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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괜찮은가, 돌봄 이야기

다온 - 조현미, 멍세핀 - 박유진

by 노아나

오랜만에 좋은 동화책 두 권을 읽었다.

찾으려고 한 소재가 아니었는데 두 책의 소재가 비슷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겐 양육자가 필수다. 보통 부모가 그 역할을 하지만 아닌 경우도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부모가 아닌 다른 양육자로 할머니도 있고, 친척들, 보모도 있다.

또한, 집이 아닌 '꿈터'라는 곳, 지역아동센터, 보육원에서의 돌봄도 있다.


박유진 작가의 [멍세핀]은 엄마 대신 보모의 돌봄을 받는다. 조현미 작가의 [다온]은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다가 꿈터로 간다.

두 작품 모두 따뜻했고, 아이들을 좀 더 품어줄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조현미 작가의 [다온]을 읽게 된 계기는 작가의 이전작 [슬리퍼]를 정말 감명 깊게 읽었다.

다른 브런치북에서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꽤 여운이 오래갔던 책이다.


https://brunch.co.kr/@noana/195


이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 서평작성을 신청했는데 고맙게도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열심히 읽었고, 이 작품 역시 눈물이 맺혔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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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들이 찾아온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다온은 아빠가 지어줬다.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

다온이는 할머니랑 살고 있고 할머니가 전부다. 할머니와 쌍둥이 자매인 이모할머니도 있지만 이 세상에 다온이 믿고 의지할 사람은 할머니다.

그런 다온에게 단짝 친구가 필요해졌다.

5학년 때 전학 온 윤여해와 친해지고 싶었고 단짝이 될 것 같았는데 여해는 자꾸 다온이를 피하는 것만 같다.

다온은 여해의 일상을 알고 싶지만 여해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할머니랑 살고 있다는 설정에 언젠가 다가올 불행이 예상되었다.


할머니는 얼굴에 잔뜩 힘을 주며 눈을 꾹 감고 있었어. 눈가의 골 깊은 주름이 할머니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고 말해 주었다. p38


할머니는 다온에게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온은 민지 무리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편하지 않는 다온.

다온은 엄마가 궁금해 할머니와 이모할머니에게 물어보지만 타박만 돌아올 뿐이다. 할머니에게 소리를 치고마는 다온이.

그런 다온에게 전부인 할머니가 곧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할머니가 불쌍하고 대들었던 일이 미안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뭔가가 말을 못 하게 목구멍을 꽉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어. p69


이 동화에서 어린이들은 순수하지 않다. 아이들끼리 아무렇지 않게 임대아파트 얘기를 하는 게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았다.

여해는 이 아파트 꿈터에서 살고 있는 게 들통이 난 후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런 여해와 다시 친해지게 된 다온.

이 아이들은 뭔가 부족해서 끌린 게 아니다. 서로의 다른 점, 그리고 다정함이 서로를 이끌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동화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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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도 떠나고, 이모할머니도 예전 집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다온은 어떻게 될까?

여해와 같은 꿈터에서 살게 될까?

외로운 다온은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 낸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나쁜이 좋은 일로 바뀔 때도 있다. p122


아이에게 어른이 필요한 이유다.

좀 더 살았단 이유로 이것저것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삶을 더 살아본 경험을 아이에게 스며들 수 있게 안내자 역할을 해주면 된다.

여해는 '엄마나 아빠가 없어도 스스로 잘 크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여해 곁에는 꿈터라는 공간과 함께 살고 있는 엄마라 불리는 보육자와 성이 다른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잘 클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속에 웃는 방 하나 남겨 놓으라고.
p146


다온은 아파트가 아닌 해 뜨는 마을이라는 곳에서 새롭게 살아가야 한다.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에서. 전학도 해야 했고 친구들도 새로 사귀어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힘든 어른들에게도 이 동화는 감동을 줄 것이다.

씩씩한 다온이의 앞날을 응원한다.




다음은 박유진 작가의 [멍세핀]이라는 창비에서 나온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 18번째 작품이다.

워낙 얇은 책이라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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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선생님 앞에 앉은 태영은 엄마가 아홉 명이 있다고 말한다.

태영에게 엄마가 있지만 바쁘고 관심이 없다. 태영을 돌보기 위해 아홉 명의 보모가 바뀐다.


엄마 얘기를 하다 보면 엄마가 미웠고, 아빠가 원망스러웠고, 할머니가 그리웠다. 외롭고 또 외로웠다. 외로움은 어른들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키워드다. p11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어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외로움은 누가 채워줄 수 있을까? 사람이 아니라면 뭔가가 없애 줄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그 외로움의 원인이 뭔지 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보모는 필리핀에서 온 조세핀이다. 멍하게 있어서, 멍청하게 보여서 멍세핀이라고 부른다는 태영에게 조세핀은 보모 이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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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은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집안과 집 밖에서 조세핀을 대하는 것이 다르다.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편견 아닐까?


나는 멍을 향한 시선들을 봤다. 거침없고 노골적이었다.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혐오와는 차원과 깊이가 다른 증오였다. 금발의 원어민 강사에게는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아이들은 표정을 바꾸어 멍을 바라봤다. 아무 노력 없이 우위를 점령한 사람의 얼굴은 비열했다. p35


아이들이 멍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출산율이 떨어지는 지방 어느 한 곳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을 왕따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많은 인원들이 정착했음에도 아직 편견은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다문화가정, 외국인돌보미, 베드파파, 왕따, 학교폭력 등. 얇은 책 속에 들어있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다.

태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을 줄 수 있는 어른, 돌봐줄 어른이었다. 엄마가 아닌 멍세핀이 항상 태영의 편을 들어주었다.

태영은 과연 아홉 번째 엄마를 지킬 수 있을까?




돌봄이 필요한 아동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거의 신과 동급이다.

영아, 유아기 때의 엄마, 아빠는 눈에 안 보이면 계속해서 찾아다니는 아동의 전부라 볼 수 있다.

좀 더 관심을 주었으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잘 알려진 아프리카 속담을 봐도 다양한 어른들이 주위에 있으면 좋다.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좋겠다.


(다음 편은 2주 후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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