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헤이리 가드너스
주말이 되었다.
아이들은 각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외출했다.
남겨진 우리 부부는 헤이리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파주 근처 카페를 검색하면 헤이리 카페가 검색되는데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멋진 카페들이 많아 종종 가보는 편이다.
오늘 가본 곳은 헤이리 카페 <가드너스>라는 곳이다.
주말이라 주차장이 꽉 차서 근처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들어가는 입구를 한참 찾았다.
카페 앞에 가판을 놓고 핸드메이드 물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남편이 은귀걸이 한쌍을 선물로 사줬다.
입구를 늦게 찾은 덕분이다. :)
자동문 스위치를 누르면 짠하고 문이 열린다.
우주선에 탑승하는 기분이 살짝 들었다.
1층에는 빵이 가득했다.
밖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굉장히 내부가 컸다. 엘리베이터가 내부에 있었고 두 건물을 이어주는 통로도 있었다.
꼭대기층에 올라가 보니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하늘은 높고 날은 더웠다.
아직 바깥에서 먹기엔 덥다는 그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주문했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빵을 골랐다.
낙엽 모양의 귀걸이가 정말 예뻤다.
이 귀걸이를 선물 받은 후로 이것만 착용 중이다. :)
이번에 읽은 책은 윤소희 작가의 청소년 소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어]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4.16 세월호다.
책을 펼치면 노란색 색지가 나온다.
출판사의 디테일일까?
보통 소설들은 <작가의 말>이 끝에 나오지만 이 책은 가장 먼저 나온다.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상처이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은 2021년인데 6주기 행사에 작가가 참석한 모양이다.
나는 안산에 가 아이들이 다녔던 고등학교와 세월호 기념관에 다녀온 게 전부다. 추모행사를 가본 적이 없다.
10주기를 맞은 올해 시민위원이라 배지를 받았다.
언젠가는 팽목항에 꼭 찾아가 볼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가방에 배지들이 늘어가는 건 세상이 너무 힘든 게 아니냐고. 그래서 세월호와 서이초 배지를 제외하고 모두 뺐다. 그리고 자국이 남았다.)
이 책은 세월호 사건이 있던 날 아빠를 잃은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2014년 4월 16일 감전으로 인한 사고로 아빠를 잃은 진서와 석현이.
진서아빠를 따라 일을 갔던 석현아빠의 죽음으로 석현이네 가족은 진서네 가족을 멀리하게 된다.
진서를 원수처럼 대하는 석현이.
어느 날 감정의 끈이 끊긴 진서는 자퇴를 하고 석현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였지만 진서를 괴물처럼 대한 자신을 탓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감정은 사람을 꽤 근사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진서도 진서의 아빠도 근사한 사람처럼 생각되었으니까. p52
그렇게 사랑하는 아빠를 잃은 후 진서는 변하게 된다. 웃음을 잃고 감정을 잃은 사람처럼 행동한다.
진서 아빠의 죽음은 석현에게서 진서를 빼앗아 갔다.
소설은 세월호로 인해 가족을 잃지 않았지만 그날 사고를 당한 가족을 소재로 하여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벌써 몇 년째 안산은 어딜 가나 세월호 그 자체야. 굳이 '잊지 않겠습니다' 다짐하며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아도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환경이야. 아니지, 제발 잊고 싶은 환경이지. p67
지겹다는 말을 하는 다형에게 연민을 느꼈다.
현실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왜 지겨운 걸까? 이 사건으로 인해 그들에게 피해를 준 건 뭐였을까?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로 인해,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도대체 어떤 피해를 입은 걸까?
예민? 나보고 예민하다고? 이러니까 진상규명이고 안 되는 거야. 안산은 동네 전체가 몇 년째 초상집이야. 전부 희생자들이고 유가족들이라고. 나도 유가족이다. p69
슬프다. 지금도 진상규명이 완벽하게 된 건 아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분노가 잃었다. 정부가 바뀌고 또다시 참사가 생겼다.
세월호,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정부를 탓하고 싶다.
왜 자꾸 되풀이되는 걸까?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고 무죄 선고가 되었다. 피로가 쌓인다.
나는 누가 울면 너무 힘들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 구석구석 마음이란 마음이 다 아파 미칠 지경이야. 눈을 막 껌뻑거리고, 침을 꿀꺽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해가며 참아. 감정을 바짝 말려 죽이는 거지. 규칙을 정해놓고 그걸 악착같이 지키면 감정 따위는 어느새 저만치 물러가 있는 거야. p101
감정을 말려 죽이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진서. 슬픔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고 삼킨다.
학교를 그만둔 후 센터에 다니는 진서는 석현과 함께 세월호 관련 게임을 만들 준비를 한다.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살아 돌아오는 것.
게임에서 살려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 소재가 너무 슬펐다.
책에는 세월호 아이들 이름이 실려 있었다.
이 그림을 아이와 함께 그리면서 좀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이런 활동은 어린이청소년작가연대에서 준비를 했고 나는 그려서 우편으로 부치기만 하면 됐다.
팽목항에 이 이름그림들은 전시되어 있다.
먹먹함이 계속 올라왔었다.
Rescue. 레스큐. 구조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게임제목을 '레스크유'로 한다.
엔딩은 전원 구출이다.
장소를 제공하고 세월호 영화를 틀어주던 책방아저씨는 해경이었다. 세월호 트라우마로 인해 공황장애가 생겼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에 빠져든다.
과연 내가 호전되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힘들게 구조를 했던 사람들은 더 구조하지 못했음에 후회를 하고 트라우마에 갇혀 목숨을 놓기도 했다.
책방의 이름은 '곡비'다.
곡비는 대신 울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또 다른 뜻은 온 힘을 다하여 남을 비호한다는 뜻이다.
보고하기 바빠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한 현장에 있던 사람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빠져나간다.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2014년에 안전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났다.
또다시 되풀이되게 만들고 있다.
생존자의 고통도 심각하다. 똑같은 일을 당했지만 사람들 마다 다 다르다.
자신의 아빠도 세상에 없지만 세월호가 워낙 큰 사건이어서 섣불리 얘기하지 못한다. 분명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이 유족들에게 위로가 될까, 상처가 될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