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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l 12. 2024

별과 민들레

가네코 미스즈 지음, 서승주 옮김


오늘 소개할 동시집은 지난번 연재한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에 이은 가네코 미스즈의 동시집중 하나인 [별과 민들레]입니다.


https://brunch.co.kr/@noana/152





이 동시집은 두껍고 동시의 양도 많습니다. 9부로 나뉘어 있어요.

'하늘 저편', '모래 왕국', '장례식 날', '풍어', '어른의 장난감', '어제의 장식수레', '하늘의 어머니', '땅의 할멈', '꽃의 영혼' 꽤 많죠?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와 다른 점은 후반부에 원어로 표기된 내역이 없어요. 요건 조금 아쉽네요.



먼저 '하늘 저편'편에 실린 <해님 달님 조개>라는 동시입니다.

바닷속에서 해님, 달님을 발견한 것이 전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었어요.



    해님 달님 조개


    서쪽 하늘은

    꼭두서니빛,

    붉은 해님은

    바닷속.


    동쪽 하늘

    진줏빛,

    동글고 노오란

    달님.


    저물녘에 떨어진

    해님과,

    새벽녘에 가라앉은

    달님,

                                                                                만난 곳은 깊은 바닷속.


                                                                                어느 날

                                                                                어부에게 잡힌

                                                                                빨강과 연노랑,

                                                                                해님 달님 조개.



색감표현이 뛰어나서 바닷속에 둥둥 떠다니는 조개가 연상됐어요.

'꼭두서니빛'은 어떤 빛깔일까 궁금했는데요.

이 말 자체가 일본에서 쓰이는 빛깔인 것 같습니다.

노을빛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다음은 '풍어'편에 실린 <돌멩이>입니다.

이 작가는 풍어를 굉장히 사랑한 것 같습니다.

지난 시집에서는 풍어라는 시가 등장했는데 이번 작품집에서는 주제를 풍어로 짓고 <풍어>를 한 번 더 실었습니다.

이 시집이 먼저인지, 그 시집이 먼저인지 궁금했는데요.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가 2006년 발행, 오늘 소개된 동시집 [별과 민들레]가 2015년 초판발행입니다.

지난주 동시집이 더 빠르므로 이 동시집에 <풍어>가 한 번 더 실린 것으로 할게요. ^^



돌멩이



어제는 어린애를

넘어뜨리고

오늘은 말의

발을 걸었다.

내일은 누가

지나갈까나.


시골 길바닥

돌멩이는

빨간 저녁 해에

천연덕스럽다.



굉장히 동시가 귀엽습니다.

돌멩이를 의인화해서 어린애를 넘어뜨리기도 하고 동물의 발을 걸기도 한다는 표현이 말이죠.

그렇게 장난을 치는 돌멩이가 약간은 얄미워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동시는 '어른의 장난감'에 실린 <전보 배달원>입니다.

이 동시를 고른 이유는 과연 아이들이 '전보'라는 단어를 알까?라는 생각 때문에 골라보았어요.

제가 어릴 때는 전보라는 우편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제일 빠른 수단이 바로 전보였거든요.

굉장히 간단한 내용만 기술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사라진 지 오래되지 않았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a1c-dtIPdOE


위의 뉴스는 23년 11월 19일 자 뉴스데스크입니다.

아쉽기도 한 소식이었습니다.


자, 그럼 다시 동시로 가볼까요?




전보 배달원


빨간 자전거, 가는 길은,

오른쪽도 왼쪽도 보리밭.


빨간 자전거, 탄 이는,

전보 배달원 검은 복장.


조용한 마을 어느 집에,

어떤 소식 가는 걸까,


보리밭 사잇길을

빨간 자전거 바삐 갑니다.



여러분은 '이웃집 토토로'라는 만화를 보신 적이 있나요? 아마 미야자키하야오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집 초등학생도 포뇨를 알거든요. ㅎㅎ

'이웃집 토토로'에 우편배달부가 나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각 집에 배달을 하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그런 일이 일상이었지요.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이 오토바이로, 지금은 전기차로 운송을 하기도 하고요.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시는 집배원분들도 계십니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혹시 우체부 아저씨를 만나면 그 커다란 갈색 가방 안에 내 편지가 들어있지 않을까? 엄청 기대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이메일로 바로 전송을 하면 되고 수신했는지까지 알 수 있죠. 

빨라져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씩 친구들에게 손 편지를 써서 우편을 보내면 잘 받았다고 문자가 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답장이 오기도 하지요. 

편지지에 쓰인 친구들의 글씨를 보는 게 좋았습니다. 




이 동시를 지은 작가는 1903년에 태어나 1930년에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훨씬 오래전에 세상을 뜬 사람이지만 그때의 세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옛 생각도 나고 좋았습니다.


자, 그럼 제 감상문을 써보겠습니다. 




넘어진 곳


언젠가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요기서 넘어져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날, 보고 있던 할머니가

지금도 놀이터 벤치에 있는 모양.


김철수 씨, 김철수 씨,

잠깐만 빌려 주시게,

입으면 안 보이는 투명망토.




이 동시집에 실린 <넘어진 곳>을 다시 써보았습니다. 

제가 쓰는 동시는 그냥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작품이 될 수 있는 동시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말장난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동시를 한 번 써보시라 권해드립니다. 

재밌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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