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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n 21. 2024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사름벼리 그림

오늘 읽을 동시집은 '숲노래'라는 모임에서 기획을 하고, 20여 년 동안 우리말 지킴이로 일하며,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일기를 정리한 최종규 작가가 글을 썼어요. 그리고 사름벼리 만화가가 그림을 그린 동시집입니다.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도 독특하지만 모든 동시에는 <수수께끼 001> 등과 같이 제목을 숨긴 게 굉장히 특이합니다.

수수께끼의 정답이 바로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함께 풀어보실까요?




이 동시집은 다른 동시집과는 조금 다른 구조로 되어 있어요.

164 꼭지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고 모두 아홉 갈래입니다. 보통 4부로 나뉘어 있었던 동시집들과 비교하면 꽤 많은 갈래입니다.

수수께끼는 모두 열여섯 줄로 이루어져 있고요. 수수께끼의 정답은 책 끝에 붙어 있습니다.



동시가 시작되기 전에 그림들이 나오는데요.

정말 아이들이 낙서한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이일까? 하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화가라 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아래 블로그가 나왔어요. 저자의 블로그인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hbooklove



하나. 푸르다 001~025

둘. 집 026~041

셋. 몸 042~059

넷. 느끼다 060~077

다섯. 생각 078~094

여섯. 삶터 095~110

일곱. 이웃 111~127

여덟. 놀다 128~148

아홉. 우리 149~164


에 이어서 풀이 + 이야기 그리고 맺음말이 나옵니다.






그럼 첫 번째 소개할 동시는 <수수께끼 033>입니다.




수수께끼 033


담아서 늘 주무르고 싶다

넣어서 내내 만지고 싶어

잘 두어 같이 돌아다닐래

언제이든 꺼내며 놀고파


다 담지는 않았지만

다 담도록 크게 지을까

모두 넣지는 않는데

모두 들어가도록 넓힐까


너한테 주려고 살짝 챙겼어

네 몫을 조금 덜어 놓았지

나중에 쓰려고 몇을 넣었네

좋은 건 건사하려고 비웠고


가만히 손을 넣으니 따뜻해

손이 시려우면 너도 넣으렴

꽃삽은 왼쪽에 꽂더니

책을 오른쪽에 꽂았네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았나요?

마지막 연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정답은 바로 주머니입니다. ( --> 드래그하시면 보여요 :))

뒤에 풀이가 나오는데요.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지나 치마에 주머니가 있으면 어쩐지 손을 넣고 싶어요. 주머니 없는 동무가 있으면 내 옷주머니에 손을 같이 넣고 잡아 볼까요? 작은 장난감이나 연필도 넣는 주머니이고, 나중에 뭘 담으려고 가볍게 비운 채 다니기도 해요. 아끼는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어 늘 만지작거리면서 심심하지 않아요. p212


따뜻한 풀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전 겨울이 되면 손난로나 핫팩을 가지고 다녀요. 워낙에 추위를 많이 타서 손이 꽁꽁 언답니다.

꼭 필요한 것이었어요. 저에게 주머니란.




다음 동시는 <수수께끼 056>입니다.

세 번째 갈래인 '몸'에 나오는 동시입니다. 

몸 부위 중 하나예요. 한번 맞춰보세요. :)




수수께끼 056


없으니 마음껏 오가

낮으니 가볍게 넘고

높으니 답답하게 막혀

오르지 못하기도 해


없으면 모두 드나들고

낮으면 살짝 찰랑이고

높으면 듬뿍 가둬

출렁출렁하네


털이 안 자란 어른이 있고

텁수룩한 어른이 있네

사내라서 털숭이는 아니고

가시내라서 매끈하지는 않아


손으로 괴고 생각에 잠겨

손가락으로 긁적슭적 망설여

주걱이나 세모꼴이 있고

내가 빠지면 말을 못 해



알 것 같지 않나요? 

바로 얼굴 부위에 있는 입니다. 

전 4연의 마지막 행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한다고 여기지만, 막상 턱이 빠지거나 이가 빠져도 말소리가 안 나와요. 혀가 없어도 말을 못 하지요. 몸 어느 곳을 보아도 모두 알뜰해요. 턱은 소리가 입으로 지나가도록 받치는 자리일 테고, 이 결처럼 문턱이 있어요. 턱이 높으니 벅차지만, 턱이 얕으니 누구나 드나들어요. 상냥한 턱짓도 무서운 턱짓도 있지요. p218


턱을 괴고 있노라면 사색에 빠진 문학소녀가 됩니다. 

꼰대와 이야기를 하다 턱을 치켜들면 한 대 맞지요. 

재미있는 동시와 풀이입니다. '긁적슭적'이라는 표현도 참 좋았어요. '긁적이다'라는 단어는 사전에 나오지만 '슭적이다'는 나오지 않아요. 시인이 만든 조어인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읽은 동시는 <수수께끼 147>인데요. 

여덟 번째 갈래인 '놀다'편에 실린 동시입니다. 

이건 조금 어려웠어요. 




수수께끼 147


아무 때나 안 나와

시킨 대서 못 하지

억지로는 더 안 나와

재미있으면 바로 나오고


내멋에 따라 해

딴사람한테 마음 안 쓰고

남 들으라고 하지 않아

오직 내 가락이야


굳이 입으로 안 하지

발장구 없어도 되고

손뼉 안 맞춰도 되고

놀거나 일하며 저절로 해


흥흥 흠흠

응응 음음

븜븜 믐믐

코는 숨만 쉬지 않는구나



알아채셨나요?

항상 동시의 마지막 행을 보면 대략 눈치를 채는 것 같습니다.

정답은 바로 콧노래입니다. 

전 이 동시 같은 경우는 풀이를 먼저 보고 동시를 읽었는데요. 어려웠어요.

정답을 미리 보지 않았다면 결코 못 풀었을 것 같은 수수께끼였습니다.


입으로 노래하지 않고 코로 노래하기도 해요. '콧노래'인데요, 콧노래는 아주 즐거워서, 신바람이 휭휭 일어날 적에 저절로 흘러나와요. 어린이 여러분이 누리는 하루에 언제나 콧노래가 ㅎ으흥 흐르고, 눈노래도 귓노래도 손 노래도 발노래도 어깻노래도 같이 흐르면 좋겠어요. 늘 신바람 나는 하루가 되고, 아침저녁으로 모두 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p241


오늘 한 번 흥얼거리면서 콧노래를 불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이 책은 다른 동시집에 비해 두껍고, 동시도 많은 편이에요. 사전 같은 묘미가 있는 책인데요. 

최종규 작가가 한국말 사전 지음이로 불리며 '우리말'로 '수수께끼'를 쓴 '동시'라는 점에서 독특하기도 합니다.

수수께끼 동시집으로 나온 책들을 조금 훑어봤는데요. 그 책들은 저학년 아이들 위주로 읽히는 책이라 그림이 많고 시들이 짧았어요. 읽으면 '탁'하고 알아챌 수 있는 동시들이죠. 


자, 그럼 제가 지은 수수께끼 동시를 읊어보겠습니다.



수수께끼 999


이거 알아?

안다고 말하면 나이인증

모른다고 말하면 가자미눈

갸우뚱하면 너도 갸우뚱


길고 긴 속눈썹

샛노란 긴 머리

파란색 모자를 쓴

그리스어로 어머니


작은 키 뭉툭한 코

점찍은 듯한 작은 눈

영원한 생명을 갖고 싶어

기계인간이 되고픈 지구소년


이제 알아?

안다고 말하면 나는 웃고

모른다고 말하면 입술을 웅크려

갸우뚱하면 다시 처음으로



많이 어렵죠? 

이건 수수께끼라기 보단 그냥 꼬아 만든 문제 같습니다.

꼭 수능영어처럼요.

제목에 힌트가 있었어요. 바로 은하철도 999입니다.

어릴 때 보았던 만화가 생각나서 동시로 써봤습니다. 

2연에 나온 여인은 메텔이고 3연의 소년은 철이입니다. 


이게 동시냐고요?

등단 시인이자 유명한 동시인이 그렇다고 했다니까요. 


이것도 동시다.



믿어주세요. 

다음 주에도 이렇게 동시를 쓸 거거든요. ㅋㅋㅋ

그럼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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