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구하라 - 강정룡,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 - 박상기
동화의 주 독자는 초등학생이다. 그래서 학교가 배경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오늘 소개할 두 권의 동화 모두 학교가 배경인 동화다.
강정룡작가의 [우당탕탕! 학교를 구하라]와 박상기작가의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를 소개한다.
같은 학교가 배경이지만 두 권 모두 전혀 다른 소재를 그렸다.
표지부터 분위기가 다르다.
먼저, [우당탕탕! 학교를 구하라]는 2021년에 나온 동화로 MBC창작동화대상 27회 장편부문 금상 수상작이다.
개학을 하고 학교에 들어선 아이들 눈앞에 굉장한 일이 벌어진다.
학교건물이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놀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전화로 전하지만 도통 믿지 않는다.
'송지분교'의 일곱 아이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복도도 기우뚱 기울어져 있다.
교실은 말할 것도 없이 아수라장이다. 책상은 물론 피아노도 쓰러져 있다.
그때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린다.
모두 입을 닫고 귀를 바짝 세웠다. 그렇게 소리를 쫓고 있을 때, 대뜸 지오가 까치발로 교실 앞쪽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갔다. 이어 칠판 옆 벽에 귀를 갖다 댔다. 잠시 귀를 기울이던 지오가 손짓을 했다. p32
칠판 뒤에서 말소리가 들린다는 지오의 말에 다들 숨을 죽인다.
아이들이 칠판을 잡아당기자,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뒤에 구멍을 발견하는 아이들.
구멍 속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아이들은 비명을 지른다.
누구냐는 물음에 들어오라는 의문의 목소리.
창대와 창민이, 지오, 은우, 은설이도 들어간다. 하린이는 무서워하지만 자희를 따라간다.
동굴을 따라간 아이들이 만난 것은 바로 도깨비들이었다.
알고 보니 땅속에서만 사는 일곱 꼬마 도깨비들은 학교를 몰래 가져와 놀이터로 삼으려고 했다.
게임을 하자며 이긴 쪽이 학교를 갖는 것으로 하자고 협상을 제안한다.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숨바꼭질을 하자고 하는 도깨비들.
자신만만하던 아이들은 둔갑술이 가능한 도깨비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창대가 천장에 붙은 거미를 떼어내려고 빗자루로 툭 치자, 거미는 도깨비로 변신한다.
드디어 찾은 아이들.
하지만 이렇게 싱겁게 끝나버리면 동화가 아니다.
교실로 흙탕물이 새 들어온다. 교실이 땅속으로 내려앉았고 그 땅속에 스며든 빗물들이 교실로 들어온 것이다. 대걸레로 교실을 닦고 나니 도깨비로 변신한다. ㅋㅋㅋ
내가 도술을 부려 빗물까지 새 들어오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이 겁먹고 도망가게끔 말이야. 그런데도 통하지 않았어, 쩝. p84
도깨비들의 행동을 보면 여느 초등학생과 다르지 않다.
개구진 표정과 행동이 예측불허다.
동화는 일곱 도깨비들을 찾는 동안 에피소드들을 방출한다.
거미와 대걸레에 이어, 비누, 피아노, 도깨비 그림 등 다양한 곳에서 도깨비들이 둔갑을 하고 숨어있었다.
말풍선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에피소드는 정말 참신했다.
다들 의아한 얼굴로 분필 가루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한데 뭉쳐진 분필 가루는 마구 소용돌이를 치더니 돌연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모두 일곱 조각이었다. p127
하고 싶은 말이나 소원을 말하자 말풍선이 채워진 것이다.
도깨비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송지분교를 소중히 여기는지 알게 되고 탐내지 않겠다고 한다.
아이들 역시 말풍선에 새긴 꿈을 이루겠다고 약속한다.
굉장히 따뜻한 동화였다.
두 번째 동화는 초등학교 교사인 작가의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라는 동화이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책을 펼쳐보기 전에는 역사동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5학년 반장인 조윤서는 여학생들에게는 의지가 되는 믿음직한 반장이고, 남학생들에게는 성격이 완전 불같은 '분노조절장애'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사회책 속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보고 조윤서와 닮았다고 아이들이 놀리기 시작한다.
남학생은 생김새로 놀리고, 여학생은 잘못된 일에 물불 안 가리는 것으로 호감을 담아 말한다.
학교에 새로 생긴 테라스 사용문제로 윤서는 일진인 6학년 강도혁에게 찍히고 만다.
운동장 사용문제로 또 6학년과 다툼이 생긴다.
이 장면에서 굉장히 고증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쓴 글이라 당연하겠지만 우리 넝쿨이 역시 5학년인데 6학년 형들 때문에 축구를 못할 때가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상의를 하려고 하지만 피곤한 듯 내치는 선생님에게 실망한다.
정말 이런 선생님이 현장에 있는 걸까?
운동장은 누가 그러는지 알아 와야 도와주든지 하지. 테라스도 말썽이 있나 보네. 그래서 짓지 말자고 했던 건데 교장 선생님도 참....... 그런데 말이야, 너희 꼭 거길 이용해야겠니? p33
동료교사로서 믿음이 가지 않아 이렇게 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직장에 이런 교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6학년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믿고 의지할 수 없다.
아이들 스스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했다.
학생 회의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아이들은 전교부회장을 찾아가고, 전교회장을 찾아간다.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현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해 보지만 다들 다른 이들에게 넘긴다.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군. 나도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겠지. 학교 분위기를 깨는 애들하고 뭔 얘기를 하겠냐. 어디하고 싶은 대로 해 봐. 앞으로 재미있어지겠네. 안 그래, 조관순? p52
예전 어떤 교사에게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 반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범생이고, 반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아이들은 아니다. 자기들의 이력 한 줄 더 쓰기 위해 반장이 되는 애들도 꽤 있다. 무조건 좋게만 볼 것은 아니다.
라고. 그때는 꽤 충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 세계 역시 작은 사회, 정치세계가 있지 않을까?
어른들이 좋은 본을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아이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할까?
운동장의 광복을 위해서 이 작전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설득했지. p57
작전은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았다.
6학년들은 당황하기 시작하고 테라스의 테이블을 양보한다.
아이들은 굉장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한다. '침묵시위'로.
이렇게 되자, 전교회장은 모든 공약에서 5학년을 빼버린다. 학교 모든 아이들의 편이 아니다. 6학년만의 회장일 뿐이다.
아이들의 행동은 유튜브를 통해 다른 학교에도 알려진다.
일진인 강도혁의 귀에도 들어가고 이 둘은 운동장에서 만난다.
강도혁이 휘두른 폭력에 당한 윤서는 움츠려든다.
독립투사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온갖 핍박을 당하면서 포기하고 싶어지고 고민이 되는 시점이 있었을 것이다.
윤서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동화는 학교의 다양한 기구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동화 속에 이야기로 들어있다 보니 교과서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엄마는 '학교폭력 전담 기구'를 통해 신고한다.
너 왜 선생한테 말 안 했어? 다짜고짜 학교폭력 신고부터 하면 어떡해. 선생님한테 미리 얘기했어야지! p96
이 선생님은 진짜 왜 이러는 걸까?
담임선생님은 또 조관순, 윤서에게 화를 낸다. 참 어이없는 교사다.
작가는 다양한 교사상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교사도 물론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감 있게 교사를 그렸다.
폭력신고로 인해 다른 선생님들까지 테라스와 운동장 문제에 귀를 기울였다.
교장선생님은 윤서와 강도혁을 교장실로 부르고 둘의 이야기를 듣는다.
테라스와 운동장 사건은 해결이 되는 듯하다.
6학년이 된 윤서에게 다시 문제가 닥친다.
동화의 마지막에 다다르자 윤서는 혼잣말을 한다.
문제는 반복되는구나. 앞으로가 더 외로운 싸움일지도 몰라. p149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좋은 일이든 없어져야 할 나쁜 일이든.
독립투사분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되찾았지만 친일 잔재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동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역사를 알리고 싶다.
전혀 다른 학교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동화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글밥 창작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은 물론, 내용을 철저히 검수해야 한다. 자칫하면 잘못된 정보가 아이들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노력해야 한다.
어쩌면 문학을 통해, 동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