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사름벼리 그림
하나. 푸르다 001~025
둘. 집 026~041
셋. 몸 042~059
넷. 느끼다 060~077
다섯. 생각 078~094
여섯. 삶터 095~110
일곱. 이웃 111~127
여덟. 놀다 128~148
아홉. 우리 149~164
바지나 치마에 주머니가 있으면 어쩐지 손을 넣고 싶어요. 주머니 없는 동무가 있으면 내 옷주머니에 손을 같이 넣고 잡아 볼까요? 작은 장난감이나 연필도 넣는 주머니이고, 나중에 뭘 담으려고 가볍게 비운 채 다니기도 해요. 아끼는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어 늘 만지작거리면서 심심하지 않아요. p212
세 번째 갈래인 '몸'에 나오는 동시입니다.
몸 부위 중 하나예요. 한번 맞춰보세요. :)
없으니 마음껏 오가
낮으니 가볍게 넘고
높으니 답답하게 막혀
오르지 못하기도 해
없으면 모두 드나들고
낮으면 살짝 찰랑이고
높으면 듬뿍 가둬
출렁출렁하네
털이 안 자란 어른이 있고
텁수룩한 어른이 있네
사내라서 털숭이는 아니고
가시내라서 매끈하지는 않아
손으로 괴고 생각에 잠겨
손가락으로 긁적슭적 망설여
주걱이나 세모꼴이 있고
내가 빠지면 말을 못 해
바로 얼굴 부위에 있는 턱입니다.
전 4연의 마지막 행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우리는 입으로 말한다고 여기지만, 막상 턱이 빠지거나 이가 빠져도 말소리가 안 나와요. 혀가 없어도 말을 못 하지요. 몸 어느 곳을 보아도 모두 알뜰해요. 턱은 소리가 입으로 지나가도록 받치는 자리일 테고, 이 결처럼 문턱이 있어요. 턱이 높으니 벅차지만, 턱이 얕으니 누구나 드나들어요. 상냥한 턱짓도 무서운 턱짓도 있지요. p218
턱을 괴고 있노라면 사색에 빠진 문학소녀가 됩니다.
꼰대와 이야기를 하다 턱을 치켜들면 한 대 맞지요.
재미있는 동시와 풀이입니다. '긁적슭적'이라는 표현도 참 좋았어요. '긁적이다'라는 단어는 사전에 나오지만 '슭적이다'는 나오지 않아요. 시인이 만든 조어인가 봅니다.
여덟 번째 갈래인 '놀다'편에 실린 동시입니다.
이건 조금 어려웠어요.
수수께끼 147
아무 때나 안 나와
시킨 대서 못 하지
억지로는 더 안 나와
재미있으면 바로 나오고
내멋에 따라 해
딴사람한테 마음 안 쓰고
남 들으라고 하지 않아
오직 내 가락이야
굳이 입으로 안 하지
발장구 없어도 되고
손뼉 안 맞춰도 되고
놀거나 일하며 저절로 해
흥흥 흠흠
응응 음음
븜븜 믐믐
코는 숨만 쉬지 않는구나
알아채셨나요?
항상 동시의 마지막 행을 보면 대략 눈치를 채는 것 같습니다.
정답은 바로 콧노래입니다.
전 이 동시 같은 경우는 풀이를 먼저 보고 동시를 읽었는데요. 어려웠어요.
정답을 미리 보지 않았다면 결코 못 풀었을 것 같은 수수께끼였습니다.
입으로 노래하지 않고 코로 노래하기도 해요. '콧노래'인데요, 콧노래는 아주 즐거워서, 신바람이 휭휭 일어날 적에 저절로 흘러나와요. 어린이 여러분이 누리는 하루에 언제나 콧노래가 ㅎ으흥 흐르고, 눈노래도 귓노래도 손 노래도 발노래도 어깻노래도 같이 흐르면 좋겠어요. 늘 신바람 나는 하루가 되고, 아침저녁으로 모두 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p241
오늘 한 번 흥얼거리면서 콧노래를 불러봐도 좋을 것 같아요. :)
최종규 작가가 한국말 사전 지음이로 불리며 '우리말'로 '수수께끼'를 쓴 '동시'라는 점에서 독특하기도 합니다.
수수께끼 동시집으로 나온 책들을 조금 훑어봤는데요. 그 책들은 저학년 아이들 위주로 읽히는 책이라 그림이 많고 시들이 짧았어요. 읽으면 '탁'하고 알아챌 수 있는 동시들이죠.
자, 그럼 제가 지은 수수께끼 동시를 읊어보겠습니다.
수수께끼 999
이거 알아?
안다고 말하면 나이인증
모른다고 말하면 가자미눈
갸우뚱하면 너도 갸우뚱
길고 긴 속눈썹
샛노란 긴 머리
파란색 모자를 쓴
그리스어로 어머니
작은 키 뭉툭한 코
점찍은 듯한 작은 눈
영원한 생명을 갖고 싶어
기계인간이 되고픈 지구소년
이제 알아?
안다고 말하면 나는 웃고
모른다고 말하면 입술을 웅크려
갸우뚱하면 다시 처음으로
많이 어렵죠?
이건 수수께끼라기 보단 그냥 꼬아 만든 문제 같습니다.
꼭 수능영어처럼요.
제목에 힌트가 있었어요. 바로 은하철도 999입니다.
어릴 때 보았던 만화가 생각나서 동시로 써봤습니다.
2연에 나온 여인은 메텔이고 3연의 소년은 철이입니다.
이게 동시냐고요?
등단 시인이자 유명한 동시인이 그렇다고 했다니까요.
이것도 동시다.
믿어주세요.
다음 주에도 이렇게 동시를 쓸 거거든요. ㅋㅋㅋ
그럼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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