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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l 05. 2024

왕만두

김유석 글

이번 동시집은 시인으로 등단하여 동시집을 낸 김유석 작가의 [왕만두]입니다.

표지가 강렬한 핑크라 많이 기억에 남았던 동시집인데요. 읽으면서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동시집입니다.

우리 둘째 녀석의 꿈인 농부를 맡고 있는(?) 작가의 동시집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현재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책을 펼치고 차례가 나오기 전에 어떤 문구가 있어요. 바로,


중학생이면 다냐?


이 문장인데요.

왜 이 문장을 책을 펼치자마자 썼는지 모르겠으나, 첫째 아이가 중학생이기 때문인지 그냥 이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크크.

정말이요.



다른 동시집처럼 1부, 2부 이렇게 명시적으로 나누진 않았지만 네 개의 소제목을 둬서 나눴어요.

'호호 불 틈이 없다', '지구가 기우뚱', '윙크하는 개구리', '나무의 여행지도' 이렇게 네 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어요.

표제작 <왕만두>는 '호호 불 틈이 없다'에 맨 처음 동시로 실려 있네요.




첫 번째로 소개할 동시는 표제작 <왕만두>입니다.

제일 눈에 띄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동시였습니다.

동시 옆 사진은 무엇으로 보이나요?

하트 모양이길래 찍어봤습니다.



바로 신비복숭아인데요. 시골에서 보내주신 복숭아들 사이에 저렇게 생긴 애가 하나 있더라고요.

복숭아 두 개가 붙어서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가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뒀는데 점점 상해가길래 얼른 먹어버렸어요.



왕만두


뭔가를 꾹 참고 있는

엄마 얼굴


퉁퉁 불다가

기어이 속이 터진다


뜨거운 엄마를

호호 불 틈이 없다


뜨겁거나 말거나

그럴 땐


고개 푹 숙이고

우물우물 삼켜야 한다



화난 얼굴의 엄마를 왕만두로 표현합니다.

엄마를 달래줄 방법을 찾지 못한 아이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이는 수밖에 없나 봐요.

그냥 말을 건네보는 것도 괜찮을 텐데 말이죠.




두 번째 동시는 <1반만 있는 학교>입니다.

출산율이 줄어서 아이들이 없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한 학년에 한 반만 있으면 정말 적긴 적네요.

어떤 동시인지 한번 보겠습니다.



1반만 있는 학교


        1학년도 1반

        2학년도 1반

        6학년까지 1반만 있는 우리 학교


        우리 반은 모두 7명

        맨날 놀고도 

        7등


        도시 사는 사촌형은

        죽어라 학원을 다녀도

        전체에서 7등


        나도

        꼴등이 아니라

        7등




어릴 적 시골에 잠깐 산 적이 있습니다. 분교였는데 이 동시처럼 한 학년에 1반만 있었던 곳이었지요. 

독후감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게 되었는데 전학이 예정되어 있던 저는 수상이 취소되었다고 했어요.

전학을 가는 친구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다고요. 

그때 전학을 물리자고 한참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 달만 늦게 이사를 갔다면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소개할 동시는 <거미>입니다. 

곤충을 다루는 동화나 동시에 제법 많이 나오는 소재입니다. 

이 동시는 어떻게 표현을 할지 궁금하네요. 



거미

넌 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니? 


난 지금

지구의 무게를 재는 중이야


거꾸로 보면

눈금이 더 잘 보이거든


저 뾰족한 빌딩들을 헐어내면

지구가 덜 무거울 텐데


내 작은 몸 하나만 공중에 띄워도

지구가 조금 가벼워질 텐데


너도 한번 물구나무서 봐!



거꾸로 매달린 거미가 지구의 무게를 재는 중이라는 표현이 너무 재밌었어요. 

물구나무를 서면 나는 지구를 들고 있는 것처럼 되죠. 

저는 물구나무를 서지 못해요. 

아무래도 지구보다 제 몸이 더 무거운 모양입니다.




저자가 시골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 시골풍경이 그려진 동시들이 많았어요. 

아빠 장화를 신고 들판으로 나가는 아이의 모습이라던지, 

맨날 웃기만 하는 염소 두 마리 이야기라던지, 

따뜻한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엄친아 상추라던지 말입니다. 

많지 않은 아이들이 조금은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제 감상문을 써 보겠습니다.



별똥별


참새도 아껴둔 복숭아 한 알


떨어질락 말락

구름 꼭대기에 매달려


달까지는 얼마나 멀까

똘랑똘랑 내려다만 보다가


너무 오래 매달리면

구름이 무거워질까 봐


꼭 쥐었던 손을 놓자


살짝 

달이 기우뚱


언제 떨어지나

꼭대기를 올려보던 난


하마터면

달에서 떨어질 뻔했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부시죠.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입니다.

노안이 와서 요즘처럼 햇빛이 강렬할 때는 선글라스가 필수품이 되었지요. 

별똥별을 한 번쯤은 보고 싶습니다. 

정말 슝하고 떨어지는지 궁금해요. 


여러분들은 별똥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없더라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직은 그래도 될 것 같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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