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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n 20. 2024

고양이에게 배우기

갈매기에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동화는 주인공으로 동물을 많이 등장시킨다.

어린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동학대가 되지만, 어린 곰이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것은 환상이고 이야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동화라는 장르는 제약사항이 많아서 그 규칙과 틀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의 정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말 조심해서 써야 하는 장르다.


오늘 읽을 책 역시 동물이 등장한다.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은 고양이. 요물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는 도도하고 개인주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예전에 냥이 집사로 지낼 때 가까이 가면 달아나고, 모른 척하면 머리를 들이미는 통에 처음 얼마간은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찾느라 애먹었다.

지금은 강이지를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와 강아지는 정말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애들 같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는 정말 많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장화 신은 고양이',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도 유명한 동화다.




이번에 읽은 동화는 이경혜 작가의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와 루이스 세뿔베다의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이다.

예전에 '숲속작은책방'이라는 책방에서 북스테이를 할 때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를 구입했다. 8세부터 88세까지 읽는 동화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한참 동화를 공부하고 있을 때라 집중해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검색을 해보니 꽤 유명한 작품이었다.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는 3~4학년들이 읽을만한 중학년동화로 이 책을 읽지 않는 초등학생들이 없을 정도다. 내가 이번에 읽게 된 것은 어쩌면 많이 늦은 편.

열심히 두 동화를 읽어 보았다.




첫 번째 동화 [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는 꽁치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책표지처럼 흰 양말을 신은 검은 고양이.

엄마가 새끼를 낳고 꽁치를 먹으면서 다섯 남애의 이름을 지었다.

'꽁치', '꽁돌이', '꽁순이', '꽁미', '꽁초'.

첫 번째 젖꼭지를 물고 있던 꽁치는 그리하여 꽁치가 되었다.



집에서 나오게 된 엄마와 다섯 남매 고양이는 빈집에 터를 잡고 살게 된다. 뱀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없으면 말을 하는 거미도 나타난다.

집사로 있었던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이 고양이들을 찾으러 오지만 엄마는 내쫓는다. 다행히 사료를 두고 가서 이 새끼 고양이들도 먹고 지낼 수 있었다.


인간이랑 사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홧김에 나왔지만 돌아가지 않는 건 그래서야. 너희를 들판에서 키워 보려는 마음이 불쑥 들었거든. 인간한테 길들면 우리 능력이 많이 사라져. p34


이때 꽁치는 엄마의 본명이 '서명월'임을 알게 된다.

고양이 이름치고 참 예쁘다.

엄마는 사람이 보는 책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글자를 보여주며 물어본다.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지만 꽁치는 대답한다.




성시 서(書)씨인 이유. 글 서(書)의 서다.

글을 읽을 수 있는 고양이를 뜻하는 것.

한 세대에 한 마리씩만 글 읽는 고양이가 될 수 있는데 이번 세대에서는 꽁치가 그 주인공이었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꽁치는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을 동생들에게 읽어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걱정이 늘어만 간다.

인간에게 들켜서는 안 되고 항구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새 글씨를 읽고 싶어 하는 꽁치에게 유혹은 너무나 많다.

우연히 배에 올라간 꽁치는 잠깐 잠에 들고 그 배는 바다로 향한다. 그리고 책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몰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읽는다. 그러다 50년 동안 산 쥐를 만나게 되고 그 쥐는 '쥐 둔갑 타령'이라는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작가는 인물의 이름을 참 재미있게 지었다. 이 쥐의 이름은 '서복동'이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서꽁치는 또 다른 책에 빠진다.

바로 '보물섬'. 이 동화에는 꽁치를 통해 고전 동화를 소개하고 있다.

꽁치가 '보물섬'을 읽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집주인 딸 영미로 인해 꽁치는 곤경에 처한다.

갇혀 있던 꽁치를 구하러 온 건 엄마 서명월.

그전에 살던 빈집으로 다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올 테니 이 고양이 가족들은 그곳을 떠나고 꽁치는 흑묘도를 떠나기로 한다.


사랑호 배를 탄 꽁치는 선장의 딸 다림이를 만나게 되고 다림이네 집에서 지내게 된다. 선장은 책 읽는 고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집 거실에 꽂혀 있는 책들을 건네준다.

우연히도, 그 책의 제목은 바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위 책을 읽었고 전혀 나오리라 상상을 못 했다. 이렇게 두 권의 책을 고른 것도 참 신기한 우연이다.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에 대한 내용도 잠깐 소개되지만 이 책은 잠시 뒤에 소개하기로 한다.


또다시 모험을 떠나는 꽁치.

쥐할아버지가 살고 있던 서점을 찾고 그곳에 들어간 꽁치는 손녀 쭈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꽁치에게 도서관을 알려준다.


도서관에서 흰 눈이라는 고양이를 만나고 그 고양이만 꽁치의 이름을 '검은 눈'으로 부를 수 있게 한다.

흰 눈과 검은 눈의 결혼식.

꽁치는 흰 눈에게 새 이야기를 지어 들려준다. 그리고 아기를 가진 흰 눈과 꽁치는 불안해한다.


가을이는 우리의 마지막 아이예요! 가을이 하나라도 자유롭게 살게 해 주고 싶어요. 나는 이 도서관에서 태어나 여기서만 자랐어요. 이 도서관이 내게는 온 세상이에요. 난 당신이 부러웠어요. 밖에서 떠돌며 살아온 당신이. 가을이는 당신처럼 살게 해 주고 싶어요. p218


참 슬프다. 갇혀 살기만 하는 동물들은 자유를 꿈꾼다.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대로 안전하게 감싸는 게 동물들에게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

가을이와 꽁치는 다시 흑묘도로 향한다.

꽁치는 가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다시 아내에게로 향한다.







다음 동화는 앞서 소개한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는 갈매기 켕가와 검은 고양이 소르바스가 등장한다.

켕가는 오염된 바닷물의 기름이 묻은 날개를 씻어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간신히 날 수 있었던 켕가는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가 없다. 기름덩어리 때문이다.

이것도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기름이 바다에 가득 떠 다닌 적이 있다. 그 시커먼 바다에서 날갯짓을 하던 갈매기와 물고기 떼. 정말 참혹했다.



 소르바스는 자신이 있던 발코니에 떨어진 갈매기를 발견한다. 탈진한 갈매기를 위해 머리를 핥아주고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한다.

갈매기는 자신의 알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한다.

고양이가 나는 법을 알려준 갈매기는 켕가가 아니라 켕가가 낳은 새끼였다.


깡마른 고양이 세끄레따리오와 나이를 알 수 없는 고양이 꼴로네요가 등장한다. 불쌍한 갈매기가 날 수 있게 방법을 찾고 만물박사고양이 사벨로또도를 찾아가기로 한다. (이름들이 다 어렵다. 스페인어는 ㅃ, ㄸ, ㄲ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고양이들이 책을 찾아본다. 무려 백과사전을 말이다.

소르바스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오지만 켕가는 세상을 뜨고 알만 남았다. 그 알을 품기로 한다.



약속은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소르바스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푸르스름한 점무늬가 덮은 하얀 알을 검은 배 쪽으로 바싹 끌어안았다. p67


그리고 켕가를 묻는 고양이들.

소르바스가 알을 품은 지 20일째 되는 날, 알에서 새끼 갈매기가 태어난다. 알을 깨고 나온 동물들은 가장 먼저 본 것을 엄마라 여긴다.

소르바스는 아기 갈매기의 엄마가 되었다.

고양이들은 회의를 거쳐 아기 갈매기의 이름을 지어준다.

행운아란 뜻의 '아포르뚜나다'로.


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아포르뚜나다는 계속해서 실패한다.

또다시 고양이들은 긴 논의를 하고 그 끝에 금기사항을 깨뜨려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결정하기로 했다.

선택된 인간에게 이제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소르바스가 인간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이건 참 현실적이다.)

인간은 소르바스에게 시를 읊어준다.






갈매기들


그의 작은 용기는

곡예사들의 그것과 같기에

늘 바람을 가져오고

늘 해를 몰고 오는

저 폭우 때문에

그토록 한숨을 쉬지는 않지요









드디어 날 수 있게 된 아기 갈매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고양이 소르바스. 


오직 날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이죠.



이 책은 갈매기가 스스로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양이의 헌신을 나타내는 동화로 보일 수도 있고,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 실태를 폭로하기도 한다. 

2000년에 처음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책이다. 

지속적으로 출간되는 책은 이유가 있다.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냥이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식빵자세는 언제 봐도 앙증맞다. 

반대편의 사람들은 불길하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원한을 사면 반드시 복수를 한다는 미신도 있다. 

나는 고양이를 한 때 키워봐서 그런지 참 매력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똑똑하기도 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고양이 동화 두 편. 

두 작품 다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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