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둑 - 김태호,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 - 이선주
아르코에서 선정하는 문학나눔도서는 출판사와 작가들을 위한 지원이다.
좋은 책을 선별하여 출판사들을 지원하고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을 권해주는 좋은 취지의 제도다.
2024년 문학나눔도서로 선정된 두 권의 동화책을 소개한다.
김태호 작가의 [눈물 도둑]과 이선주 작가의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라는 작품이다.
어떤 내용인지 나도 궁금하다.
도서관 신간코너에 꽂혀 있어 깨끗한 두 권의 책을 가져올 수 있었다.
따끈따끈한 새 책.
먼저 김태호 작가의 [눈물 도둑]은 귀여운 물방울 안에 밤톨처럼 생긴 것이 두 알 들어 있는 표지그림이 눈에 띈다.
소이라는 아이가 물컹한 바닥을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테오는 누나가 입원한 병실에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엄마 권유로 들어가게 된다. 하얗게 말라버린 누나 소이는 천장만 바라본 채 미동이 없다.
테오는 그런 누나를 보고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린다.
그런 눈물방울 쫓아오는 뭔가가 있으니 바로 도토리. 표지의 물방울 속 물건은 도토리 퉁이와 줄주리였다.
이 도토리들은 눈물방울을 모으며 서로 갖겠다고 한다.
둘은 넓고 커다란 손으로 눈물 덩어리를 들었다. 몽글몽글한 덩어리를 모자 속으로 쏙! 무사히 넣을 수 있었다. p21
이렇게 모은 눈물은 어떻게 될까?
눈물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억지로 흘린 눈물은 울퉁불퉁하고 딱딱하지만 수프 국물로 딱이다.
그리고 얼린 한숨 덩어리를 함께 넣으면 입안에서 톡톡 씹힌다. 눈물에 섞인 눈썹도 넣는다.
기쁨의 눈물은 달콤한 맛이 난다. 바로 오래전 소이가 생일날 흘린 눈물.
수프를 퉁이는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줄주리는 말한다.
하품할 때 흘린 눈물 가루라고. 줄주리는 왜 퉁이를 재웠을까?
줄주리는 소이의 바다로 건너가 꺼질 듯한 불씨에 테오의 눈물 껍데기를 넣는다.
줄주리는 병원 침대 밑으로 가 테오의 눈물을 모자에 받아낸다.
눈물을 받아내던 도토리를 보게 된 테오는 엄마에게 이를 전하고 엄마 역시 어릴 때 눈물 도둑을 만난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다.
눈물을 훔쳐가는 도토리라니. 설정이 귀엽고 앙증맞다.
눈물 도둑은 동그란 배를 부풀려가며 숨을 헐떡이다가 나랑 눈이 마주쳤어. 자기 몸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라. 그때 생쌀 같은 얼음 덩어리들이 바닥에 흩어졌어. 요만한 알갱이들이. p52
깨어난 퉁이는 줄주리에게 화를 내고 모자를 잃어버리게 된다.
도토리깍정이를 갖게 된 테오는 누나의 손목에 자신의 시계를 채워두고 집으로 간다.
퉁이와 줄주리는 모자를 찾으러 왔다가 테오에게 잡히고 만다.
눈물을 찾아 삼만리다. 개암나무 열매를 먹고 몸이 작아진 테오는 테오의 바다로 가게 된다. 누나의 눈물을 찾아야 누나가 살 수 있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고 위험해진 누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소이의 눈물바다에서 엄마의 눈물 도둑도 만나게 된다.
소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눈물 도둑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응원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눈물바다가 출렁이면 파도처럼 그 마음이 주변으로 전해지지.
p125
소이에게 필요한 것은 깜깜한 길을 밝혀줄 반짝이는 나무다.
누구든 깊은 상처를 입고, 마음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날이 온다. 그때 길을 잃지 말라고 눈물 나무는 가장 밑바닥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p138
소이의 바다 가장 깊은 바닥에 있던 신비한 나무. 테오의 손목시계 덕분에 소이는 나무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눈물을 참지 않고 쏟아 내야 마음의 병이 덜 생기는 것 같다.
다음은 이선주 작가의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라는 우리 이웃 이야기다.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열두 살 소년 태구는 안하무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수첩에 기록하는 태구.
아랫집 아주머니가 층간소음을 항의하러 올라올 때마다 날짜를 기록했다.
층간소음을 겪은 사람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갑자기 귀가 트여 모든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물 내리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이 동화까지 층간소음이 점령했다.
태구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독자는 태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시니컬한 듯한데 또 착하다.
세상에는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싫다는 사람, 돈을 더 줘야 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배웠다. 이게 바로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라는 것도. p25
내가 보기엔 태구는 굉장히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다. 아주머니가 올라올 때마다 어떤 기간마다 지속적으로 오는 것을 깨닫고 올라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날, 외식을 하자고 한다.
아주머니는 빈집 벨을 누르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빈집 가족들을 맞닥뜨린다.
귀여운 녀석.
슬픈 이야기도 들어있다.
태구는 810호에서 나는 된장찌개 냄새를 맡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매번 규칙적으로 이동하는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옆집 신혼부부에게 말을 해봐도 귀엽다고 해버린다.
결국 경찰과 119 구조대가 와 할아버지 시체를 싣고 나간다.
아무도 관심이 없고 그렇게 외롭게 죽어간 게 참 슬프다. 현실 같기도 하고.
태구의 소식을 들은 예은이가 도와달라고 한다.
엄마가 갑자기 화장도 오래 하고 옷도 산다고. 태구는 연애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하고 편의점 사장님을 의심한다.
알고 보니 회사를 그만두게 된 예은이 엄마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
예은이는 엄마 앞에서는 웃으며 나오지만 곧 밖에서 엄마를 걱정한다.
어린것 같지만 생각이 깊은 어린이다.
'진실은 언제나 통한다'는 말 같은 건 믿지 않는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는 사람을 이기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p85
읽다 보면 철학적인 내용이 많다.
이 동화가 왜 인기가 꾸준히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작가의 다른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
이제 2025 문학나눔 도서가 나올 것이다. 매년 새롭고 따뜻한 동화가 선정되어 서점이나 도서관에 나오면 읽어봐야겠다.
선정된 도서들은 나름 이유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