 낚싯바늘을 물고 잡혀간 쏘가리를 발견하고 그때 메기를 만난다.

먹지를 않는다는 RF1-9의 말에 메기는 놀라기만 한다.

그 후로 만난 모기송사리 떼는 더 이상 이 로봇 물고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괴물 물고기'라고 부른다.


저학년을 위한 짧은 동화 속에서 환경문제와 집단 따돌림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강한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폭력도.

동화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적나라하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아이들이 읽었을 때 재미도 느끼면서 감동과 교훈을 받기도 하는 그런 동화.


메기가 RF1-9를 잡아먹으려다가 강물이 뒤집어지며 끌려 올라가고 RF1-9는 바위에 부딪히고 만다.

고장이 나버린 물고기.

물풀에 걸린 물고기를 구하려다 자신도 물풀에 걸려 버린다. RF1-9는 상대 물고기에게 누구냐고 묻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모기송사리 떼를 쫓고 올챙이를 구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물고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을 약간 벌린 채 굳어버렸다. 불그레한 얼룩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더니 점점 짙어졌다.
'나도 곧 저렇게 되겠지.' P53


RF1-9는 두려워지고 정신을 잃는다.

이 로봇물고기를 깨운 것은 이전에 도와준 적이 있는 올챙이가 자란 개구리였다.

(나는 이 서사가 정말 재밌었다. 시간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드러난 부분이었다.)

상관 말라고 뿌리쳤던 올챙이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로봇물고기를 구해주려 하지만 태풍이 오고 있어 결국 RF1-9는 다시 혼자가 된다.



메기는 틀렸다. 세상에는 먹고 먹히는 관계만 있지 않았다.
서로 지켜주는 관계도 있었다.


로봇물고기는 자신이 도움을 주고 다시 도움을 받자 메기의 말은 틀렸다고 한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태풍에 의해 물풀이 끊어지고 강가에서 놀던 아이 인서에 의해 로봇물고기는 물밖으로 나가게 된다.  

인서는 로봇물고기를 절에 들고 가 스님에게 매달자고 한다.


로봇물고기 RF1-9는 풍경 물고기가 되었다. 하늘을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 '하늘이'로 말이다.

절에 들른 딸과 아빠는 이 풍경 물고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아빠는 로봇물고기를 만든 연구원이었고 인서는 RF1-9에 들어있던 칩을 아이아빠에게 건넨다.

이 동화를 끝까지 읽다 보면 하늘이는 '아낌없이 주는 물고기'다.

절에 불이 난 것을 알고 풍경 물고기는 몸을 흔들어 계속 소리를 낸다.


색연필로 그린 색감처럼 예뻐서 삽화가에 대해 찾아보니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반가웠다.

같은 동종업계 사람인가 했는데 그림책으로 전환을 한 모양이다.

이과예술통합형 인재구나.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두 책은 서로 다른 듯 닮아있었다.

로봇벌의 연구원은 배신을 하고 로봇물고기의 연구원은 다행히 칩만 가지고 간다.

같은 로봇을 소재로, 생태계를 위협하는 다양한 종을 다뤘다.

동화에 보이는 다양성, 틀에 박히지 않는 동화를 읽는 것이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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