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다운 - 소향, 장난이 아니야 - 선자은 외
혼자 앉아있는 민우의 모습인데 너무 짠했어요.
민우는 친구들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 발생했던 학교폭력이 이제 초등학교에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치고받고 싸우는 육체적 폭력 이외에도 교묘하게 왕따를 시키는 것도 학교 폭력이다.
이번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작품 두 권을 가져왔다.
소향 작가의 [또 정다운]과 선자은, 이재문, 전여율, 황지영 작가와 구정인 만화가가 함께 쓴 [장난이 아니야]이다.
갈수록 잔인하고 교묘하게 바뀌는 행태에 놀라며 이 책들을 읽었다.
먼저 소향 작가의 [또 정다운]은 28회 김유정신인문학상 수상작을 장편으로 낸 책이다.
원래 이 작품은 원고지 30매 정도의 짧은 이야기였으나 독자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요청해서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한다.
정다운이라는 친구(친구일까?)로 인해 상처를 받은 민우가 전학을 와서 같은 이름의 친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어떤 정다운일지 궁금해진다.
지난 학교에서 민우는 정다운이라는 아이로 인해 왕따를 당하게 된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난 혼자 앉아있는 민우의 모습이 너무 짠했다.
점점 민우는 친구들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
혼자여도 좋으니 친구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애가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p23
모든 행동에 태클을 거는 정다운으로 인해 민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로 변해간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민우는 새 학년이 될 때 또 같은 반이 되자 절망하게 된다.
결국 부모님께 털어놓게 되고 이사와 전학을 준비한다.
새로운 곳에서는 민우가 행복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새 학교에 가자마자 만난 건 바로 '정다운'이라는 같은 이름의 반 아이였다.
민우는 얼마나 놀랐을까?
계속 악몽에 시달리는 민우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는데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민우가 구해 줘서 달팽이가 무사히 늙어 가고 있잖아.
아무 엄청 고마워하고 있을 것 같은데. p52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민우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학교에서 민우는 잘 헤쳐나갈까?
지난 학교와는 다르게 이 학교에서의 정다운은 민우에게 정말 친절하다. 그 친절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민우가 안타까웠다.
정다운의 진심을 알게 된 민우는 친구에 대한 마음을 열게 되고 지난 학교의 정다운에게 사과를 받는다.
민우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이다.
정다운과 달팽이 '민우'.
친구로 인해 다친 마음을 친구로 치유한 민우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
다음 책은 디지털 폭력에 맞서는 다섯 편의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붙은 다섯 작가의 단편집 [장난이 아니야]라는 작품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선자은 작가의 <A의 추모식>의 태그는 사이버불링. 인터넷상의 집단 괴롭힘을 뜻하는 신조어다.
'A가 죽었대'로 시작하는 단체 채팅방에서의 대화는 섬뜩했다.
요즘은 단톡방에서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한 친구만 뺀 단톡방을 만들거나, 그 친구가 말하는 것에는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나가려는 아이를 못 나가게도 한다.
겨우 나간 아이를 다시 초대하기도 한다.
누군가 다시 인경을 초대했다. 인경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인경은 벗어날 수 없는 감옥에 갇힌 것 같았다. p17
이 아이들의 단톡방에서의 대화는 가히 놀랍다. 이렇게 아이들은 서로를 흉보는구나.
좋아하는 게임 안에서는 여신이라 불렸던 A는 자신의 외모를 캡처한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을 알게 된 후 탈퇴한다.
정말 잔인하기 짝이 없다.
과연 A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이야기는 반전으로 끝맺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전여울 작가의 <율리의 선>은 악플에 대한 내용이다.
서안은 하굣길에 길을 잃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악플로 인해 학교를 쉬기로 한 율리를 생각한다.
율리는 SNS에 자신이 입은 옷 사진을 올리고 서안이 댓글로 응원의 메시지를 쓴다. 댓글은 점점 옷이 아닌 율리의 몸에 대한 내용만 늘어나자 율리는 서안의 계정을 차단한다.
새로운 계정을 만든 서안은 율리의 SNS에 악플을 달기 시작한다.
율리는 틈나는 대로 악플을 삭제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리 지워도 새로운 악플이 끊임없이 달렸다. p66
도대체 이런 심리는 뭘까? 싫다고 하는데 계속 다는 건 무슨 이유에서 일까?
율리가 계정을 삭제해도 캡처한 사진과 함께 단 악플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시물을 퍼가고 또 퍼가면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얼룩을 지우려고 계속 노력해야지. 얼룩이 생기기 전으로 100퍼센트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거니까. p74
이미 생겨난 자국은 없어지지 않지만 노력해서 옅어지게 할 수는 있다.
서안이 반성하고 다시 율리와 친해지길 바란다.
이외에도 이재문 작가의 <처음엔 장난이었다>는 해킹을, 황지영 작가의 < 그 아이의 마스크와 이상한 소문>은 가짜뉴스를, 구정인 작가의 <사랑한다는 말>은 온라인그루밍을 다룬 이야기다.
이야기들 중 가장 겁났던 것은 온라인그루밍을 다룬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범죄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함정에 빠진 거야.
함정을 파 놓고, 어린이를 노린 사람이 잘못한 거야. p189
정말 나쁜 어른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더 보호해야 하고 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
1366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도 된다.
보호자는 자신의 자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아이들이 보호자를 믿고 털어놓을 수 있도록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것이다.
동화임에도 초등학교 6학년이 주인공인데 소재와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연령대는 낮아진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어른이 더 울타리가 되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