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구르는 속도 - 김성운, 4x4의 세계 - 조우리
그동안 한국에서는 장애를 다룬 동화가 종종 나왔다. 고정욱 작가가 대표적인 장애를 소재로 많은 동화를 냈다. 하지만 이 동화에서는 보통 장애아는 도와줘야 할 인물로 그려져 있다.
이번에 소개할 동화 두 편은 장애아가 삶을 어떻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지를 잘 그렸다.
사계절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인 김성운작가의 [행운이 구르는 속도]와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대상 수상작인 조우리 작가의 [4x4의 세계] 두 작품이다.
2024, 25년에 각각 나온 책이라 최근 동화에서 다뤄지는 장애아에 대한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먼저 김성운 작가의 [행운이 구르는 속도]라는 작품은 책표지에도 드러났듯이 주인공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
주인공 하늘이는 수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아로 슈퍼를 운영하는 엄마를 돕는 착하고 밝은 아이이다.
2층에 살고 있던 가족들은 계단을 오를 내릴 수 없는 하늘이를 위해 1층으로 이사를 하고 2층은 세를 주기로 한다.
부동산 아저씨와 함께 가게로 들어온 사람은 이라크 사람 '마람'이었다.
한국말을 잘해도 너무 잘하는 마람.
그리고 하늘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도와주거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빠는 경찰, 엄마는 간호사인 태양이는 하늘이의 휠체어를 종종 밀어준다. 물론 하늘이의 엄마에게 대가를 받고.
"휠체어가 먼저입니다! 양보해 주세요!"
나는 죄를 지은 사람처럼 괜히 얼굴이 화끈거려서 일행이 아닌 척 딴 데를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일행인데! p24
엘리베이터 앞에 휠체어를 탄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당연할 상황이지만 당사자인 하늘이는 부끄러워한다. 사람들은 슬금슬금 길을 터주고 아이들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하늘이와 친해진 마람은 하늘이에게 비밀 한 가지를 알려준다.
어떤 비밀일까?
하늘이는 장애아지만 기존 동화와는 다르게 움츠려 들거나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할 뿐 친구들과 떡볶이도 먹으러 다니고 되려 도와주기도 한다.
이 동화의 매력이다.
하지만 학생이라고 해서 집, 학교만 오갈 수 없다. 수많은 상황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박물관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늘이. 곁에서 담임선생님, 활동지원선생님들도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서 힘이 나는 하늘이.
하늘이 너 모르지? 왕별이 버스기사님 뒤에서 서서 경사판 꼭 고쳐야 한다고 박물관 도착할 때까지 얘기했어. 이십 분 넘게.
나 기사님 귀에서 피나는 거 봤어. p91
버스를 타기 위해 함께 줄을 섰고 돈도 냈지만 경사판이 고장 났다는 이유로 다음 버스를 타야 했던 하늘이를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따뜻해지는 동화였다.
과연 하늘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이야기를 중간까지 읽으면 성한 다리를 달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늘이는 다른 소원을 빌었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이 여기에 있었다.
다음 동화는 2025년에 출간된 따끈한 신작, 조우리 작가의 [4x4의 세계]라는 작품이다.
어린이 재활 병동에 입원 중인 주인공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김지은 평론가는 이 작품이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라 그림이 너무 저학년 동화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행운이 구르는 속도]와 별 다른 느낌이 없어 나쁘지 않았던 그림이다.
제목이 독특하다. 무엇을 뜻하는 건지 궁금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정사각형의 도형이 보인다는 주인공 제갈호. 호는 할아버지와 함께 병실에서 생활한다. 네 개의 침대가 있는 병실에서.
이 병실에는 국경도 없다. 새로 들어온 무하마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차 한국에 왔다. 무하마드에게 오예스를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아이는 자신만의 놀이를 찾는다.
열여섯 개의 칸으로 나타낼 수 있는 그림이나 글자를 생각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p16
칸이 많지 않아 받침 있는 글자는 안 되는 등 제약이 잇지만, 그래서 하나하나 발견할 대마다 더욱 보람이 있다. p18
나이가 같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할 때가 있다는 호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할아버지와 매일 붙어 있어야 하는 호는 할아버지의 좋은 점 열여섯 개를 채웠다. 열여섯 개의 네모 칸을 채우고 놀다 잠이 드는 아이.
이런 호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 바로 병원 어린이 병동에 '꿈꾸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그곳에서 만화책을 읽으니 시간이 너무 잘 가는 것 같다. 매일 도서관에 들르는 호.
책 속의 쪼그만 인간들은 내게 말을 건다. 뭔가를 물어보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비밀을 나누기도 한다. 나는 걔네들이 좋아진다. 진짜 살아 있는 애들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다. p33
책을 읽은 호는 맨 뒷장에 강아지 그림 옆에 네모 그림을 그려둔다. 강아지 그림을 그린 아이는 누굴까?
어느 날 포스트잇도 붙어 있다. 평범했던 일상이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호와 새롬이는 포스트잇으로 빙고 게임을 하며 열여섯 칸을 채운다. 서로 어느 병실에 있는지 모른 채 말이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채우며 병실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결국 만난 가로와 세로는 서로를 알아본다.
두 아이의 우정이 빛나보였다.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두 편의 동화는 모두 휠체어를 타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배경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냐, 병원이냐만 다르다.
또한 두 아이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존재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마음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우정이야기.
장애라는 키워드를 빼고 읽어도 좋을 따뜻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