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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Aug 15. 2024

[작가 편] 주제가 뚜렷한 작가 최은영

해동 인간, 빨간 꽃

SNS를 둘러보면 정말 많은 동화책을 소개한 피드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나도 그만큼 많이 하고 있다는 반증.)

유명작가의 새로운 신작이 올라오면 온라인 서점으로 달려가 바로 구입을 한다.

장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동화작가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데 그건 내가 모르는 작가들이 더 많아서 일 수도 있고 생각보다 다작을 하는 작가가 없어서 일 수도 있다.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에서 배움을 받은 작가들의 신작도 거의 나오질 않고 있다. 다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동화를 쓰는데도 굉장한 시간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써보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동화가 나오면 거의 대부분 읽어본다.


이번 동화는 주제의식이 뚜렷한 작가로 불리는 최은영 작가의 책들을 가져왔다.

사실 최은영 작가라고 하면 [쇼코의 미소]가 먼저 떠올라서 소설가가 동화도 썼나 하고 궁금해서 펼쳐 본 게 처음 이 작가를 접한 날이었다.

[맘대로 바꿔 가게]라는 동화로 처음 알게 되었고 [나, 유시헌]이라는 동화 서평단으로 활동하며 이 작가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늘 가져온 두 권의 책은 추천받은 책 [빨간 꽃]과 신간 [해동 인간]이다.

[빨간 꽃]을 빌리러 갔다가 신간 코너에서 [해동 인간]을 발견하고 함께 빌려 왔다.




[빨간 꽃]의 책표지를 보면 빨간 우산을 쓴 아이가 새싹을 바라보고 있고 하늘에서 빨간 비가 내린다. 왜 빨간색을 주된 컬러로 잡았을까?




2년 전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던 정지우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6학년에 입학해 사회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을 치르는 동안 잠이 들게 되고 시험은 백지로 낸다.

당연히 빵점을 받게 되고 엄마도 그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해서 답답했다.

얘야, 너는 왜 말을 하지 않는 거니? 왜 생각만 하고 입 밖으로 내질 못하는 거니?

이 아이의 결핍이 무엇일까?


낯선 곳에서의 첫날, 가슴속에 크고 짙은 그림자가 깊숙이 들어앉았다. p31



굉장히 소극적인 아이로 비친다.

2년 전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캐나다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엄마는 왜 이렇게 아이의 공부에 집착을 했을까?

지우는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친구들과 신나게 놀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아이들이 다 변한 것 같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알맹이가 없어져 버린 기분. 마치 껍데기만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p45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하나의 벽을 넘은 느낌. 하지만 이 벽 뒤에 더 높고 단단한 벽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p60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조급하게 아이의 과제도 자신이 하려고 한다.

아이를 꼭두각시처럼 둔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캐나다에서 영어를 잘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집에 돌아가면 돈을 벌러 나간 엄마 없이 혼자 생활을 한다. 이런 무모한 일상을 2년 동안 아이 혼자 오롯이 견뎌야 했다.


이야기는 캐나다에서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모습을 서로 넘나들며 흘러간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온전히 그 삶에 녹아들지 못한다.

그 이면에는 엄마의 역할이 한 몫했다.


후회가 하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파도는 바위에 부딪힌 듯 내 마음속에서 부서져 버렸다. 엄마의 고집에 아무 말 못 하고 끌려다니기만 한 시간이었다. 결국은 내 탓이었다. p99


아이는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엄마는 울고 싶은 아이를 등 떠밀어 공부하게 한다.

결국 터지고 만다. 마음의 상처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아이는 길거리에 풀썩 쓰러지고 만다.

스트레스로 인한 기면증을 앓게 된 아이. 그 스트레스의 절반 가까이가 엄마로 인한 것이고 엄마 또한 스트레스가 아이로 인해 가득하다.

병원에서 내린 처방은 각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리고 떨어져 있어 보라고 한다.


빨간 비를 맞고 빨간 꽃이 피어난 거야. 어떤 꽃보다 화사하게 피어날 거야. p150


아이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다시 일어나고픈.

치료를 받으면서 아이들과 점점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지우.

작가는 조기유학을 떠났다 돌아온 아이들의 인터뷰를 하며 알게 된 일을 동화로 썼다고 했다.


꽃도 한 번 꺾이면 죽는 거야. 꽃을 활짝 피우려면 용기를 내야 해. p153


다시 활짝 피우기 위해 용기를 낸 지우와 지우 엄마에게 박수를 보낸다.




다음 책은 [해동 인간]이라는 책으로 올해 6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새책이다.

SF동화면서 생명, 환경과도 밀접해 보인다.



이 책은 작가의 말 코너가 따로 없다. 대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가의 생각을 적어둔 부분이 있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생명까지도 끝없이 연장시키고 싶어 한다.  
생명 과학 기술의 발달에 한껏 의존한 채 말이다.
과연 인간이 무한한 생명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욕심껏 끝없이 살아가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을까?
냉동 인간을 해동시킬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실험이 성공했다는 기사를 접하며 과학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정말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기어코 냉동, 해동의 과정을 거쳐 오래오래 살고 싶은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정말 환경이 오염되면 우리가 사는 미래에 핸드폰 말고 다른 걸 쓸까? 하고 혼잣말처럼 내뱉은 걸 아이가 듣고 말했다.

고릴라가 사는 숲이 있는데 핸드폰 재료로 만들 나무가 없어져서 핸드폰도 사라질 거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현은 태어날 때부터 아파 병원에 있었다. 그러다 다 나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의문점이 늘어난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무엇인가가 내 몸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에 가득 들어찬 것 같았다. p13


사람을 냉동시키려면 어디에 보관할까? 시체처럼 긴 관에 넣어서 냉동이 되는 시설에 넣어두는 것일까?

정육점의 육류처럼 냉장고에 들어가 해동될 때가 되면 짠 하고 살아나는 것일까?

상상을 하니 좀 끔찍하다.


머릿속 열선과 함께 기억의 테이프가 조각조각 뜯어진 모양이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뜯어진 기억의 테이프를 어긋나지 않게 잘 붙여야 할 것 같았다. p50


간혹 흐릿하게 기억이 나는 장면은 해동된 시점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기억 속에는 오빠가 있지만 지금은 쌍둥이 동생 이서만 있을 뿐이다.

이미 30년의 시간이 흘렀고 환경적으로 많이 달라졌다.

학교는 정해진 날에만 등교를 하고 집에서 화상을 통해 수업을 듣는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탄소 발생량이 늘어나니 그 양을 줄이기 위해서다.

음식 또한 단체로 만들어 배급한다.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뜻에서다.

미래가 이렇게 되면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죽어가는 내 몸에 갖가지 화학 약물을 처리하고 인공 심폐 장치를 가동시킨 뒤 뜨거운 피 대신 냉동 보존액을 주입시켜 영하 196도의 액화 질소 냉동 탱크에 집어넣었다는 말이었다. p149



이것은 이현이 원한 일이었을까?

나 또한 이현의 생각과 같다. 그렇게 인간이 생명이 연장시키게 되면 지금 사회는 어떻게 될까? 새로운 생명이 탄생을 할까?

어떤 SF소설에서 바이러스 때문에 문제가 생기자 유전자 조작으로 그 세포를 없애고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없앴던 것 때문에 문제가 생겨 죽음을 맞게 된다.

강제로 순리를 비틀었을 때의 상황을 경고한 것으로 봤다.


내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지금 숨 쉬고 있는 나는
나대로 살아가야 할 소중한 생명이었다. p168


이현은 원하지 않았어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낸다. 

주어진 삶에 나는 얼마나 용기를 내며 살고 있을까?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깨달음을 얻는다. 

이 작가의 다른 동화를 좀 더 읽어보기로 하고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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