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아나 Jul 19. 2024

다이빙의 왕

강경수 글

이번 동시집은 만화를 오랫동안 그렸고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을 한 강경수 작가의 [다이빙의 왕]이라는 작품입니다.

표지를 보면 제목도 춤을 추고 있어요. 아이가 발바닥을 드러내며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있지요.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라면 자신의 글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말 부럽습니다.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이 동시집은 끄트머리에 김제곤 아동문학평론가의 해설과 시인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평론가님은 제가 아동문학을 공부할 때 수업을 듣기도 해서 반가웠습니다.

1부는 '철수는 다이빙의 천재다', 2부는 '우리를 지켜 줄 코끼리의 힙합 바지', 3부는 '원숭이 본 적 있어요?', 4부는 '구름을 살짝 밟고 날아갈 거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례에도 앙증맞은 그림들이 실려 있어서 동시는 물론 그림에 대한 기대도 되는 동시집이었어요.




표제작 <다이빙의 왕>은 1부에 실려 있어요.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이빙의 왕


철수는 다이빙의 천재다


다이빙을 얼마나 잘하는지

풍덩!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백 미터 정도 들어갔다

물 밖으로 떠오른다


하루는 다이빙을 하다가

잠깐 딴생각을 했는지

수영장 바닥을 뚫고

땅속으로 계속 들어갔다


결국 철수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튀어 올라

삼바 춤을 추면서 돌아온 적도 있다


또 하루는 다이빙을 너무 세게 해서

북극으로 튀어나온 적도 있다

땅이 얼어서 다이빙으로 돌아오진 못하고

비행기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굉장히 독특하지 않나요?

그동안 읽어왔던 동시들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사가 묻어난 동시예요.

다이빙을 하다가 딴생각을 하면 큰일 날 텐데 그렇죠?

철수가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되어서 다행입니다. 이 동시를 읽으니 TV프로그램인 '지구마블'이 생각나네요.

요즘 제일 좋아하는 방송입니다. ㅋㅋㅋ.


https://ena.skylifetv.co.kr/bbs/board.php?bo_table=skydrama&wr_id=169&sca=%EC%B5%9C%EC%8B%A0



비행기에서 내리는 철수옆에는 곰도 함께 내립니다. 북극에서 데리고 온 모양이에요.

동시와 그림이 정말 잘 어울리는 동시였습니다.




이 동시집의 매력은 동시도 좋지만 그림이 정말 좋아요.

어쩌면 단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동시보다 그림이 더 좋아 보이거든요.

그림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동시 한 번 보시겠어요?


바로 2부에 실린 <8월이네요>라는 동시입니다.



보이시나요?

제가 사진을 생략한 게 아니랍니다.



8월이네요


곧 찾아뵙겠습니다




이 동시에 그림이 없다면 상상할 수 있을까요?

모자를 벗으며 인사하는 모기 그림이 없었다면 과연 이 동시의 제목을 맞출 수 있을까요?

8월이니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못 맞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동시에서는 그림의 역할이 큽니다.

정말 짧지만 강렬한 동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을 동시는 3부에 실린 <다짐>입니다. 

누구나 새해엔 다짐을 하죠. 

그리고 달이 시작되는 날에도요. 

이 동시를 읽으면서 뜨끔했습니다. 




다짐


나는 다짐한다

학교에 지각하지 않을 것을


나는 다짐한다

승우와 싸우지 않을 것을 


나는 다짐한다

컴퓨터 게임을 한 시간 이상 하지 않을 것을


나는 다짐한다

학원에서 떠들지 않을 것을


나는 다짐한다

위의 다짐들을 오늘은 못 지켰으니 

내일은 꼭 지킬 것을 다짐한다



뭐, 그런 것 아니겠어요? 

다짐을 해야 한 달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다짐을 해야 1년을 숨 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헬스장에도 매월 1일부터 3일까지는 사람들이 북적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곳까지 갔다는 건 다짐을 하고 지키려고 한 것이니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 다시 동시에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읽을수록 재밌어요. 

곱씹을수록 다른 맛이 나는 글입니다. 

동화를 쓰고 있지만 동시는 정말 매력적인 장르예요. 

꾸준히 써보고 싶습니다. 


자, 이제 이 동시집을 읽은 제 감상문입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오늘 밤은 유난히 잠이 오지 않네

베개를 베고 누워 생각날 듯 말 듯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게


아이들은 이불을 

발로 찼을까?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양치를 아까

했던가? 

어금니를 씌웠는데


미남이 배변패드는

갈아줬던가?

새것에만 용변을 보는데


에어컨 모드를 

열대야취침으로 했나?

꺼짐 예약을 눌러야 하는데


베란다 문을 

닫았던가?

밖에 비 오는 것 같던데


이것들 말고 뭘 빼먹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 가스불



이 동시는 2부에 실린 <잠이 오지 않는 밤에>를 따라 써본 동시입니다.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동시는 동시가 아니라 그냥 시입니다. 

어린이가 굳이 가스불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가 가스불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보호를 받고 살아야 하는데요. 간혹 어린이보다 못한 어른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감에 있어 행복을 느끼고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동시 즐거우셨나요? 

그럼 다음 주에 마지막 동시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전 09화 별과 민들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