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블레블레
행복이는 한 달에 한 번 청소년교육위원회 회의에 참석한다. 오늘도 아이를 보내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노트북과 책만 있으면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이곳은 일산 탄현역 근처에 있는 <블레블레>라는 카페.
베이커리를 직접 하는 곳이다. 커피 맛도 좋고 빵 맛도 좋은 편이다.
다만, 주차장이 5대 정도 주차할 수 있고 바로 도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초보라면 좀 불편할 수 있다.
노란빛이 감도는 건물은 날이 좋아 그런지 더 밝아 보였다.
1층에는 주문을 하고 빵을 구입하기 위해 대기석이 있다.
파이도 있고 케이크도 있다.
마침 딸의 생일이라 케이크도 하나 주문했다.
나는 레이스로 둘러싼 과일 케이크를 사고 싶었지만 아이는 오레오 쿠키가 담긴 케이크를 골랐다.
2층에 올라가면 작업을 할 수도 있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중앙에 나무가 있는데 이 설치물이 꽤 멋졌다.
주말 이른 아침이었지만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고, 담소를 나누는 모임도 있었다.
교묘하게 사람들이 안 나오게 찍었다. ㅋㅋ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를 좋아하는데 이곳 역시 큰 창이 나를 반겼다.
케이크는 아이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져가려고 일단 보관 후 나올 때 받았다.
진짜 앙증맞다.
(사진이 안 이쁘게 나왔을 뿐 케이크는 정말 귀여웠답니다. :))
오늘 읽은 책은 조현미 작가의 [슬리퍼]라는 장편동화다.
이 작품은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로 12살 연우와 연년생 철우 형제가 나온다.
읽다 보면 연우의 삶과 철우의 삶이 참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고 먹먹해진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기 전까지 철우는 형을 굉장히 잘 따랐다.
할머니 집에서 살고 싶다던 철우와 연우는 매번 싸우는 부모들 틈에서 학대를 당한다.
툭하면 집을 나가는 엄마, 싸우면 물건을 던지는 아빠.
이 틈에서 철우는 그 모든 상황을 온전히 혼자 견딘다. 왜냐하면 연우가 싸움이 일어나면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굉장한 스트레스로 아이가 쓰러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연우가 잠에 빠질 때마다 보이는 꿈이 있다. 이 꿈에 슬리퍼가 나온다.
무중력 상태에서 떠다니던 우주 비행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큐브 모양의 물체들이 어둠 속에서 떠다녔다. 그 너머로 커다란 벽이 어른거렸다.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 울음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렸고, 벽에 손이 닿는 순간 내 등은 서서히 바닥에 닿았다. p39
어릴 적 학대를 당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
부모의 이혼 후 연우는 아빠와 함께, 철우는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어떻게 지냈는지 두 가정이 다르다.
일하러 떠난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연우, 엄마가 재혼할 남편을 만나러 나가느라 3일 동안 혼자 있어야 했던 철우.
철우는 형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굉장한 학대를 당했다.
2학년 밖에 안된 아이를 혼자 며칠을 둔다는 게 큰 학대가 아닐 수 없다.
철우는 좋아하던 축구도 그만두게 된다. 그 일로 점점 삐뚤어지는 철우.
연우는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우연히 자꾸 쓰러지는 자신의 별명이 슬리퍼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철우가 매번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이유가 화상을 입은 몸을 보여주기 싫어서라는 것도 알게 된다.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이 아이들에게 학대를 한 부모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할머니의 결단으로 아이들은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정신과 상담을 각각 따로 받으면서 연우는 잊고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형아, 우리 할머니 집에서 맨날 맨날 살면 좋겠다, 그렇지?" p133
어렸을 때 철우가 한 말이 생각났다. 내 영악한 행동에 떠밀려 엄마와 살게 된 철우는 또 다른 폭력을 당했고, 결국 꿈까지 포기해야 했다. p134
연우는 철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동생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요리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철우를 위해 연우는 생일 선물을 준비한다.
아이들은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속도대로 커간다.
육체가 크는 만큼 정신이 따라잡지 못하면 틈이 생기기도 한다.
그 틈을 어른이 채워주면 되는 것이다.
이게 어려웠을까?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혼자 두고 연애 당사자와 여행을 떠나는 부모가 올바른 부모일까?
읽는 내내 충격적이었다.
동화, 소설이고 허구이지만 이 허구보다 더 심한 것이 현실이라고 하니 걱정도 됐다.
형제가 좀 더 따뜻한 환경에서 자라나길 바란다.
할머니와 고모의 틈에서 충분히 잘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이들의 삶은 계속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