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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나 Jun 14. 2024

선생님도 졸지 모른다

김개미 시, 고마쭈 그림

이번 동시집은 굉장히 유명한 동시인 김개미작가의 최근작 [선생님도 졸지 모른다]라는 동시집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웃음이 나지요?

김개미시인은 꽤 동시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는 꽤 인지도가 높고 강의를 할 때 많은 동시들을 예시로 들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로 아이들을 울고 웃게 할까 하는 마음으로 펼쳐보았습니다.





여느 동시집과 비슷하게 이 동시집 역시 4부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에 김유진 아동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이어져 있습니다.

삽화를 그린 작가의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고 해요. 그래서 고씨인가? 하고 잠깐 생각을 해 봤습니다.



1부는 '나를 조립할 때까지', 2부는 '머릿니가 상륙했다', 3부는 '이별을 어떻게 재우지?', 4부는 '내일 할 말을 연습해 보겠습니다'로 구성되어 있어요.

귀엽고 단순한 그림과 동시가 꽤 잘 어울립니다.




1부 '나를 조립할 때까지'는 총 12편의 동시가 실려 있어요. 가장 먼저 나온 동시를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바로 제목이 <나의 조립>입니다.

이 동시를 읽으며 우리 가족의 아침 일상 같기도 하더라고요. 바쁘기 그지없는 아침인데 또 아이들은 세상 느긋하거든요. 기다려 줄 수밖에 없는 부모님의 마음이 120% 공감이 갔습니다.





나의 조립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수프같이 부드럽고 따뜻할 뿐


오 분 정도 기다리면

여기서 팔이 하나

저기서 다리가 하나 생긴다


손가락이 돋고

발톱이 나오고 나면

마지막에 정신이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그날은 종일 좀비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는

내가 나를 조립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암요, 암요. 기다려줘야죠.

어른도 마찬가지겠지만, 확실히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지잖아요?

바쁜 일상이지만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두 번째 동시는 2부에 실린 이 동시집의 표제작 <선생님도 졸지 모른다>입니다.

표지의 그림과도 같은 그림이 실렸네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선생님은 무적로봇과도 같습니다. 못하는 게 없으니까요.

이 마음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 마음이 퇴색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이들 나름대로 생각도 커지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졸지 모른다


어쩌면 선생님도

수업 시간에 졸지 모른다

졸지만 우리가 모르는 건지 모른다


우리 선생님은

십 년도 넘게 선생님 했으니까

졸면서도 눈 안 감을지 모른다

졸면서도 말하고

졸면서도 걸어 다니고

졸면서도 우리한테 졸지 말라 그럴지 모른다


우리 선생님은 진짜

못하는 게 없으니까

졸면서도 우리를 잘 가르칠지 모른다



최근 뉴스에 보도된 것도 그렇고 예전과는 다르게 교권이 많이 떨어진 걸 느낍니다. 아이가 교감선생님을 때려서 방송을 탔지요.

(라테는)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야 했고, 부모님께도 그렇게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그랬기 때문이었을까요? 좋은 선생님도 계셨지만, 촌지를 밝히거나 폭력적인 선생도 있었지요.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선생님을 폭력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참 슬프네요.


( 덧,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내에 있었던 교권보호위원회가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되었고 법조인들 및 교원, 학부모,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어 훨씬 더 정확한 자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혹시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면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소속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도움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읽은  동시는 3부에 실린 <북극의 별 같은 눈으로>라는 작품입니다. 행갈이가 쭉 이어지는데요. 그 호흡대로 천천히 낭독해 보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북극의 어느 하늘 아래 서서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도 너무 귀엽고 포근해서 제 눈에 띈 동시입니다.




북극의 별 같은 눈으로


멀고 먼 북쪽


이누이트 마을에도


아기가 있을 거야


엄마가 불가에 앉아


아기를 재울 거야


앞뒤로 몸을 흔들며


토닥일 거야


아기는 물범 같은 소리를 내며


노래도 이야기도 아닌


엄마의 소리를 들을 거야


달지도 짜지도 않은


엄마의 냄새를 맡을 거야


아기는 북극의 별 같은 눈으로


북극의 하늘 같은 엄마 얼굴을


올려다볼 거야


'오늘은 참 따뜻하구나.' 생각할 거야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밤은 참 부드럽구나.' 생각할 거야


곰 같은 바람이 문을 긁는데



행갈이를 한 동시는 굉장히 길게 느껴집니다. 물리적으로 보이는 게 아무래도 양이 많아 보이죠. 한 문장으로 써본다면 짧을 이 동시는 행과 행사이의 간격을 통해 여운이 느껴집니다.

이 동시를 읽고 나면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주게 되더라고요.

차가운 북극이 배경이지만 참 따뜻한 동시였습니다.




이 동시집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그렇지. 선생님도 사람인데 졸 수 있지.'라는 생각이었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은 모범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항상 옳고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하더라도 비난은 두 배로 받게 됩니다.

아이들이 존경하는 선생님은 여전히 많고 현업에 계실 겁니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선생님을 좀 더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이제 제 감상문을 동시로 써보겠습니다.



만년빙


남극에 가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지구에서 가장 큰 사막 남극을 생각합니다


낙타를 탄 내 이름은 만년빙

내 위에 눈이 쌓이고 또 쌓여서 하얗게 빛납니다


알 수 없는 말로 노래를 하며

펭귄들을 몰고 가는 나는

차가운 얼음의 후손


그곳엔 눈길 밖에 없어서

하얀 눈 속 나는 길을 잃지 않습니다


남극에 가 본 적은 없지만

가끔 지구에서 가장 큰 사막에 사는 나를 만납니다



동시집에 실린 <세자르>라는 작품을 읽고 따라 쓴 동시입니다. <세자르>는 사막을 배경으로 한 동시인데요. 지구에서 가장 큰 사막이 남극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글이 생각나서 이렇게 동시를 써보았습니다.

동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동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네요.


아, 그거 아시나요?

저는 처음에 동시란 어린이가 쓴 시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동시는 어린이들을 위한 시가 동시이고, 어린이가 쓰는 시는 어린이시라고 해요.

즉,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는 동시, 어린이가 쓴 시는 어린이시. 

동시공부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이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장르의 글쓰기에 도전해보고 있는데요. 매번 놀랍니다.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써보면 재미있어서 놀라고, 그 분야의 최고들이 써서 낸 책들을 읽으며 또 감탄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쓴 동시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런 것도 동시라고?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저의 동시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것도 동시다.


라고요.

부담 없이 동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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