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동화는 27회 MBC창작동화대상 수상작인 어윤정 작가의 [드론 전쟁]과 제6회 정채봉문학상 대상수상작인 김혜온 작가의 [바람을 가르다] 두 작품이다.
[드론 전쟁]은 추천을 많이 받았던 도서고 [바람을 가르다]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읽게 된 책이다. 두 작품 모두 표제작이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꽤 권위가 있는 공모전이어서 기대가 컸다.
먼저 어윤정 작가의 [드론 전쟁]을 읽었다. 이 책은 아이도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실린 모든 단편들이 다 괜찮았다고 했다. 이 작가는 [리보와 앤]이라는 작품으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했고 [거미의 인사]로 정채봉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내역만 봐도 저력 있는 작가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드론 전쟁>을 포함해 <롤러코스터>, <뽑기의 제왕>, <게임 오버>, <위험한 미션>의 동화가 실려 있다.
그중 앞의 두 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먼저, 표제작인 <드론 전쟁>은 아이들의 지킴이로 드론이 열일하는 설정이다. '드론 보디가드'라는 작은 드론과 스마트 드론워치가 연결되어 아이들 각각의 CCTV가 되어주는 것이다. 이 책의 인물 중 아이의 이름이 같은 아이가 있어서 아이가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게 아닐까 싶다.
드론의 영상을 통해 엄마는 아이의 일상을 볼 수 있게 되고 문자로 이야기할 수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드론이 모두 배터리 충전을 위해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때만큼은 아이들이 편히 놀 수 있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아이 곁에 두는 드론이 어쩌면 족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 동화가 현실을 반영했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은 개인정보동의서를 사인한 아이들에게만 드론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친구의 드론의 동영상을 보고 싶으면 그 부모의 사인을 받기도 해야 한다는 것.
요즘에는 함부로 찍을 수도 없고 그걸 열람할 수도 없다.
아이들은 드론을 피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쉽새 없이 돌아다니자고 했던 아이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다. 드론 덕분에 엄마가 금방 데리러 왔지만, 반성문을 열 장이나 써야 했다. p26
드론이 아이들 곁에 있어서 안전은 보장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니 부모나 학교에서는 드론은 포기할 수 없다.
아이들 역시 드론을 피해 창고에 숨어있기도 한다. 드론이 충전되는 동안 창고에 몰래 들어가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는데 업데이트를 통해 드론의 충전시간이 짧아지면서 아이들이 창고에서 나오는 모습을 드론이 찍게 된다.
아이들이 숨 쉴 구멍이 없다.
정말 아이들은 드론에게 묶여 지내야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굉장한 생각을 한다.
드론이 서로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부딪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승호와 소미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달려와 와락 껴안고, 드론 역시 주인 따라 움직이다가 쾅 부딪힌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정말 귀엽다.
두 번째 작품은 <롤러코스터>라는 동화로 무리가 셋 일 때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작가가 인물의 이름을 굉장히 고민하고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지, 나리, 다빈 이 셋은 계속 붙어다니다 홀수의 아픔을 알게 된다.
속마음을 잘 표현 못하는 민지라는 캐릭터가 참 답답했는데 이런 인물이 현실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본다.
모든 사람이 속마음을 다 드러내진 않는다. 오히려 꽁꽁 숨기고 잘 내색을 안 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다 보면 이리저리 휘둘리게 되는 것도 문제다. 민지는 이런 성격의 소유자인지라 나리와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다빈 때문에 그것도 힘들다.
나 이제 솔직해질 거야. 다신 혼자 도망치지 않을게!
뭐든지 양보만 하던 민지는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셋으로 이루어진 것들을 나열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김혜온작가의 [바람을 가르다]로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세 편의 단편이 담긴 동화집이다. 초록 파스텔톤의 표지가 요즘 날씨와 어울려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지친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재밌다.
첫 번째 동화는 표제작 <바람을 가르다>로 뇌병변 아이가 혼자서 제대로 할 수 없던 일상생활을 친구와 함께 해보며 앞으로 전진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 찬우는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말을 하지 못해 엄마가 뭐든지 다해주고 과보호 속에서 살아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짝을 바꾸게 되는데 찬우의 짝꿍은 일주일 동안 찬우의 도우미가 되어준다.
말썽꾸러기 용재가 그 도우미차례가 된다. 경호원이 되어주겠다던 용재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게 찬우를 장애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혼자 두고 화장실을 가기도 한다.
도와줘야만 하는 친구가 아닌 그냥 친구다.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하는 걸 보던 찬우는 용재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용재는 찬우를 자전거에 태워 달려보기로 한다.
서로의 몸을 묶어 달리다가 다치게 되고 용재는 입원을 하게 된다.
신기한 게, 집중해서 들으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한마디 하는 데 오분은 걸리는 것 같아. 아, 내가 오 분 동안이나 다른 사람 말을 듣고 있다니.
너랑 친구가 되고 보니까 이제 그런 게 별로 안 이상해. p35
정말 편견이 없고 바른 아이다.
용재 같은 친구가 주변에 많다면 시끄럽긴 해도 아이들이 밝아질 것 같다.
두 번째 동화는 <천둥 번개는 그쳐요?>라는 작품으로 자폐증 오빠를 돌보는 어린아이 해미의 이야기다. 제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되고 해미는 놀다가도 오빠를 데리러 가야 한다.
친구들이랑 같이 영어학원을 다니고 싶지만 그럴 돈도, 시간도 없다. 아빠와 엄마는 일을 해야 하니 오빠를 돌볼 수가 없다. 오롯이 해미의 몫이다. 그래서 특수학교로 보내지 않는다.
잠깐 친구들과 숙제를 하러 나간 사이 오빠가 혼자 있는 동안 화재가 나고, 가족은 이사를 간다. 이것이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해미. 참 안타깝다. 초등학생밖에 안 되는 아이에게 너무 큰 의무를 지우고 있는 건 아닌지.
엄마한텐 항상 오빠가 제일 중요하니까. 뭐든지 오빠 위해서, 오빠는 아프니까. 오빠는 장애가 있으니까....... 오빠가 찾아 다라 해서, 오빠를 돌봐야 하니까 나를 찾은 거냐고....... p65
얼마나 힘들었을까? 보듬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실은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세 번째 동화는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은 자폐 성향을 가진 유빈이의 담임인 마 선생의 이야기다.
아이들을 휘어잡아야 하는데 매일 울면서 등교하는 유빈이로 인해 마 선생은 고민이 깊다.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보고 무서워하는 걸 알게 된 후 단정하게 다시 아이들 앞에 선다.
효과가 있었다. 유빈이도 놀란 얼굴로 울지 않았다.
이런 외모지상주의 같으니라고.
수업이 시작해도 떠드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를 때마다 유빈이는 우는 것을 알게 된 마 선생은 유빈이와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울지 않게 된 유빈이는 학급문고 정리를 하거나, 우유당번을 맡아 친구들에게 우유를 다 먹인다.
급식시간에 아이들의 실수로 국을 쏟게 되고 마 선생은 참지 못하고 버럭하고 만다. 놀란 유빈이는 울다가 혼나자 교실 밖으로 나가 버린다.
유빈이를 찾으러 다니는 마 선생.
창고에서 유빈이를 찾은 마 선생은 엉엉 울고 만다.
순수한 선생님이다. 이런 선생님이 아이들 곁에 계속 머물러준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 텐데.
이 책을 읽었을 때 작가가 특수아동에 대해 굉장한 지식이 있는 사람인 듯하다 싶었는데,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주면 좋겠다.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재미있다. 결핍이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 이겨나가는 모습이 생생하다.
이 정도는 되어야 상을 받는구나 싶은 책들이 많다.
신춘문예와 다르게 출판사 공모전이나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좀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동화라는 장르는 참 쉽지 않은 분야이다. 독자의 층이 얕다 보니 제약사항이 많고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소설처럼 쓰면 아이들에게 읽힐 수가 없다. 그래서 저학년, 고학년동화가 분리되어 출간되고 있다.
공모전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신인뿐 아니라 기성작가들에게도 좀 더 나은 동화를 그려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